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닌 킹덤 네이티브로

318
0

글 │주안맘

화요집회 어린이 사역을 시작한지도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돌아보면 처음 1년은 끝나면 정리할 힘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도 커고 서로 친해져서 알아서 잘 논다. 큰 아이들이 처음 온 동생들도 챙기고 간식도 알아서 나누어주고 정리도 도와주니 내가 크게 할 일이 없을 정도이다. 다만 아이들이 2년간 제한된 공간에서 매주 같은 놀잇감으로 노니 지루해 하는 것이 또 다른 고민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지루해하다가도 이내 재밌고 창의적인 놀이를 만들어낸다. 지난주에는 누군가가 사방치기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며 순식간에 바닥에 색 테이프로 판을 만들었다. 열심히 팀을 짜고 규칙을 정하더니 한참 만에 남녀팀으로 나뉘어서 놀이를 시작했다. 어찌나 재밌게 노는지 지켜보던 나도 깔깔 웃었다. 6살부터 14살까지 아이들이 잘 어울려서 노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이렇게 노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요즘은 사실 잘 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래, 저게 아이들다운 놀이지.

아이들의 창의적인 놀이를 초토화 시키는 강력한 대항마는 역시 스마트 폰이다. 지루한 상황에서 고학년 아이 한 명이 스마트 폰을 꺼내면 모든 놀이는 중단되고 작은 화면 속에 아이들이 모여든다. 사실 요즘은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2년 전 부모님들이 은혜 받는 동안 어린 아이들이 형들의 핸드폰에 목을 빼고 매달려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어린이 사역을 시작했던 생각이 나서 새삼 감사했다.

우리 집에는 TV도 없고 영상도 좋아하는 만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만 허용된다. 그런데 어느 날 재활용품을 사용해 기발한 발명품을 만드는 재미있는 영상을 발견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유익하다 싶어서 보여주기 시작했고 아이는 그 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그럴싸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를 위해서 제가 아주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줄게요.”하고 성인용품을 풍선처럼 부풀려서 만드는 것이라며 그것을 사달라고 하는 거다. 정말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기겁한 내 표정을 보고도 눈치 없는 아들은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이게 얼마나 활용하기 좋은 용품인데요. 핸드폰 방수도 할 수 있고요…” 아, 정말 그것이 유용한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등에서 식은땀이 쫙 흐르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당황했지만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 물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만들기에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어떤 용도인지 설명해주었다.(속으로 ‘아, 주님 저에게 지혜를 주세요’ 하며) 그리고 엄마가 이 영상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모르고 너에게 허락해줬으니 미안한데 이제 보지 말아야겠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무척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내 말에 순종했다. 세상에 그 영상에서 그런 것이 나올 줄이야… 자세히 살피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이가 보는 콘텐츠라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되겠구나… 그때부터 아이가 영상을 볼 때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내용은 괜찮아도 광고가 이상한 경우도 많았다. 결국 남편과 의논을 해서 영상은 될 수 있는 대로 보지 않고 필요하면 다운받거나 구입해서 보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좋은 것을 주려다가 나쁜 것까지 먹인 꼴이었다.

요즘 아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라고 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초등학생들은 유튜브 동영상 검색을 통해 답을 얻고 소통한다. 매일 쏟아져나오는 어마어마한 콘텐츠들 중에서는 분명 우리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정보도 있겠지만 그것의 몇 배로 악영향을 끼치는 콘텐츠가 많다.

어린이 유튜버가 대기업 임원만큼 돈을 버는 시대이고 많은 초등학생이 그런 삶을 꿈꾼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 댓글로 기행을 요구하고 실행에 옮기는 영상을 올리는 일들이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이 자신의 할머니를 폭파하는 효과를 넣은 영상이 조회수 7만 건을 기록했다. 어떤 아이는 엄마의 샤워장면을 몰래 찍어 올렸고, 다른 유튜버는 엄마가 하지말라는 일들을 몰래하는 영상들을 공유했다.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들도 아이들은 그저 웃기고 재밌게 느낀다. 요즘 애들이 문제여서라기 보다 어른들이 왜 안 좋다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 일일이 가르쳐야 아나? 가르쳐야 안다.

게임도 큰 문제다. 초등학생 여가 시간 1위가 게임이고 초등학생 4-6학년의 91.1%가 게임을 한다고 대답했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쯤되면 피할 수 없는 지뢰밭이다. 사실 우리 아이가 안한다고 해도 친구들에게 금방 배워오기 때문에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크면서 어차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조른다고 덜컥 아이에게 스마트 폰을 사주고서 막으려고 하면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어른인 나도 스마트폰에서 손을 놓기 쉽지 않은데… 미디어는 분명 하나님이 주신 도구이다. 양날의 검 같아서 잘 사용하면 하나님나라를 넓히는 복음의 통로가 되지만 지혜롭게 사용하지 못하면 독이 된다. 우리보다 사단은 더 영악하게 미디어와 문화를 장악하고 있다. 그저‘ 유행이라서, 안 할 수 없어서, 남들이 다 하니까, 싸우기 싫어서. 뒤처지는 것이 싫어서’ 하며 넋 놓고 있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다.

아이가 오락도 하지 않고 집에 TV도 없다고 하면 왜 그렇게 유난 떠느냐는 반응을 많이 보인다.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그렇게 키우면 시대에 뒤처진다. 적당히 허용해 줘야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디지털 시대에 맞게 아이를 키워야한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그것을 적당히 노출시키는 것만이 옳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분명 왜 나쁜지 가르쳐야하고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한다. 무심코 남긴 댓글이나 동영상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하고 자신의 행동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적어도 좋지 않은 영향력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에게 분별해서 옳은 것을 선택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인 나의 책임이 아닐까. 무조건 나쁘다고 하지 못하게 하면 아이들은 숨어서 하려고 할 것이다. 그냥 나쁘다가 아니라 왜 좋지 않은지 설명하고 설득하고 규칙과 기준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함께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아이와 씨름하기 싫어서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소신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아 그냥 타협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도 지금 가르치지 않으면 평생 가르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 차리고 하나님 앞에 지혜를 구한다. 지금은 수고스럽고 힘든 것 같지만 지금부터 하나님나라 방식을 잘 심어놓으면 나중에 아이는 일찍 홀로서기를하고 우린 하나님 앞에 쓰임 받는 노후가 되리라는 야무진 꿈을 꾸어본다.

갈 6:9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방대한 지식과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섭렵하는 것보다 나에게 필요한 지식, 양질의 지식을 선별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하나님자녀인 우리는 먼저 하나님나라 사고방식과 세상 가치관과 삶의 방식사이에서 분별해서 취할 것을 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롬 12:2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하라

적어도 세상적인 가치관이 아이들안에 침범해서 마음껏 뿌리내리도록 놔두지 말자. 하나님나라의 사고방식을 심고 기준을 만들어주자.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라 킹덤 네이티브로 키우자. 아이가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우리의 품을 떠나 훨훨 날아가는 그날까지 파이팅!

2018년 11월호 차례

HTM대표인사 | 사랑하는 파트너 여러분
하나님나라 기도운동 | 왜 하나님나라 기도운동이 필요한가?
윤현숙 목사 칼럼 | 소망이 되시는 하나님
HTM메시지 |  구원과 그리스도인의 삶, 당신은 구원을 받았는가?
킹덤빌더의 실제적 일상 삶 | 자신의 기분을 관리하자
성경과 묵상 | 킹덤빌더의 말씀 산책, 성서해석학 18
나는 킹덤빌더다
HTM인턴십 간증 –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HTM인턴십 간증 – 광야학교 졸업을 앞에 두고
킹덤라이프 홈스쿨 |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닌 킹덤 네이티브로
킹덤라이프 문화 | 영화 타사튜더
하나님의 하루 | 목말라요! 배고파요!
하나님의 하루 | 영적 어린 아이가 되자
하나님의 하루 | 하나님의 타이밍

태그:

댓글을 남겨주세요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