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해석학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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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M 송영호 전도사

지난 칼럼에서는 요셉 이야기를 통해 동심원적 성경 해석에 대해 알아보며 성경 본문을 둘러싸고 있는 더 넓은 문맥 속에서 해당 본문을 해석하는 것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한 사람의 성경 해석에 가장 크고 궁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경을 보는 관점입니다. 그 관점이 그 사람만의 독특한 성경-신학적 문맥이라는 렌즈를 만들어내게 되고, 그 사람이 성경을 해석할 때 그 렌즈를 통해 해석하게 됩니다.

성경은 약 1,50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다양한 인간 저자들에 의해 기록되었지만, 하나님의 영감이 인간 저자들이 성경을 기록할 때 역사하였기 때문에 신구약 66권 모두 유기적 통일성을 가지고 있음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성경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Main theme)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되어왔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그동안 그리고 오늘날까지 가장 크고 넓은 영향력을 끼친 두 가지 성경 해석 프레임은 개혁신학(Reformed Theology)에 기반을 두고 있는 언약 신학(또는 언약주의, Covenant Theology, Covenantalism)과 19세기 초 아일랜드의 존 넬스 다비(John Nelson Darby)에 의해 태동되어 20세기 널리 퍼져나간 세대주의 신학(Dispensationalism or Dispensation Theology)입니다.

한반도에 복음 전파를 위해 외국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들어온 것이 19세기 말이고 본격적으로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 20세기 초였는데, 이때 한반도에 들어온 초기 선교사들의 대부분이 그 당시 왕성하게 퍼지고 있었던 세대주의 신학에 영향을 받았기에, 세대주의 신학에 근거한 복음을 전파했었습니다. 예수님의 승천과 재림 사이의 교회 시대를 “은혜 시대”라고 부르는 것과 7년 대환란 전 있을 교회의 휴거(Rapture)에 대한 가르침은 세대주의 신학에서 온 것입니다.

이번 칼럼부터 몇 차례에 걸쳐 ‘세대주의 신학(Dispensationalism)’과 ‘언약 신학(Covenant Theology)’에 대해 그리고 이 둘의 수정, 보완된 입장인 ‘수정된 세대주의(Revised or Traditional Dispensationalism)’와 ‘점진적 세대주의(Progressive Dispensationalism)’ 그리고 ‘새언약 신학 (New Covenant Theology)’에 대해서도 알아봄으로, 그동안 그리고 현재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쳐온 성경 해석 관점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들어보았거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신학의 몇 가지 가르침에 동의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세대주의 신학에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대(Dispensation)’란 무엇인가?

여러분은 세대주의를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그리고 세대주의 할 때, ‘세대’는 무슨 의미를 뜻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생각을 한번 표현해 보세요. 표현이 잘 되시나요? 저의 경험상, 세대주의에 대해 여러 차례 들어본 사람들이라도 막상 그것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라고 하면 어려워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세대주의에 대해서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세대(Dispensation)의 신학적 정의를 알아야 합니다.

한국말 ‘세대’로 번역된 ‘Dispensation’의 일반적인 영어 의미는 ‘분배, 체제, 질서, 관리’ 등으로 다양하고 신학적 의미는 ‘(신의) 섭리, 결정, 계획’을 뜻하고 이 의미에서 확장되어 ‘신이 정해 놓은 시대(세대)’라는 의미까지 확장되어 뜻하게 되었습니다. 이 마지막 의미를 살려 ‘Dispensation’을 ‘세대’로 번역한듯 보입니다. 한국말 ‘세대(世代)’는 시간적인 의미와 뉘앙스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세대’로 번역된 ‘Dispensation’의 단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의미들을 놓치기 쉬운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국어 성경에는 ‘세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개역개정 성경에서‘ 세대’라는 단어가 구약에서는 31번, 신약에서는 37번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때 사용된 ‘세대’는 ‘세대주의’에서 말하는 ‘세대(Dispensation)’가 아닌 ‘Generation’의 의미로서의 세대 또는 ‘Age’의 의미로서의 시대를 뜻하기 때문에,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Dispensation’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영어 성경 번역본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단어가 등장하는 킹제임스 번역본에도 ‘Dispensation’은 위의 신학적 의미 즉 ‘세대’라는 뜻으로 쓰이지 않고, ‘관리, 직분, 계획’의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킹제임스 성경이 ‘Dispensation’
으 로 번 역 한 헬 라 어 단 어 는 ‘Oikonomia(오이코노미아)’로 가계 관리(household management), 직분, 업무, 계획, 관리 등을 뜻합니다. 아래 네 구절이 킹제임스 성경에서 ‘Dispensation’이 등장하는 구절들입니다.

고전 9:17 내가 내 자의로 이것을 행하면 상을 얻으려니와 내가 자의로 아니한다 할지라도 나는 사명(Dispensation)을 받았노라
엡 1:9-10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Dispensation)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엡 3:2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의 경륜(Dispensation)을 너희가 들었을 터이라
골 1:25 내가 교회의 일꾼 된 것은 하나님이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직분(Dispensation)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려 함이니라

정리하자면, ‘세대(Dispensation)’라는 단어는 성경에 등장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성경이 말하고 있는 어떠한 신학적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학적 용어이며, ‘세대’의 신학적 의미는 ‘하나님의 세계 경영 프로그램’ 또는 ‘세상과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경륜’을 뜻합니다. 이는 마치,‘ 성육신’‘, 삼위일체’가 성경에 등장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성경이 말하고 있는 진리를 잘 요약해주는 신학적 표현인 것과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대주의는 존 다비에 의해 19세기 초에 태동했지만, ‘세대(Dispensation)’라는 신학적 개념은 초대 교부 시대 때부터 있었습니다. 2세기 교부인 순교자 저스틴(Justin Martyr)이 최초로 이 개념을 사용한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하나님의 의로움의 일관성을 인식하는 동시에 하나님의 세계 경영 프로그램들을 구분하였습니다. 속사도 교부인 이레니우스(Irenaeus)와 기독교 신앙의 발달에 큰 획을 그은 어거스틴(Augustine)도 ‘세대(Dispensation)’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물론, 이 단어를 사용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정의는 다소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공통적으로 인식했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다양한 방식들로 인류들에게 역사해오셨다. 둘째, 이러한 방식들은 하나님의 구속 계획 가운데 연속적인 세대들로 구분될 수 있다. ‘세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고, 다음 칼럼에서는 ‘세대주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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