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함을 나누는 기도2
글 | 윤현숙 목사
캐나다 리전트칼리지의 명예교수인 제임스 휴스턴(James Houston)이 자신의 저서 <기도: 하나님과의 우정>(IVP, 1998)에서 기도를 수행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관계적인 차원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휴스턴 자신이 신학대 교수이면서도 스스로 기도를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졌었는데 알렉산드리아의 초대 교부인 클레멘트가 “기도는 하나님과 교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 것을 읽고 진리를 깨닫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부터 그는 하나님을 논리적으로 연구하는 것보다 하나님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쳤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기도하지 않는 것은 훈련이나 기술 혹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깊은 관계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
니다.
이분의 고백과 가르침처럼 그동안 우리의 기도는 깊은 관계없이 기도를 많이 하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드시고 교제하도록 부르셨습니다. 고린도전서 1장 9절을 보면 “너희를 불러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와 더불어 교제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미쁘시도다.”라고 말씀하시고 사도 요한은 요한일서 1장 3절에서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 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의 교제를 사귐으로 표현했습니다. 여기에서의 사귐은 인격적인 교제를 의미하는데 우리의 필요나 요구를 구하기 전에 하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알아가면서, 내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일방적인 기도에서 쌍방적인 기도로 나아가야 함을 가르쳐줍니다. 하나님께서는 기도를 통해 우리와 만나기를 원하시고 우리가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를 누리기 원하십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님과 친밀함을 누릴 수 있을까요? 친밀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면 말 그대로 ‘매우 친하고 가까운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과 친밀한 가운데 그분의 마음을 아는 것이 자연스럽게 기도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러분 가운데 기도가 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기도해야겠다!’는 결단보다는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친한 관계를 누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가보십시오.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고 그분 안에 머무는 훈련을 해 보십시오. 그런 가운데 하나님의 마음을 느껴보십시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친밀함을 나눈 사람들을 보면 하나님과 함께한 많은 시간이 있었습니다. 친하지 않은 누군가를 만나 긴 시간 이야기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의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속마음을 나누는 것이 어려우니 대화가 겉돌게 되고 불편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다가 일방적인 대화로 상대방을 지치게 할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한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생활 속에서 일어난 작고 사소한 일들을 나누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에 대화하는데 1만 8천개의 낱말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깊은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친밀하고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솔직하며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는 마음의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로 가까이 나아가기를 원하지만 하나님과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기도할 때 특별하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기도나 기도를 인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 때 매끈하고 흠잡을 것이 없는 기도를 해야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대가 솔직하고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기도, 자연스러운 대화를 방해합니다. 기도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하나님께 드러내는 행동으로써 꾸미고 과장할 때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친밀함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하나님을 신뢰하게 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로 나아갈 때 기도의 목적이 무엇인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교제하다 보면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태도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은 만남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어 내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기도를 통해 무엇인가를 알아내고 얻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면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어려워집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기도에 대한 어떠한 응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자녀로서 그분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성경학자 윌리엄 바클리(William Barkley)는 “기도의 최대 목적은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이다. 기도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시게 하기보다는 우리가 하나님께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도는 우리의 바람이나 생각을 하나님께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경험하기 위해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려고 할 때 오랜 시간 굳어진 기도의 틀 때문에 장벽을 느끼기도 하고 낙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작고 평범한 일들을 가지고 솔직하게 하나님께 나아갈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제가 보수적인 교회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세미나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 세미나를 통해 참석하신 성도들 대부분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았고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님은 자녀인 우리 모두에게 세밀하게 말씀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저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면서 성경에 나오는 기도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 중에 최초의 중보기도자 아브라함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을 생각하면 ‘믿음의 조상’이라는 타이틀이 먼저 떠오르는데 야고보서 2장 23절을 보면 “이에 성경에 이른 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는 말씀이 이루어졌고 그는 하나님의 벗이라 칭함을 받았나니”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벗은 사랑받는 친구로 해석되는데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자들만 불리는 영예로운 칭호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신뢰하는 아브라함을 신뢰하셨고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 나누셨습니다. 아브라함은 일생동안 계속된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친구 관계를 유지했는데 그가 믿음과 순종의 삶을 살 수 있었던 비결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하나님과 깊은 대화와 교제를 나누었기 때문
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많은 기도의 시간을 하나님께 드리지 못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우리를 향해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브라함처럼 우리도 하나님과 끊임없이 기도로 대화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가까이 하실 뿐만 아니라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깊고 비밀스런 속마음을 털어 놓으실 것입니다.
2019년 2월호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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