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부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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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자녀양육

킹덤조이 홈스쿨 이야기 #10

건강한 부부 되기

글 │주안맘

 

출산 후 처음으로 아이를 맡기고 남편과 단둘이 외출했던 일이 생각난다. 맛있는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볼 기대감으로 나갔는데 막상 나가니 집에 있는 아이가 걱정되어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딱 그런 모양새였다. 그 뒤로도 남편과 둘만 외출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1년에 한 번 결혼기념일 정도가 전부였다. 아이가 3-4살이 되었을 때즘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외출했는데 어찌나 서먹서먹한지 마주 앉아서 할 이야깃 거리도 아이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별로 없었다. 그동안 아이 키우랴 일하랴 서로의 필요와 마음을 돌볼 여유도 없이 달려온 시간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비단 우리 집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부부가 출산이 자녀 양육으로 이어지면서 부부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부부가 자녀양육에 온통 마음과 에너지를 뺏기다 보면 부부보다 아이 중심으로 가정이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주도권을 계속 아이에게 빼앗긴 채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부관계는 소원해지게 마련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럽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들에게 우선순위가 밀려버린 것에 대한 서운함과 섭섭함이 쌓인다. 그렇게 한번 벌어지기 시작한 관계가 아이들이 커서까지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우리는 겉으로 보기엔 행복한 가정이었고 속으로도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이만하면 잘사는 거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더 친밀하고 연합된 부부로 성장하길 원하시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 부부관계가 새로워지는데 참 많은 단계를 거쳐왔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남편을 영적으로 다시 세우셨다. 내가 육아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남편은 3년간 새벽기도를 섬기며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원망도 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나를 인내와 사랑으로 기다려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단계로 하나님께서는 내 안에 상처와 쓴뿌리들을 제거하셨다. 이때도 내 안에서 때마다 툭툭 올라오는 가시들을 남편의 기도와 사랑 덕에 직면하고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각자 하나님 앞에 새로운 정체성과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을 때 홈스쿨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개인적인 상처와 문제로 서로에게 화살도 던지고 내전을 겪었다면 홈스쿨의 시작과 함께 이제는 정말 하나 되어 싸우러 나갈 때가 되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결혼 10년 만에 감사하게도 이제는 우리가 한 방향으로 나가게 되었다는 고백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깜빡 거짓자아에 속으면 하루를 의미 없이 날릴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며 훈련 받는 중이다.

 

어느 날 아이와 대화하는데 “엄마 아빠가 생각해봤는데…” 했더니 “왜요? 혹시 이혼할 거예요?” 이렇게 묻는 거다. 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웬 이혼? “아빠 엄마가 자주 싸워서 이혼할 것 같아서 불안해요.” 억울하다. 이혼에 ‘이’자도 꺼낸 적 없고 자주 싸우지도 않았는데 이혼 직전으로 몰리다니! 찬찬히 얘기를 들어보니 어느 책에서 부모님이 자주 싸우다가 이혼했다는 내용을 읽고 혹시 우리 부모님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는 거다. 어쨌든 그런 일은 없을 거고 네가 불안한 느낌을 받게 해서 미안하다고 안심시키고 아이를 재웠다. 아이 눈에 왜 그렇게 비쳤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특별히 싸우지는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피곤할 때 남편과 나 사이에 오가는 곱지 않은 말투와 표정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더 친밀한 부부관계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해보자며 남편과 몇 가지 기준을 정해 보았다.

 

첫 번째, 부부만의 시간을 가진다.

외국 영화를 보면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고 멋진 옷을 차려입고 데이트를 하러 가거나 파티에 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들은 어린아이를 두고도 참 쿨하게 즐기러 나간다. 우리 부부도 종종 아이를 맡기고 나가서 영화를 보거나 드라이브 하거나 야식을 먹기도 하는데 요즘 나는 점점 남편이 어떤 친구보다도 편하고 재밌는 놀이 파트너라는 걸 느낀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둘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두 번째, 부부만의 공간을 가진다.

왜 우리의 아이들은 엄마 없이 잠들지 못하는가. 아이를 재운다는 이유로 엄마가 아이 방에서 함께 자기 시작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엄마는 안방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심지어 아이들이 안방 침대를 점령해 아빠가 아이들 방에에 좁은 침대로 밀려났다는 슬픈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우리 아이는 이미 잠자리 독립을 했지만, 엄마, 아빠의 공간에 들어올 때는 노크하라는 예의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세 번째, 애정표현을 한다.

대한민국 부부들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 아닐까. 부부 사이에 애정표현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부끄러운 일, 민망한 일처럼 느껴지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에서는 부부관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아름답게 그린다. 하나님께서 주신 기쁨을 함께 누리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 배우자라는 것을 아이들이 배울 곳은 가정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 앞에서 우리가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으니 친한 척 좀 해보자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리고 보란 듯이 포옹했더니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우리를 차례로 안아주었다. 솔직히 연기하는 셈치고 시작했지만 몇 번 연기하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네 번째, 고운 말을 쓰자.

부부가 서로를 높여주고 칭찬해주고 격려하는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는 자신과 가족을 낮게 얘기하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 또 남은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가족 안에서는 비난의 말들이 오가기 쉽다. 우리가 힘들고 지칠 때 가정에서 감정의 쓰레기를 쏟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격려하고 힘을 주는 말로 새롭게 충전되는 모습을 그려본다. “미안해, 힘내, 괜찮아, 잘했어, 고마워, 축복해” 이런 말들이 우리 가정 안에 넘치길 소망한다.

 

부부가 매일 하나님 앞에 마음을 새롭게 할 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누리는 모습을 통해 아이가 안정감 있게 자랄 수 있다.

날이 따뜻해지고 있다. 이번 주말, 부부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매일 배우자에게 격려하고 인정하는 말 한마디씩 해보길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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