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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싸움

선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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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 선한 싸움

2015_09_clom02

윤현숙 목사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건강하던 남편이 갑자기 암에 걸려 정신없이 지낸다고 한다.
급기야는 남편이 항암치료를 받다가 항암제 쇼크가 와서 하루 전부터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중환자실에 있는데 뇌손상을 많이 입어서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남편 죽는대!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나 어떡해!” 절규하는 친구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너무 가슴이 아팠다.
친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한 가운데 내 생각이 났다고 하였다.
야무지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친구가 남편의 중병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한편 하나님을 믿지 않는 친구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한참 듣고만 있다가 “내가 갈게!”라고 대답하였다.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 가보니 한낮인데도 보호자들이 의자를 두세 개씩 차지하고 다들 누워있었다.
친구는 나를 보자 반색을 하면서 중환자실 앞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인터폰에 대고 “면회시간은 아니지만 목사님이 오셨으니 들여보내 달라”고 하였다.

문이 열리고 친구 남편 옆으로 가게 되었다.
물론 이 모든 상황 가운데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기를 기도하면서 왔지만, 나는 친구로서 위로하기 위해서 온 것이지 환자에게 기도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전에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 친구의 남편은 온몸에 호스를 꽂고 배는 복수가 차서 부어있었으며 몸은 차디찼다.
물론 의식도 반응도 전혀 없는 중한 상태였다. 환자가 맞고 있는 주사와 환자의 상태, 의료계기판의숫자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나의 간호사 경력은 지금이 매우 절망적인 상황임을 명확하게 깨닫게해 주었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들이 내 믿음을 방해하였다.
무엇보다 친구나 친구의 남편은 하나님을 믿지 조차 않는 사람들이 아닌가….

속으로는 조금 당황했지만 나는 친구 남편의 몸에 손을 얹고 조용히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깨어나게 하셔서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을 알게 하시고, 그 일을 통해 병 낫는 것뿐아니라 친구나 남편,
더 나아가서는 가족들이 예수님을 영접할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러고 나서 환자의 귀에 대고 이야기하였다.
“저는 아내의 친구인 목사입니다. 지금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질병과 싸워 이기십시오.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을 불러 보십시오.” 친구는 옆에서 계속 울고 있었는데,
믿음을 갖게 된 것같지는 않았지만 내가 온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많이 찾는 것 같았다.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친구를 병원에 두고 오면서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날 오후에 다시 그 친구의 전화를 받았는데 ,밝은 목소리로 남편이 자기를 알아보더라고 하였다.
아직 말은 못하지만 종이를 달라고 하더니 “고마워!”라고 썼다고 한다. 친구는 상기된 목소리로“네가 기도해서 깨어난 것 같아. 고마워!”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내가 가르쳐준 대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고 하였다. 무엇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싶어서 의아해 하고 있는데,
친구는 내가 자기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동안 면회하면서 울기만 했던 것을 후회했다고 하였다.
남편이 질병을 이기도록 격려하고 많은 사람들이 남편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나는 기뻐서 하나님께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드렸다. 비록 믿음은 없지만 친구인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그대로 해보면서 하나님을 바라보았다는 것이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가복음 9장에는 귀신들린 아들을 데려온 아버지가 예수님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귀신이 그를 죽이려고 불과 물에 자주 던졌나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실 수 있거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도와 주옵소서.” 주님 앞에 기대를 가지고 나왔지만 이 아버지에게는 믿음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은것 같다.
귀신의 힘이 강하다는 생각이 주는 두려움과 누구도 아들을 고칠 수 없었던 경험들이 주는 절망감,
예수님의 제자들이 기도했지만 낫지않았던 일이 주는 좌절감이 그의 믿음을 방해했을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그를 보시며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믿음이 없으면 책망을 받고 아무것도 주께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님은 믿음이 있는지 되물으시면서 믿음을 가지기를 격려하신다.
아이의 아버지가 그런 주님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소리 지르며“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 주소서.”라고 대답하였다.
우리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숱하게 경험하고 들었음에도 여전히 환경이나 의사의 말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 안에 환경을 뛰어넘는 믿음이 있다면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지라도 하나님을 바라고 믿음의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만일 내가 그 상황에서 기도하지 않았다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하지못했을 것이다.
이 일이 나로 하여금 눈앞의 상황이나 경험에 갇히지 말고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도전을 주었듯이,
친구도 살아계신 하나님을경험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는 동역자들이 계시다면,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워서 하나님의 역사를 더 깊이 있게 경험하고 믿음이 견고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