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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는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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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 나라사랑

2015_09_clom02

윤현숙 목사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내다보면 밤새 내린 눈에 온 세상이 새하얗다. 반사되는 빛에 눈이부시기는 해도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눈 덮인 세상을바라보면 평안함이 느껴진다. 이른 아침부터 눈길을 조심스럽게 오가는 사람들과 차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어린 시절 눈이 오면 즐거워 어쩔 줄 모르며 나가 놀았던 기억이 난다. 추운 날씨에도 동네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했었다.

막 군에 입대한 신병이 눈이 내리던 날 어머니와 통화하며“엄마! 하늘에서 쓰레기가 막 떨어져요.”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아무리 눈치우기가 힘들어도 그렇지 어떻게 눈을 쓰레기라고 하나’싶어서 웃었는데,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눈이 오면 미끄러운 길과 눈이 녹은후에 지저분해질 도로사정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에게도 눈이 오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낭만은 다 잊어버리고 삭막해져 있는 나를 보게 된다. 할 일이 많고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똑같은 상황인데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질수밖에 없음을 느끼게 된다.
옛말에‘사랑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인다’는 말이 있다. 막내 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났는데 병원에 다녀도 잘낫지 않아 온 가족이 걱정했었던 기억이 있다.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제부에게 그때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는 아내 얼굴에 여드름이났었는지도 몰랐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놀랐었다. 동생이 얼굴을 가리고 다닌 것도 아니고 감출 수 있는 곳도 아니니 못 보았을 수는 없고 사랑으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여드름이 흠으로 보이거나 마음에 걸리지 않았던 것일 게다. 제부의 말을 들으면서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어디 외모뿐이겠는가? 사랑에 빠지면 다듬어지지 않은 성품이나단점들까지도 눈이 가리어져서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문제로 보이기 시작한다. 사역을 하면서 여러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가까운 가족이나 배우자의 성품이나말투 또는 습관이 못 마땅하게 여겨져 힘들어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된다. 가장 가깝고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해서 고통스러워하며 정말 사랑하고 싶고 노력도 하는데 잘 안된다고 고백한다.사실 우리 모두가 이런 문제를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의 단점이 눈에 들어와 이런 감정들로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일까?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느니라 잠10:12

 

우리 대부분은 이 말씀을 다른 사람이 허물이있어도 사랑으로 덮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내 안에 사랑이 있으면 어떤 허물도 덮을 수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몇 번은 눈감아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아도 허물이보이고, 넘어가고 싶어도 자꾸 마음에 걸린다는것이다. 내 안에 그 허물을 덮을만한 사랑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의 마음에사랑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움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못마땅하게 여겨지고 작은 일에도 다툼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움이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고 불화를 일
으키고 분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동시에 성경은 계속해서 드러나는 허물들을 반복해서 덮어줄 수 있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또한 가르쳐준다. 사랑은 못마땅한 것을 보고도 넘어가 주는 정도가 아니라 내게 상처를 준 사람까지도 용서할 수 있고 그들의 약점과 죄까지도 용서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 이런 사랑이 없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까운 사람의 단점을 보지 않고사랑스럽게 보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해 괴로울 때가 적지 않다. 사랑이 없는 나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고 단점을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써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요일4:7

 

성경은 사랑은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 말한다. 그러니 사랑할 수 없는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사랑이신 하나님 안에거해야 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이신 하나님 안에 거할 때 사랑할 수 있는 힘이 공급된다.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버리는 콩깍지가 아니라 영원한 콩깍지가 우리 눈에 씌워지는 것이다.창가에 앉아 눈으로 덮여 깨끗하고 아름답게 바뀐 풍경을 바라보면서 문득 내 모습이 떠올랐다.분명 어제까지도 페인트가 벗겨져 시커멓던 지붕들과 낡고 녹슬어서 보기 흉했던 건물이 눈에 거슬렸었는데, 밤새 내린 눈에 거슬리던 것들이 다가리어지고 하얗게 빛나는 새 지붕, 새 건물로 변해 있다. 건물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밤새 온 눈이 건물을 덮어 그렇게 만든 것처럼, 내가 그렇게덮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 은혜를 입으면 아무리 더럽고 추한 모습도그것이 남이든 나 자신이든 흰 눈같이 정결하게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큰 사랑으로 우리를 덮으시며“내가 너를 그렇게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그렇게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 먼저 사랑의 본을 보이셨다. 그리고 나를 덮으신 그사랑이 우리를 통해 흘러가서 다른 이들의 허물과 연약함도 덮이기를 원하신다.이 글을 읽는 동역자들의 삶에도 위로부터 덮으시는 아버지의 사랑이 넘쳐나기를 기도한다.

 

성경은 사랑은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 말한다. 그러니 사랑할 수 없는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사랑이신 하나님 안에 거해야 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이신 하나님 안에 거할 때 사랑할 수 있는 힘이공급된다.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버리는 콩깍지가 아니라 영원한 콩깍지가 우리눈에 씌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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