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전임목사칼럼 겸손한 동행
겸손한 동행

겸손한 동행

264
0
전임목사칼럼 – 초대

2015_09_clom02

윤현숙 목사


올 겨울방학에는 마이애미 집회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좋은 분들과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마치 얼었던 땅이 녹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피곤한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는 데는많은 시간이 걸렸다. 서울을 떠날 때는 몹시 추웠는데 그곳은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 같았다.  하루는 바닷가에 나갔는데 눈앞에 펼쳐진바다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렇게 여유를 만끽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바로 뒤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옆구리에 뜨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유리병이 터지는 소리도 나고 타이어 타는 냄새도 났다. 순간적으로나는 폭탄이 터지고 총알을 맞았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다. 머릿속에는 경보가 울리는데 그런데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잠깐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하면서 멍하니 서 있었다.알고 보니 바로 뒤에 서있던 사람을 가득 태우고 출발하려던 관광버스의 타이어가 터지면서 밑에 있던 돌들을 튕겨낸 것이었다. 다친곳을 보니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숙소로 돌아왔고, 이후로 상처는 이주 정도 지난 뒤 잘 아물었지만 마음에 충격은 남게 되었다. 다른 부위에 맞았으면 더 크게 다쳤을 테니 하나님이 보호하셨다고 생각되었지만, 한편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앞날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될 것을 믿고 살아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예상치 않은 위기를 만나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된다. 나 역시 이 사건을 계기로 내삶에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삶과 죽음이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장 평안하고 안전하다고느끼고 있을 때 그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더욱 놀랐고, 조심한다고안전한 것이 아니고 위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그 사건을 통해 나는 내가 바로 앞의 일도 예측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성경에는 우리가 한 치 앞의 일도 알 수 없는 존재들이기때문에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는 경고의 말씀이 많이 나와 있지만,대부분의 사람들은 천년만년 살 것처럼 미래를 계획하고 살면서 그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살아간다. 야고보서 4장 13절에서 야고보 사도는“들으라 너희중에 말하기를 오늘이나 내일이나 우리가 어떤도시에 가서 거기서 일년을 머물며 장사하여 이익을 보리라 하는 자들아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못하는도다”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주권과 허락하심이 아니면 우리의 계획들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살라는 뜻이다. 인생은 잠깐 보이다 사라지는 안개와 같고 해가 지면 시드는 풀 같은 것이다. 그래서 다윗은 시편에서 내 인생의 마지막이 언제이며 어느 때에 내 삶의 끝이 오는지 알려달라고 기도한다. 왜냐하면그의 삶이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는 것을 알았기때문이다. 인생이 짧은 것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다윗의 고백처럼 주님께만 소망을 두고 살아야한다.

사역하면서 젊은 엄마들을 만나보면 아이들을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어릴때는 어떻게 키울지 크고 작은 질병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 힘들어하고, 사춘기가 되면어떻게 대화하고 양육해야 하는지 어려워한다.그러면서 어려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나도 큰 아이를 키울 때는 미숙한 엄마로 개구쟁이인 아들을 키우기 힘들어 빨리 자라기를바랐는데, 막상 다 크고 나서는 그때가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곧 자라 엄마의 품을 떠나고 그 시간은 다시 오지않기 때문이다.

아이 키우는 일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일들이 마찬가지이다. 나중에 후회하고 지나간 시간을아쉬워하지만 어려운 시간이 오면 또 그 시간이지나기를 눈 딱 감고 기다릴 때가 많다. 소설가 톨스토이는“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은바로 이 순간이며 또 가장 중요한 사람도 바로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굳이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오늘 허락된 순간순간이 중요하며 그 시간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 내게주어진 일들이 의미가 있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참 귀하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시작된 일상의 소소한 일들과 늘 만나는 익숙한 얼굴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작은 사건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나에게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주셨다. 여전히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며 살지만 한계를 보고돌아온 내 삶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만일 오늘만 산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매일 스로에게 질문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동역자들의 삶에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을 겸손하게 주님과 동행하며 보낼 수 있는 지혜와 평강이 있기를 기도한다.

 

03-전임목사

 

댓글을 남겨주세요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