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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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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 초대

2015_09_clom02

윤현숙 목사


지난주에는 오래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한 자매를 만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물었더니 최근에 주로 하는 일이 소개팅이라고 했다. 그동안 배우자에 대해 이런저런 조건을 많이 따졌었는데, 이제는 하나님의 뜻이면 어떤 청년이라도 만나보고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한 청년을 만나 이야기해보니 사람이 무난하고 좋아보여서 웬만하면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주 앉아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일어서는데 보니 너무 뚱뚱해서, 하나님의 뜻을 두고 기도한 것은 생각도 나지 않고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했다. 벗어놓은 자켓이 좀 과장해서 말하면 천막 같더라고 하니 나 역시 공감이 갔다. 그 자매뿐 아니라 사역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이 평상시에 기도할 때는 하나님의 뜻이면 좀 못 생기거나 머리칼이 없어도 결혼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만나면 하나님의 뜻은 온데간데없고 자기 생각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또 어떤 자매는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어떤 형제와 결혼하라고 하셨다는데, 그 형제는 아무런 반응이 없고 교회 내에 같은 음성을 들은 자매가 여러 명이어서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자기는 싫지만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해서 마음에 내키지 않는 결혼을 감행해야 한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결혼 뿐 아니라 인생의 크고 작은 선택을 앞두고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기도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많은 분들이 하나님의 뜻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 가운데 나의 뜻은 하나님의 뜻과 다르고, 내 뜻은 하나님께서 인정해 주시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사야서를 통해 내 생각이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르다는 말씀을 자주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타락한 마음에서 원하는 생각들은 하나님의 뜻과는 다른 경우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어떤 목사님은 하나님의 뜻을 잘 모르겠으면 내가 원하는 것과 정반대로 하면 된다고 유머러스하게 말씀하시기도 한다.

나 역시 예전에는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은 하나님의 뜻을 묻기가 겁이 나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헌금을 작정하는 시간이 되어서 하나님께 얼마 헌금할지 질문해 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전 재산을 내놓으라고 하실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두려웠었다. 내 마음에 원하는 것을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보니,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은 하나님 뜻을 묻지 않고 행동에 옮기기도 했다. 알면서 순종하지 않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 가운데 기도하게 되면서, 그런 생각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몰라서였음을 깨닫고 회개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하겠다고 말할 때, 속마음은 기쁨이나 신나는 감정이 아니라 짐이나 부담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면 좋은 것을 주시고 보호해 주실 것이라는 마음보다는,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키실 것이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마태복음 6장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의 뜻대로 하는 기도에 대해 가르쳐 주신 후에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 하나님은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고 계신다.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로써 매일의 삶에서 우리가 필요한 부분을 채우시고 세밀하게 돌보시는 그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할 것에 대해 말씀하고 계신다. 들의 백합화와 공중의 새를 먹이시며 오늘 있다 내일이면 사라지는 풀 하나도 아름답게 입히시는 하나님께서, 새나 풀과 비교할 수 없이 귀한 자녀인 우리는 얼마나 더 세밀하게 보살피시겠는가. 세상 모든 아버지들도 자식에게 좋은 것을 줄줄 아는데, 하물며 하나님 아버지는 얼마나 더 좋은 것을 주시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하신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나가 기도하면서도 여전히 염려하고 안정감이 없어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를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하겠다고 결단하는 것이 무거운 십자가를 지는 듯한 심정이라면,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아버지 되심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님은 우리가 이렇게 기도하는 것은 무엇을 먹을지 입을지 늘 염려하면서 돌이나 산같이 인격적이지 않은 신에게 비는 이방인의 기도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어떤 경우는 하나님의 뜻을 구할 때 현재의 내 판단이나 소원과 전혀 다른 것을 주실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내가 구하기 전에 내게 있어야 할 것을 아시고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고자 하는 선한 뜻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하나님의 뜻이 나에게 가장 귀한 것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있다면, 먼저 아버지의 돌보심과 보호하심, 평강과 기쁨 주심을 믿고 기대와 소망으로 나아가야겠다. 하늘의 아버지께서 그 얼굴빛을 비추사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나아가는 모든 동역자들에게 평강주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