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

트루먼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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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힐링시네마
트루먼 쇼 Truman Show

 

작가 이애경

 

시편 139편 3절의“주께서 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오며 나의 모든 길과 내가 눕는 것을 살펴보셨으므로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시오니”이 성경구절 만큼 이 영화를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설정. 하지만 주님의 자리에 누구를 놓느냐에 따라 나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그 분이 하나님이시라면 안심되고 감사하겠지만, 하나님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통제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생이 나와 일면식도 없는 전 세계의 17억 시청자에게 방송된다면,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쇼로 전락된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혼란에 빠질 것이다. 당신은 어떤‘주님’의 보호 아래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 ‘트루먼 쇼’ 는 가짜 주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진짜‘주님’의 손길을 찾아 떠난 진짜 남자 트루(true) 맨에 관한 이야기다.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는 언제나 얼굴에 익살스런미소가 가득한 샐러리맨이다. 대학교 때 실비아라는 여성에게 첫 눈에 반했지만, 이유를 모르고 누군가에 의해 강압적으로 생이별을 했다. 이후 메릴이라는 여성과 결혼을 하고 보험회사에 근무하며 살고 있지만,언젠가 실비아가 살고 있다는 피지로 여행을 가겠다는 꿈을 꾸고있다.

평범한 그의 삶에 작은 파장이 일기 시작한 것은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기구 하나(실제로는조명 기구)가 그의 집 앞에 떨어진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어 어린 시절 폭풍우에 휩쓸려 익사한 아버지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등 자신이 살고있는 씨 헤이븐(Sea Haven)과 그곳을 둘러싼 주변의 삶이 조금씩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실 트루먼은 하루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그의 모든 생활이 생방송되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트루먼 자신만 모른다는 것이다. 쇼가 기획됐을 때 태어난 5명중에서 선택받았고, 30여 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탄생과 성장, 사춘기, 결혼 등 모든 과정을 함께지켜보고 울고 웃었다. 그와 함께 테크놀로지는 발달했고, 한 개로 시작된 카메라는 점점 늘어나 현재 그의 주변에는 5천개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그를 촬영하고 있다. 집과 회사를 오가는 그의 생활 반경은 거대한 세트장으로 구성된 스튜디오이고, 달로 보이는 하늘 위의 커다란 행성체에서는 바로 이 세트를 지휘하는 프로듀서 크리스토프가 존재하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스타지만 정작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과장된 표정과 제스처로 가끔씩 일상에 광고를 집어넣는 부인 메릴, 트루먼을 감시하고 밀착수비를 할 수 있게 붙여진 친구말론, 이웃들과 직장 동료 등 트루먼의 주위에 존재하는 사람들은모두 배우다. 프로듀서인 크리스토프는 그 모든 것을 조정하고 작은 한 나라가 벌어들이는 만큼의돈을 벌어들이는, 이 최고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권력을 휘두른다.

대학 때 트루먼은 이상형인 실비아를 만나는데 그녀는 그에게 “모든 것이 쇼다. 이 모든 것이 너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고 다들 너를 보고 있다.”라고 진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사실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스텝들이 그녀를 트루먼으로부터 떼어내 버린다. 트루먼은 오랫동안 여인을 그리워하며 피지섬으로 가려고 애쓰지만 부인은 함께 가길 거부한다. 혼자라도 떠나려고 온갖 수를 다 써보지만 비행기 예약은 모두 차버려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며 버스는 출발도 전에 고장이 나버려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트루먼을 섬에 가둬놓기 위한 연출이다. 이과정에서 트루먼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차츰 발견하게 되면서 친구와 가족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트루먼이 유일하게 도망칠 수 있는 길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일이었지만, 아버지가 익사한 트라우마가 있는 그에게 물이란 엄청난 공포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카메라로 부터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하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을 먹고 보트를 끌고 바다로 나간다. 죽음을 무릅쓰며 폭풍을 헤치고 나갔지만, 수평선 끝에 배가 부딪히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트루먼이 모든 것을 알아버린 이상, 30여 년간 이끌어온 쇼가 막을 내리게 될 위기에 처하자 프로듀서는 트루먼의 심리를 조종하며 그가 익숙하게 살던 세상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지만 그는 세트장의 문을 열고 자유를 향해 나간다.

 

우리의 삶에도 조종자이자 통제자인 가짜‘신’이 존재한다

프로듀서인 크리스토프는 영화속에서 ‘트루먼 쇼’를보는 사람들에게는 신적인 존재다. 그의 말한마디에 모든 것이 조정되고 통제된다. 트루먼을 선택한 것도 크리스토프이고 그를 키워낸 것도, 그를 ‘스타’로 만들어낸 것도, 그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준 것도 모두 크리스토프라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트루먼을 인간으로서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모든 인생을 지켜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트루먼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통제하고 제어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조종한다는 것은 죄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만들어놓은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도록 주입시킨다. 그는 우리가사는 세상은 역겨운 곳이며 세트장 안인 그곳, 씨 헤이븐이 천국이며 완벽한 곳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과 미움을 갖고 있는 그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은 조작되고 조종당하고 통제되었다. 주인공인 트루먼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주변의 모든 조연, 엑스트라들의 삶이 모두 한 사람의 권력에 휘둘렸다. 하지만 쇼가 끝나버리자 시청자들은 순식간에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 채널을 돌렸다. 그는 결국 신이 아니라 채널을 돌리면 잊혀져버리는, 단순히 소비되는 프로그램을 만든 연출가에 불과한 것인데도 말이다.

우리의 삶 곳곳에도 통제자이자 권력자인 크리스토프가 숨어있다. 그는 돈이라는 형태를 띠고 찾아오기도 하고, 권력이나 명예 등의 형태를 띠고 우리의 삶을 통제하기도 한다. 그 통제자는 그가 만들어놓은 세상이 최고라고 말한다. 돈이 있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라고 속삭이고, 권력이 최고라고 말하고 내 인생을 조종하고 통제하려 한다. 당신에게는 당신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크리스토프가있는가.

 

하나님을 모방하기 좋아하는 사단

이 모든 것이 세트장이고 현실을위장한 가짜였다는 것을 깨닫기전까지 트루먼은 평범한 사람으로살았었다. 하지만 그가 느끼지 못했을 뿐 삶은 언제나 조종당하고있었다. 해가 뜨고 지는 것, 비바람이 부는 것, 차가 막히고 교통이통제되는 것 등 모든 소소한 일거수일투족이 주인공인 그를 중심으로 통제되고 제어됐다. 그는 사는데 불편함은 없었으나 뭔가 부자연스러웠고 아무도 그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진실을 알려주려고 하는 사람들은 추방되었다.

트루먼은 탐험을 좋아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가로막고 바깥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제어당하는 삶에 익숙해졌다. 영화 중반에 트루먼이 그 지역을 벗어나려고 다리를 건너가려고 하자, 부인인 메릴은 그에게 이 다리를 못 건너간다며 안전하게 느끼는 집으로 가라고 그를 저지한다.

재미있는 것은 트루먼이 30년이넘는 시간 동안 자기가 속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영화에서는 그들이 “현실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짤막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대답을 해준다. 세트는 최고의 현실성을 추구해 실제처럼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세트는 세트일 뿐이다. 그건 실제가 아니었다. 하나님처럼 만물을 창조하지 못하고 모방 밖에 할 수 없는 사단의 한계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트루먼이 자신이 익숙했던 영역으로부터 도망쳐 세트장 끝에 다다르자 크리스토프는 그에게 일대일로 대화를 시도한다. 트루먼이 “당신은 누구냐?”고묻자그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TV를 만드는 창조자”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가짜였다고 하는 트루먼에게 그는 이 세상에는 진실이 없지만 자기가 만든 그곳은 다르다고, 이 세상은 속임수와 거짓뿐이지만 자신이 만든 세상에선 두려운 것이 없다고, 트루먼은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자신이 그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고 그래서 잘 안다고, 그는 여기 속해 있다고 말한다. 온갖 거짓말과 감언이설로 트루먼을 유혹하고그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심어주려고 한다. 하지만 자기안에 감추어진 용기와 모험심이되살아난 트루먼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계단 위로 올라가 세트장 문을 열고 나간다.

 

‘닻에 쓰인 139’, ‘독수리 문양’등 영화 속 숨은 상징들

트루먼이 보트를 타고 나갈 때인상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는 올린 닻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139라는 숫자와 독수리 형상을 한 배머리 부분이다. 특히 139라는 숫자는 시편 139장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 영화가 연상되는 “주께서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오며 나의 모든 길과 내가 눕는 것을 살펴보셨으므로 나의 모든 행위를익히 아시오니”라는 구절이 시편139장에 있음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개연성이 너무 깊다.

특히 가짜로 지어진 세트에서 살던 트루먼이 바다를 항해해 수평선이라고 여겼던 세트장의 끝에 도달했을 때, 즉 그가 ‘조종자’의 손아귀에서 떠나 갈 데도 없고 피할 데도 없다고 느껴졌을 때에도 하나님의 손은 나타났다.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거주할 지라도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시139:9-10).”트루먼은 가짜의 세상을 벗어날 용기를 냈고 하나님이 내미시는 손을 붙들고 인도하심을 따라 문을 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간 것이다.

두번째눈여겨볼것은성경에서 많이 인용되는 새로, 강하고 용맹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독수리가 영화에 사용됐다는 점이다. 독수리는 부리가 날카로우며 예리한 시력과 힘을 지닌 새로 정의되고 있는데,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이끌고 나오실 때“독수리의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다(출 19:4)” 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 새다. 그런 독수리 문양이 트루먼이 타고 있는 보트의 배머리에 조각되어 강력한 이미지를 내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장면이다. 트루먼에게 참된 자유와 삶을 이끌어준 것은 결국 하나님의 손길이고 보호였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프로듀서인 크리스토프는 마치 그를 죽일 것처럼 폭풍을 만들고 트루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다했다. 사람들은 모두 트루먼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날 막을 생각이라면 날 죽여라’고 다짐하고 나간 트루먼의 승리였다. 진정한 시편 139편의 말씀을 받들고 독수리 날개로 업고 인도하신 하나님의 승리였다.

 

우리는 세트장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어있는가

“언제나 떠날 수 있었지만 시도하지 않았어. 마음만 먹으면 진실을 알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않았어.” 크리스토프는 실제로 트루먼을 사랑하게 된 실비아가 트루먼을 원숭이로 만들고 새장 안에 가둔 것이라고 항의하자 이렇게 이야기한다. 트루먼은 밖으로 나갈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트루먼은 이런 세상에 익숙하다고.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트루먼의 인생이 능동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수동적으로 바뀌게 된 건, 혹시 크리스토프를 포함한 트루먼쇼의 제작진들과 시청자들이 아니라 트루먼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상황이 나를 지배하게 만들고수동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 결국 우리가 선택한 길이 아닐까하는 질문이다.

킹덤 멘탈리티를 갖고 살지 않으면 트루먼의 삶은 곧 나의 삶이되는 것과 같다. 무소부재하신 하나님을 나의 일어섬과 서심을 아시는 주님의 자리에 놓지 않으면,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세상의 권력자인 사단의 손아귀에서 휘둘리며 조종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세트장 안은 익숙해 편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진짜가 아니라 세트일 뿐이다. 진실은 세트장 너머에 있으며 그 진실에게 가는 길은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저 너머에 그분이 계신다는 믿음과 현재 안락하다고 생각되는 상태를 떨쳐내고 참된 세상으로 나가려고 하는 용기 말이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던적은 없는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하는 일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지만 두려움에 휩싸여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진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너무 현실적이어서 마치 진실인 것처럼 착각하고 현혹되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나님이 모든 것을 감찰하시고 돌보시고 보호하신다는 것을 알지만, 직접 용기를 내어 실행할 만큼 행동하는 믿음을 보여주기에 어려운 것은 아닌지. 한 사람의 삶을 생방송으로 온 세계가 지켜본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탄생된 영화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메시지를 발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영화를 통해 도전하고자하는 용기를 얻는 사람들에게는 ‘참된 인간(true man)’으로 변하게 되는 촉매제가 되는 영화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