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러짐

어우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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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 어우러짐

윤현숙 목사

올해에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쉬빌에 있는 <빌리그래함센터>에서 열리는 북미주 「킹덤빌더 스쿨」에 다녀왔다. 같은 장소에서 여러 번 모임을 가져서 그런지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익숙한 시간을 보냈다. 스쿨을 마치고 북미주 스텝들과 쉬면서 잠시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우연히 성격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매번 하는 성격검사가 조금씩 결과가 달라진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가족은 어떤 성향이라고 나왔는지에 대해서도 나누다보니 각 사람이 참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나는 성격이 사교적이지 못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데 비해, 어떤 사람들은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솔직한 표현으로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칭찬받고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주목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모든 것을 꼼꼼하게 챙겨서 실수가 적은 사람도 있고 시작은 요란한데 거의 끝맺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차이들은 선천적으로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성장하면서 환경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격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분류하고 정해진 유형에 끼워 넣으려는 시도가 싫기 때문이다. 또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좋아하고 다른 성격을 가진 사
람들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어서, 편 가르기 하는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될 때도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들을 서로 다르게 만드
셨고, 그렇게 하신 데에는 분명한 목적과 뜻이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로마서 12장 4-5절에서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니니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많은 지체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게 만드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 교회 안에 다양한 은사를 주시는 목적은 교회의 일치와 유익을 위한 것이다. 또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인 것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다. 그런데 여기서 성도들이 연합해야 하고 하나여야 한다는 뜻이 개인의 기질이나 개성을 꺾어버리고 모든 성도가 똑같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은 지체로서 하나가 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다양성을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교회 안에서 눈에 띄는 복장을 하거나 예배 중에 세속적인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들이 많다. 나 역시도 자랄 때 교회에서 기타를 치면 큰일 나는 것으로 여겼었다.

 

‘온누리교회’를 다니면서 귀를 여러 군데 뚫은 남자청년이 열린 예배 시간에 머리를 바닥에대는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놀라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얼마만큼 교회 안에서 다양성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교회생활과 예배의식의 획일성에 만족한다. 지루하고 따분하며 단조롭고 죽어있는 예배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몸의 지체를 다양하게 창조하신 것은 우리들 각자에게 주신 은사와 맡기신 역할들을 잘 해낼 때 풍성한 예배와 다양한 사역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사실 나와 다른 모습의 생각, 은사를 가진 지체는 예배와 공동체 생활을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쉽게 해내는 다른 사람이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러므로 나와 다른 지체를 인정하고 감사하고 격려하고 사랑하면서 함께 자라갔으면 좋겠다. 서로의 다양성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감사할 때 삶의 크고 작은 다툼들이 사라질 것이다. 집을 지을 때 시멘트와 나무와 돌과 철 등 각기 다른 재료를 써서 한 건물이 지어지듯이, 주님께서 우리를 각기 다르게 창조하신 것은 계획과 목적이 있다.

 

서로 합쳐야 온전한 건물이 세워지듯이, 지체들이 서로 어우러져 튼튼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룰 때 하나님께서 바라보시고 기뻐하실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다른 주변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 하면서 그들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분이 계시다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부르시고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기억하면서 서로를 축복하고 격려하면서 살아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