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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있는 첫 계명

약속있는 첫 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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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 약속있는 첫 계명

윤현숙 목사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을 몰고 가을이 왔다. 바쁜 사역 일정 때문에 정신없이 추석 명절을 맞이했는데, 이번 추석에는 올 겨울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나의 어머니는 14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대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거의 가망이 없다고 하였었는데,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일으켜 주셨다. 그 후 비록 전처럼 건강하지는 못하셨지만 불편한 몸으로 잘 살아오셨다. 그런데 지난해 다시 뇌출혈이 있어서 수술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깨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사역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만큼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그만큼 더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가 가신지 몇 달이 흐른 지금 그간의 변화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사람들이 가진 상처를 치유하는 사역자로서 자녀에게 상처를 준 부모들을 책망하는 마음이 많았었다. 어릴 때는 누구나 부모에게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는데 절대적인 존재에
게 받은 상처는 자란 후에도 하나님과의 관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면서 보았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부모로써 자녀를 기르면서 준 상처들을 돌아보면서 후회도 하고 하나님께 회복시켜 주시도록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 역시 아픈 어머니를 돌보느라 힘들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너무나 그립다. 그 시간은 하나님이 어머니와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시간이었다는 것을 가슴 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기쁘게 해드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 주변에는 부모님을 돌보느라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사는 젊은 자녀들이 있다. 전에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위로했는데, 이제는 그래도 그 시간을 감사하라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지켜보고 계시고 힘이 되어 주시니 힘을 다해 부모님을 사랑하고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잘 돌보아 드리라고 말한다. 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부모님 살아계신 사람이 부럽다고 하면 대부분 잘 받아들인다. 홀로 치매인 엄마를 돌보며 사는 한 자매는 나와 이야기한 후 삶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먼저 사랑이 없는 것을 회개하고 나니 자기처럼 부족한 딸을 사랑해주시는 것이 감사했고, 어머니와의 관계, 어머니를 자신에게 맡겨놓은 형제들에 대한 원망도, 삶에 대한 비관적 자세도 달라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인 예배가 달라졌다고 한다. 미래에 대해서도 달라지거나 좋아질 것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힘들었다면, 이제는 어머니도 좋아지실 것을 믿는다고도 하였다. 내 감정, 상처, 내 삶만 생각하는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과 사랑이 하나님으로부터 부어지는 것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어서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모공경과 똑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요즘 우리나라도 부모에 대한 공경심이 많이 흐려진 것 같아 안타깝다. 얼마전 전남 진도군의 한 마을에서 내건 현수막이 화제가 되었다. “에미야 어서 와라! 올해 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해주마!”라는 문구였다. 그동안 시집살이에 지친 며느리들이 명절에 시골을 내려가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시골로 내려오는 며느리들을 환영하는 표현이다. 또 이따금 뉴스에서 부모 자녀 간 학대 상해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보게 되는데, 이것은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상담하다보면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자녀들이 많고 또 마음속에 분노를 품을 만큼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들도 있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경 받을 만한 자격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언약의 백성에게 십계명을 주시면서 하나님 사랑에 이어 가장 먼저 부모를 공경하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모든 자녀에게 주어졌다.

 

하나님께서는 자녀로써 부모를 사랑하는 것이 때로는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 에베소서 6장 2절에서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고 말씀하신다. 자녀로써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는데 말씀대로 사는 사람에게 하나님께서는 축복을 약속하신다. 이 말씀을 문자 그대로 부모공경하는 사람은 이 땅에서 장수하고 잘 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 말씀은 자녀에게만 해당되는 약속은 아니다. 부모에게도 자녀가 하나님의 선물임을 깨닫고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사랑으로 양육해야할 책임이 있는데, 이렇게 부모를 공경하는 자녀와 자녀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잘 양육하는 부모에게는 하나님께서 생명과 축복을 약속하신다. 명절마다 가족들이 모이면 즐겁지만은 않은 것이 우리네 현실이지만, 이 땅의 모든 자녀들이 약속을 주시고 격려하시는 하나님을 힘입어 마음을 넓히기를 바란다. 모든 동역자들의 가정이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서 대대손손 복된 가정이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