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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열심

하나님의 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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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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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숙 목사


아침에 한 자매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하루 24시간 하나님을의식하고 그분의 뜻에 순종하며 살고자 노력하는데, 살면서 기쁨이 사라지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낙심이 되기도 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무엇을더 해야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지금껏 많은 청년들을 만나보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어린 나이에 그렇게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고 구하는 삶을 사는 신실한 젊은이를 만나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답을 주고자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문제가 그 자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도인이 되고 나면 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하나님을기쁘시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을 내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목표를 정하고는 지칠 때까지 헌신해 보기도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불가능한 목표처럼 여겨진다. 또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하나님을 위해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현재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친밀함을 누리고 있는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노력과 상관없이 고통 가운데 먼저 찾아오시고, 하나님 앞에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우리를 긍휼이 여기시고 은혜 베푸시는 하나님이심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완벽하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우리를 용납하시며 하나님의 자녀로 살면서 만족하고 아버지의 사랑과 풍성한 은혜를 누리길 원하신다. 그런데도 우리는 있는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못하고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열심을 내려고 할 때가 많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목사 안수를 받고 나니 평신도 때와는달리 하나님 앞에 더 열심을 내고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그래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애를 쓰게 되는데, 특히 말씀을 전하는 일에 있어서는 열심을 내며 속을 태우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보통은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감동을주시는 본문을 선택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해석하고 전달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내 방법대로 온갖 열심을 내며 설교를 준비한다. 기도하면서 말씀을 오랫동안 묵상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되는데, 주석과 자료들을 찾아보는데 시간을 다 보내고나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는데도 여전히 막막할 때 비로소 ‘정말 기도해야 되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럴 때 간절히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면 말씀을해석할 수 있는 통찰력을 주시기도 하고 이제까지 생각지 못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하나님의 말씀이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경험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왜 진작 기도부터 하지 않았을까 후회하곤 한다. 모든 일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 일이 주어지면 옆을 보지 않고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럴 때는 하나님의 음성을 잘 듣지못한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다리며 앉아있는것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방식대로 열심을 내다가 더 이상 길이 없을 때에야 하나님을 찾곤 한다. 실제로 설교할 때도 내가 열심을 내어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되는 날보다 오히려 좀 부족한듯 하지만 하나님을 바라볼 때 더 은혜가 부어짐을 경험 할 때가 있다.

그런 우리를 보시며 하나님은 무엇이라 하실까? 시편 46편 10절에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하나님 됨을 알지어다.”라고 말씀하신다. 이 시의 배경을 살펴보면 외적의 침공으로 예루살렘이 함락당할 위기에 놓이자 히스기야 왕이 먼저 포고문을 펴놓고 기도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인간적으로 보면 사방이 적들로 둘러싸인 위기 상황에서는 군사를 모집하고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같은데 기도의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답답해 보일 수 있다. 또한 힘을 다해 싸워도 이길 수 있을까 말까한 위급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 쉽지 않은 명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부담감 가운데서도 먼저 하나님을 바라본 히스기야에게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밤새 적들이 자기들끼리 싸워 이스라엘은 다음날 아침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승리를 경험한 것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위한 우리의 열심은 쓸모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일들을 붙잡고 우리 힘으로 씨름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실제로 우리가 손을 쓸수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고 의지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을 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열심과 몸부림도 귀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 열심을 내려놓고우리 앞서 일하시는 그 분을 바라며 잠잠히 기다려야 한다. 하나님의 기쁨으로 살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달려가다가 지쳐있는 분이 계시다면, 우리의 연약함과 한계를 용납하시며 품에 안아주시고 예상치 못한 특별한 은혜를 부어주시는 하나님을 만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