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전임목사칼럼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는 주님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는 주님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는 주님

759
0
전임목사칼럼

2015_09_clom02

윤현숙 목사


여름방학 동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쉬빌에서 열리는 제3기 북미주「킹덤빌더스쿨(KBS)」을 다녀왔다.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설렘과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보는 기쁨을 누렸다. 모든 사역들이 좋았지만 내게는 내적치유 시간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참석한 분들이 짧은 시간에 마음을 열고 잘 따라 올 수 있도록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많은 분들의 마음을 열어주시고 내면의 상처를 보게 하셔서 울면서 마음을 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외국에서의 외롭고 힘든 삶에서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그럴수 없었던 묵은 상처들을 쏟아내면서 아파하며 우는 모습을 바라 볼 때, 나 역시 미국에서 살 때의 힘들었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해서 마음으로 함께 울었고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이런저런 의문이 들기도 하고 열심히 기도했건만 크게 기억나는 사건도 없고 눈물도 나지 않아 그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기도 했다.

 

 

오래전에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내적치유 세미나에 참석해서 열등감, 분노 등 한 주제를 갖고 강의를 들은 후 같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많은 참가자들이 울고 소리 지르며 반응을 했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에 상처가 많으면 저렇게 슬프게 우나 싶어서 안타까웠다. 물론 나도 그 분들처럼 내 안의 상처를 깨닫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하며 마음을 하나님께 드렸지만, 그다지 생각나는 것도 감정이 올라오지도 않아서 맹숭맹숭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자 나는 내 안에는 상처가 별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다른 분에게 “저는 상처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했더니 웃으며 아직 때가 안 되어서 그런 거라며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고 말해서 정말 그럴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정말 내 문제와 상처가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 안에 상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모든 문제가 내 문제로 다가왔고, 그럴듯하게 포장해 놓았던 상처가 건드려질 때마다 상처를 치료하기 보다는 그냥 그대로 살고 싶어하는 내적갈등이 일어났지만, 마음을 만져주시는 성령님을 통해 문제가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큰 기쁨과 자유함을 맛보게 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했건만 상처가 생각나지도 않고 아무 감정도 올라오지 않았던 이유는,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내게 상처가 없어서가 아니라 눌러놓고 살면서 누르는 줄도 모르고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시지 않으면 절대로 내면의 문제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평상시에는 마음의 상처에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으면 별일 없다고 안심하면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마음속에서 내가원치 않는 기억이 자꾸 떠올라 고통스럽기도 하고 분노나 두려움, 미움 등 마음에서 올라오는 감정들을 통제할 수 없어서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런 마음을 감추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써서 누르고 감추며 아닌 척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많은에너지를 소모하며 남모르게 고통 받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또 언제까지나 감정을 잘 누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따금 상처와 연관된 상황이되면 울컥하고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상처가 있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내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속은 곪아 있는데도 그런 모습을 내놓고 직면하고 치유 받겠다고 하기보다는 포장하고 덮으려고 한다. 하나님 앞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우리는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감정을 통제하고 이겨내야 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꼭 그렇게 울고 감정을 토해내어야만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는가 하고 의문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시편 62편 8절에서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라고 말씀하신다. 실제로 성경에 나오는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은 살면서 생기는 분노나 원수 갚고 싶은 감정들을 하나님 앞에서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내놓았다. 그렇게 감정을 토하며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받아주시고 위로해주시므로 용서와 사랑의 마음으로 회복되었다. 처음부터 선한 감정만 가득한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기도로 토한 후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부드러운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의 상처 난 마음을 고쳐주시도록 내어드려야 한다.

내 마음을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맡겨드리게 되면 마치 수술대위에 올라가는 것처럼 두려울 수 있다. 주님이 수술하시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얼마나 아플지 두려울 수 있지만 주님을 신뢰함으로 나아갈 때 우리의 상한 마음을 고치시고 자유케 하신다. 친절한 의사처럼 하나님은 우리의 상처 난 마음, 더러워지고 굳어져 돌같이 딱딱해진 마음을 제거하시고 새살이 돋아나게 하신다. 아프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 마음이 치유되고 회복되어 새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답답해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 마음을 토할 때,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돌같이 굳어진 마음이 녹아지고 자유해져서 해맑은 얼굴로 변하게 되었다. 그 모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4박5일간의 스쿨 일정으로 진을 다 빼고 녹초가 되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나 하나님께서 자신을 새롭게 해 주셨다는 간증을 들으며 돌아오는 발걸음에는 새 힘이 넘쳤다. 우리 안에 어떠한 상함이 있을지라도 용납하시고 고쳐주시는 주님의 회복의 역사가 모든 상황 가운데 시시로 마음을 토하며 나아가는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깊은 평강으로 경험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