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DOM LIFE &
음악
바흐의 치유음악, 「골드베르크 변주곡」
미국 인디애나 음악대학원 졸업 / 현 서울과학기술대학 출강 김애엽
사랑이 많으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인간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로 주셨다. 인간들은 음악을 사랑하며 음악으로 인해 위로 받고 즐거워한다. 이젠 음악이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도 없다. 하나님께서는 선물로 주신 음악으로 다시 사람을 통하여 찬양 받기를 원하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찬양을 기뻐하신다. 우리로부터 그 분을 높여 찬양하는 소리를 듣기 원하신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함이니라 사43:21
우리 인생의 목적은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이다. 찬양은 단지 소리로만 드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목소리로, 삶으로, 마음으로, 생각으로 찬양을 드릴 수 있으므로 호흡이 있는 자는 누구나 하나님을 찬양 할 수 있다.
그런데 사탄도 부지런히 자기가 찬양을 받으려고 한다. 이 세상의 음악에 깊이 침투하여 음악으로수많은 사람을 타락시킨다. 음악을 들으며 살인하고, 음악을 들으며 자살한다. 음악으로 인해 폭력과범죄가 일어난다. 음악은 영향력이 있다. 음악은 영적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가득 찬세상에서 사는 크리스천들은 어떤 음악을 들으며 어떤 음악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분별해야만 한다.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함을 받으라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 엡5:19-20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마음에 감사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골3:6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기뻐하시는 신령한 음악에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 악한 영은 신령한 음악을 싫어한다. 성경에서는 음악으로 악신을 물리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윗은 수금을 잘 타는 준수한 자로 사울 앞에서 수금을 연주하여 악신을 물리치기도 하였다.
하나님이 부리신 악신이 사울에게 이를 때에 다윗이 수금을 취하여 손으로 탄즉 사울이 상쾌하여 낫고 악신은 그에게서 떠나더라 삼상16;23
이번 호에는 바흐의 치유음악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 바흐의 모든 음악은 치유의 능력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절한 기도 가운데 성령의 감동으로 작곡된 바흐의 신령한 음악들로인해 수많은 영혼들이 놀라운 치유를 경험하며,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하나님을 찬양하게 된다. 바흐가 음악감독으로 일했던 성 토마스 교회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지휘자의 인터뷰내용을 보면, 바흐의 음악이 현재까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원의 대부분은 안 믿는가정 출신이라 처음에는 전혀 신앙이 없습니다. 그러나 성가대원들이 수년간 위대한 영적인 음악인 바흐의 음악을 연습하고 연주하게 되면 나중에는 모두 자연스럽게 열렬한 신앙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의 가장 큰역할은 세속화된 세상 속에서 거룩한 음악을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바흐의 전기 작가인 포켈이 펴낸 전기에 보면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흐에게 많은 도움을주었던 드레스덴 주재의 러시아 대사인 카이저 링크라는 백작이 있었다. 1741년 이 백작은 바흐가 일하던 라이프치히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는 불면증으로 인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사정을 이야기하며 바흐에게 작곡을 의뢰했고 바흐는「골드베르크 변주곡」을작곡하여 선물했다고 한다. 백작은 자기 집에 쳄발로 연주자를 고용해서 밤마다 그 곡을 연주하게했는데, 그 연주자의 이름이 요한 고틀리프 골드베르크(Johann Gottlieb Goldberg)로 그는 바흐의 제자이기도 했다. 이 곡으로 백작은 밤마다 잠을 잘수있게 되었고 백작은“나의변주곡”이라 부르며 대단한 애착을 갖고 골드베르크에게 자주 연주를 청했다고 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 in G Major, BWV 988)
바흐의 이 변주곡(variation)은 음악역사에서변주곡 중 가장 위대한 곡으로, 그리고 바흐의 쳄발로 곡 중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바흐가 작곡한 마지막 쳄발로 곡으로 바흐는 자신의 모든 작곡기교를 이 곡에 쏟아 부었다. 바흐가붙였던 원래 곡명은 “2단의 손 건반을 가진 쳄발로를 위한 다양한 변주를 가진 아리아(Aria with Diverse Variation)”였으나 바흐 사후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18세기 중반 피아노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쳄발로는 16세기 초 이래로 바로크 시대의 최고의 건반악기로 가장 많이 보급되고 연주되었던 악기였는데, 건반의 안 쪽 끝에 달려 있는 잭이현을 퉁겨서 소리를 낸다. 쳄발로(Cembalo)는독일어, 불어로는 클라브생(Clavecin), 영어로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라고 부른다. 바흐는이 쳄발로를 무척 사랑해서 늘 가까이 두고 연주했으며, 새벽에도 악상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몇 시간이고 연주를 했다고 한다. 바흐 자신의 아이들의 음악 교육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했던 악기이기도 하다.
변주곡이란 하나의 주제를 다양하게 변화시킨 작곡법을 말한다. 멜로디, 화성, 리듬, 빠르기,조성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일관된 내용을 변화시키며 다양하게 들려주는데,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하나하나 떼어 놓을 수 없도록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전 곡을 연주하는데 약 한 시간가량 걸리며,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단일 작품으로는 가장 긴 곡이다. 아마도 잠을 재우기 위해 바흐가 무척 길게 작곡한 것 같다.
아름답고 장중하고 우아하며 사색적인 주제의 아리아(Aria)를 맨 앞에 제시하고, 이어서 30개의 변주가 쉼 없이 펼쳐지며, 다시 마지막에 처음의 아리아를 등장시키며 곡이 끝난다. 이 곡의 주제인 아리아는 바흐가 작곡한「안나 막달레나를위한 소곡집」제2권의 사라방드(프랑스 궁정에서 유행했던 느린 춤곡, 원래는 스페인에서 유래)에서 빌려 왔다. 이 주제곡은 밝고 웅장하고 변화무쌍한 수많은 변주곡들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달리 한다. 변주는 대체로 빠르고 경쾌한 장조의 곡으로 구성되다가 중간지점인 15번째의 곡에서갑자기 속도가 느린 곡으로 멈추듯 했다가 다시경쾌한 곡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21번과 25번 변주에서 슬프고 아름다운 단조곡이 나오고, 다시 활발해지다가 처음 곡인 장중한 아리아로 끝을 맺는다.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음악이라 불리는 이 변주곡은, 마치 수학문제를 풀듯이 30개의 변주가 논리적인 연결고리로 엮어져 3의 배수를 이루는(3, 6, 9…) 곡들은 모두 캐논(돌림노래)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곡이 진행되면서 계속 음정이 1도씩 증가하여 마지막 27번 변주에서는9도까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변주에서는 이제까지 지켜왔던 모든 수학적 형식과 엄격한 틀을 일 순간에 모두 무너뜨리고“자유롭게” 라고 제시되어 있는 말대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마치 정교한 퍼즐 쌓기를 하다가 허물어 버리기를 하는 것처럼 매우 해학적인 바흐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완전무결한 구조의 변주곡은 완벽한 형식과 아름다운 선율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인간이 만든 변주곡 중에서 이와 같이 위대한 작품이 다시는 나올 수 없으며, 서양음악사에서 그 어떤 변주곡과도 차별되는 경이로운 독창성을 지닌 곡이라고 평가 받는다. 음악학자 가이링거(K. Geiringer)는“이 거대한 작품은 작곡자의 끝없는 상상력과 최고의 기술적 수완이 발휘된 작품으로서, 18세기의 클라비어 변주곡 중 이와 견줄만한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하였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원래 쳄발로 곡이지만 오랫동안 피아노 연주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음반도 수없이 많이 발매되었다. 그 중에서도 글렌굴드(Glenn Herbert Gould, 1932-1982)의 연주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바흐를 연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불릴 만큼 바흐의 곡들을 훌륭하고 독특하게 해석해내며 아름답게 연주했다. 라이브보다는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레코딩을 선호했던 그는 1955년 그의 첫 레코딩 곡으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했다. 그리고 절대 재녹음을 하지 않는다는 그의 철칙을 깨고1981년 템포를 확연히 느리게 연주하며 죽기 전마지막 녹음으로 다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하였다. 그래서 그의 삶을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같은(아리아로 시작해서 아리아로 끝나는)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한다. 첫 연주 때는 젊고 날카로우며 이지적인 청년으로 천재적인 해석과 매우빠르고 현란한 기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반면, 마지막 연주에서는 매우 명상적이고 사색적이며 정화된 연주를 보여준다. 외모도 늙고 꼬부라져서 거의 건반에 얼굴을 박을 듯한 자세로 입으로는 중얼거리며 연신 소리를 내고 연주 안 하는 손은 지휘하듯 무용하듯 묘하게 움직이며 음악에 몰입된 모습으로 연주한다. 이 음반은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을받고 있다. 굴드는 1981년 4월부터 5월까지 네번에 걸쳐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을 마치고 이듬해 1982년 10월에 사망했다.
글렌 굴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로잘린 투렉(Rosalyn Tureck, 1914-2003)은 내면적 깊이와 진지한 사색의 해석을 들려준다. 그녀는 바흐음악의 여 사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평생독신으로 살면서 바흐 음악의 본질을 찾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정통적인 바흐음악의 해석자로 평가를 받는 그녀의 골드베르크 음반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교과서라 불린다. 굴드는 자신의 십대 때부터 투렉의 영향을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곤 했다. 그는 “로잘린 투렉 이야말로 내가 보기에 바흐를 제대로 연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투렉의 연주는 정직한 연주였습니다. 안식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지요. 권태와는 다른,찬송을 바칠 때의 청렴함이 담긴 그런 안식 말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우리나라에 와서 연주한 적이 있는 프랑스 쳄발로 연주자인 피에르 앙타이(Pierre Hantai, 1964-)의 연주는 매우 고풍스럽고 신비하다. 그는 바흐가 원래 쳄발로를 위해 작곡한 바로 그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의 연주는 지성과기교를 조화시켰으며 매우 신비롭고 맑고 아름다운 소리들을 들려준다. 피에르 앙타이는 두 번에 걸쳐 녹음을 했는데, 두 번째 녹음이 좀 더 자유분방하다. 그는 화사한 색채감각과 화려하고 능숙한 솜씨가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준다. 바흐시대의 악기 소리를 듣기 원한다면 그의 연주를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쳄발로 연주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피에르 앙타이의 선생님인 구스타프 레온하르트(Gustav Leonhardt, 1928-2012)는 바흐 영화에서 주인공 바흐를 연기했던 뛰어난 하프시코드 연주가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바로크시대고 음악 연주의 거장이다. 유튜브에서“Gustav Leonhardt Plays Bach Goldberg Variation” 으로 검색하면 골드베르크 전곡 악보와 함께 그의 아름다운 하프시코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 1953-)는 글랜굴드와 대조적으로 단정하고 은은하고 부드러운연주를 들려준다.
바흐는 안정과 평안과 안식과 위로를 주는 음악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작곡하였고, 그러한의도의 곡은 오늘날까지도 어지러운 삶과 생각으로 불안해하고 지쳐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다같이 깊고 절제되고 균형감 있는 음악으로 치유를 선물해 주고 있다. 바흐의 음악은 고상하고 신선하며 깊은 영성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신령한 음악으로, 듣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와 즐거움이 속에서부터 솟아올라 우리에게 치유의 음악이 되어 준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이 음악으로 잠을 청해 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그러나 간혹 곡이 너무 아름답고 놀라워서 잠이 달아나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나는 어느 쪽일까? 실험해 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