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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마음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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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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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숙 목사


지난주일 오후에 지방에 있는 한 교회에서 「내적치유」 세미나를 하고 왔다.
지난해에도 다녀왔었고 특별히 함께 동역하는 파트너분들이 많은 교회라서,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고 한분 한분이 귀하게 느껴졌다. 오전 예배를 마치고 「내적치유」 세미나를 시작했는데,
참석한 분들 중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을 보고, 점심 식사 후 긴 시간동안 졸지 않고
잘 따라 오실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주제가 마음의 상처치유라서 그런지 다들 집중해서 들으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힘이 났다.

 

세미나 중간 중간 마음의 상처들이 드러나서 우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 중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정서상 남자는 울고 싶어도 사람들 앞에서 잘 울지 못하는데, 무슨 사연이 있으신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난 후 기도해 드리면서, 아까 왜그렇게 많이 우셨느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그동안 아들을 너무 미워했노라고 하셨다. 하나뿐인 아들이 술만 마시고 일도 안 해서 미워했는데, 회개 많이 했다고 하시면서 이젠 사랑으로 대해야겠다고 하시는데 눈에 눈물이 맺히신다. 그분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에 있는 상처는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예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평생 아들을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오시면서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세미나를 통해 아들을 사랑하고 용서하겠다는 마음으로 돌이키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이 하나님의 만지심으로 자신의 문제를 보게 되고 위로해 주시는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토해내고 새롭게 살 것을 결단하지만, 삶의 자리에 돌아오면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십년 넘게 내적치유 사역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내 안의 상처가 올라와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 내 자신이 상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 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깨달은 후에도 온전한 치유가 이루어지기까지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의 인내와 수고가 필요했었다.

한동안 집중적으로 주님께서 마음을 고치시고 다루셨기 때문에 이제는 웬만큼 다 치유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그 후에도 동일한 상처들이 올라오기도 하고 다시 상처받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 내면을 잘 보고 인정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실망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께 상처를 가지고 나가서 회복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마음의 치유가 평생 치유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내적치유 세미나와 책들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왜 자신은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는지, 혹은 어딜 가면 확실한 내적치유를 받을 수 있는지 질문하곤 한다. 많은 경우 내적 치유를 통해 단회적인 치유와 결단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처가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아오다가 상처를 깨닫게 된 것은 귀한 일이지만, 이제부터 그 문제와 본격적으로 싸워야 할 때가 왔는데 이제 다 끝났다고 여기고 안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받은 상처와 연관되어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삶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문제들을 끊어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해결되고 없어졌다 생각해도 다시 올라오고, 치유되었다 해도 또 다른 문제들로 상처받기 때문이다. 그때 사람들이 ‘나는 안 되는가 보다…’하고 실망하고 주저앉는 것을 보게 된다.

 

백성들아 시시로 저를 의지하고 그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시62:8

 

시편 62편 8절을 보면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마음을 토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 삶에서 항상 그분을 의지하며 마음을 토해내는 삶을 살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을 시시로 의지할 때, 즉 그분을 신뢰할 때 비로소 그 앞에서 마음을 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가 되심은 살아가면서 언제든 어떤 큰 문제에 부딪치든지, 어떤 마음의 실망과 낙심이 있든지, 주님이 우리를 도우시는 분임을 기억할 때 누릴 수 있다. 살아오면서 받았던 상처가 다 해결되고 끝난 줄 알았다가 실망하고 지친 분들이 계시다면,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하나님께 나아가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과 절망감을 솔직하게 하나님께 쏟아내 보길 바란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는 위로해 주실 뿐 아니라, 힘을 내라고 격려하시기도 하고, 때로는 그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주시기도 하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마음의 치유를 마치 요술방망이처럼 단번에 모든 상처를 완전히 치유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실망하고 지친 분들과, 이제 막 하나님의 만지심을 경험하고 마음의 치유가 시작된 모든 분들을 생각하면서 간절하게 기도한다. 하나님 안에서 결단과 낙심, 다시 일어섬을 반복하겠지만, 쉬지 않고 우리의 상처를 싸매시고 고치시는 주님의 열심이 우리 모두를 회복되게 하실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