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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하는 아이 = 착한 아이?

순종하는 아이 = 착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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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부모교육
순종하는 아이 = 착한 아이?

 

유아교육출판사근무/ HTM 유아교육담당 박원영


올해 들어 오랜만에 교사의 자리로 돌아와 아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반은 네 살(만 2세) 아이들입니다. 무슨 말만 하면 “싫어!”, “아니야!” 라고 말하고, 옷이나 신발을 보며 “예쁜 그림이 있네?”라고 말했을 뿐인데, 보지 말라고 손으로 가리며 “내꺼야!” 소리치고, 함께 놀자고 말을 걸거나 장난감을 건네는 친구를 뿌리치거나 때리며 “하지 마!” 소리치는 통에 친구를 울리기 일쑤고, 신발을 자꾸 반대로 신으면서도 자기가 신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분명 소변이 마려운데도 안 나온다며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 버티다 바지에 실수합니다.

네 살이 되면 호기심이 많아지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스스로 하려는 주도성이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감하고 한숨이 나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하나님나라의 자녀 된 교사답게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 아이를 바르게 이끌 수 있을까 지혜를 구하고 기도하며 아이를 기다려 주리라 다짐하였건만,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서너 명의 아이들이 교실 여기저기서 동시에 싸우고, 무조건 “싫어!”, “아니야!”를 외치며 고집피우고 울 때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럴 때면 어서 상황을 해결하려는 다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두려움과 수치심을 줄 수도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착한 아이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선생님은 어떤 아이를 예뻐하는지를 말하며 훈계하게 됩니다.

순종하지 않으려 떼쓰고, 좋은 것을 알려주어도 청개구리와 같이 행동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말 잘 듣고 순종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부모님 말씀에 순종 잘하고, 예의 바르고 법도 잘 지키며, 교회도 잘 다니고 기도 시간 장난치지 않고 눈감고 있는 착한 우리 자녀. 그런데 그러한 자녀안에 그리스도가 없다면?’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자녀의 착하고 순종하는 모습을 보고 믿음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리스도가 없다니요. 무서운 말이지만 우리가 자칫 속기 쉬운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대부분 통제하고 훈계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럴 때 크리스천 부모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성경 말씀입니다. 우리의 노력과 율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녀를 순종시키고자 더 많은 규칙과 율법을 제시합니다. “~하면 안 돼.”, “~해야 해.” 와 같이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며 훈계하는 것은 빠른 시간 안에 자녀를 순종시키고자 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이뤄진 순종은 마음에서 우러난 순종이 아니기에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물론 자녀들에게 올바른 기준과 규칙을 알려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안 되는 것과 그만 멈추고 참는 것을 알고 순종하도록 가르쳐야하며, 규칙과 법을 알고 따를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며 필요한 태도도 가르치고 순종하도록 알려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고, 교회와 부모님이 알려준 규칙과 율법에 순종을 잘 한다고 해서, 그것이 자녀의 믿음의 열매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롬3:20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의라 빌3:8~9

 

 

바울은 자신이 율법을 지키고 순종해 온 지금까지의 것들을 모두 배설물로 여기며 자신에게 있는 하나님의 의(義)는 율법이 아닌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서 말미암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녀들에게 갖가지 율법을 제시하며 율법에 순종해야 하나님이 기뻐하신다고 가르치는 잘못을 행합니다. 이는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노력하면 율법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교만한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자녀에게 ‘요나’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습니까? 요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제 경험으로는 주로 아이들과 순종과 불순종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자주 사용한 성경 이야기가 요나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불순종하였을 때는 요나가 큰 물고기 뱃속에 들어갔지만, 회개하고 순종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살아나왔다는 것에 대해서요.

하지만 요나의 이야기는 요나가 불순종할 때조차도 그러한 요나를 들어 쓰신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나라의 복음의 말씀을, 우리의 왜곡된 시각으로 자녀와 나 자신을 통제하는 율법으로 바라보았던 것을 회개하였습니다. 불순종해도 사랑으로 기다려주시며 다시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에 대해 자녀에게 알려주어야 하는데, ‘불순종하면 이렇게 벌 받으니 순종 잘해야 해!’라는 식으로 두려움과 협박의 도구로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이용해 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통제와 율법의 도구로 사용해온 성경 이야기가 요나의 이야기뿐이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하나님나라 복음의 관점에서 성경 속 이야기들을 바라보면서, 자녀에게 행동을 통제하는 율법이 아닌 하나님나라의 복음으로서 성경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순종 잘하고 착하지만 그리스도가 없는 아이가 아닌, 순종 잘하고 착하면서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까지 모시고 있는 우리의 자녀들로 양육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내 노력으로 순종하며 스스로 선하게 여김으로,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자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노력과 행위와 상관없이 우리가 하나님나라의 의가 되었을 때, 우리가 온전히 순종하지 못할 때라도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를 순종하는 의로운 자녀로 여겨주십니다. 순종조차도 우리의 힘으로는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노력과 행위로 하는 순종은 온전하지 못합니다. 단순하게 순종하는 행동만을 바라보아선 칭찬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혼나지 않기 위해 순종하는 자녀로 기를 뿐입니다. 순종하지 않을 지라도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하나님의 자녀임을 알게 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자녀가 말썽부리고 순종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모의 탓이라 여기며,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다 책망할 필요도 화낼 필요도 없습니다. 반대로 자녀가 순종을 잘 하며 누구에게나 착하다는 칭찬을 듣는다고 하여 좋아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모두가 부모인 내 능력과 노력으로 자녀를 어찌 해보려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믿으면 됩니다. 자녀 교육에 성공하였든 실패하였든,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자녀인 부모인 나와 자녀들을 태초부터 이미 택정하시고 계획하시고 지금 이 순간에도 돌보고 계심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하나님을 믿는 아이들은 아닐지라도 저와 함께 하는 아이들이기에 저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흘러가기를 기도합니다. 울고 떼쓰고 청개구리와 같이 행동할지라도, 교사로서 능력을 책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과 상관없이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성장할 아이들을 마음에 품고 바라보며 축복합니다. 실제로 3월보다는 훨씬 멋지고 배려하며 인내하는 아이들의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것을 믿습니다. 하나님나라 자녀들의 가정 안에도 율법과 통제 대신 기쁘고 복된 복음의 말씀과 기쁨의 순종이 가득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