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목사칼럼 – 초대
윤현숙 목사
요즘 새벽예배 때 이사야서를 설교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사야 선지자를 좋아하는데, 하나님을 대면해서 만나고 영광 가운데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자신을 드린 헌신된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장을 설교하면서 이제까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배경을 살펴보면 유다백성들은 앗수르의 공격을 막아줄 나라로써 애굽을 의지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애굽의 멸망이 임박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하나님의 말씀이 이사야 선지자에게 임한다. 위기상황에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는 것은 특별할 것이 없는데, 말씀하신 내용이 특이했다.
구약에서 대부분의 경우 선지자는 말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했지, 이렇게 상징적인 행동으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행위예언은 드문 일이었다. 이사야뿐 아니라 여러 선지자들이 때때로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을 하도록 명령을 받았다. 호세아는 북이스라엘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음란한 창기였던 고멜을 아내로 맞이해야 했다.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방법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로 여겨진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하나님의 말씀을 이사야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만일 나에게 하나님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라고 명령하시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었다. 이사야가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그 힘든 명령에 순종한 이유를 곰곰이 묵상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내 마음속에 영광과 특권들을 누리길 원하지만 고통이나 수치를 당하는 것을 못 견뎌하는 마음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영광만 바라기 때문에 이 땅에서 힘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사역을 하면서 선한 마음으로 한 행동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을 듣고 억울해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일로 마음이 상해 힘들어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내 마음 가운데 “너 그렇게 억울하니?”라고 조용히 물으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하나님께서 나를 알아주시는구나! 이제는 나를 위로하시고 무언가 나의 억울함을 풀어주실 일을 하시겠구나!’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되겠니? 네가 별로 잘해준 것이 없는데도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니?”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생각이 내 생각과 달라서 한편으로는 놀라기도 했지만, 그 순간 그렇게 힘들었던 일이 넘어갈 수 있는 일로 여겨졌었다. 삼년 전 목사 안수식에서 ‘아골 골짝 빈들에 복음 들고 가오리다’라는 가사의 찬양을 함께 불렀을 때 마음이 숙연해졌던 기억이 난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사는 삶은 고난 받는 삶인 것을 잘 알고 또 마음에 다짐도 했건만, 어느새 많은 것을 누리는데 익숙해진 것이 부끄러웠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평탄하고 영광스러운 길을 가면서 풍성한 열매를 누리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부르심 안에는 때로는 지치도록 수고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며, 받아들이기 힘들고 원치 않는 일들도 묵묵히 감당해야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목회자뿐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우리 모두는 스스로 꿈꾸거나 원하지 않더라도,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고 또 앞으로 그런 시간을 감당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삼년동안 묵묵히 순종한 이사야에게 “내 종 이사야!”라고 다정하게 불러주신다. 그 한마디에 이사야의 모든 고충과 설움이 눈 녹듯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우리들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살아가면서 때로는 기대하지 않은 일들이 있고 예상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주님의 말씀을 묵묵히 감당할 때 종이라 불러주실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르심에 순종하면서 억울하거나 버거운 짐을 지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하나님께서 “너는 내 종이라!” 말씀해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잘 견디기를 기도한다.
이사야가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그 힘든 명령에 순종한 이유를 곰곰이 묵상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내 마음속에 영광과 특권들을 누리길 원하지만 고통이나 수치를 당하는 것을 못 견뎌하는 마음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영광만 바라기 때문에 이 땅에서 힘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