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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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상담
있는 그대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교수 하혜숙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 써왔던 많은 글들이 무거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쓴 많은 글들… 교수라는 직업 때문에 많은 말을 하게 된다.
그 많은 말들 또한 무거움으로 다가왔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당신이 말한 대로 언제나 다 하시오? 당신이 글에 쓴 대로 언제나 그렇게 지키시오?”라고 묻는다면….
교수가 되고 나서 가장 힘든 점은 잘 모르는 것도 가르쳐야 할 때이다. 또한 교수가 되고 나서 좋은점은 나는 잘 못해도 학생들에게는 잘 하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 쓰는 이도 마찬가지인 것같다. 그래서 부담감을 떨치고 이렇게 또 글을 쓰고 있다.
우연히 보게 된 TV 프로그램인데,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보내서 선정이 되면, 고민 당사자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서 고민을 이야기하면,
그곳에 참석한 청중들이,그 문제가 진짜 고민할 만한지에 대해서 투표를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날의 주인공은 중 2 아들의엄마였는데, 중학생이 된 아들이 뭐든 열심히 하지 않고 외모만 꾸미고 특히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얘기하는 에피소드 중에, 그 아들이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해서 등록해줬는데,
열심히 다니는 줄로만 알고 있던 어느 날 학원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아들이 학원에 안 나온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있었다.
화가 난 엄마와 아빠는 아들이 집에 들어오자,다 같이 작전을 짜고 모른 척 하고 TV를 보고 있다가 “지금 어디서 오니?”라고 물었다.
아들이 “학원 갔다 와요.”라고 답을 하자, “어디서 거짓말을해? 방금 학원에서 전화 받았는데.
얘가 너는 어쩜 그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니? 널 정말 믿을수가 없어.”라고 말하며 화가 나서 핸드폰을 부셔버렸다고 했다.
부모는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때 화를 낸다.
특히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이나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을 할 때는 더욱 화를 낸다.
입가에 초콜렛이 잔뜩 묻어있는데 안 먹었다고 잡아떼는 소리를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데 부모들은,아이들이 자기 방어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없게 만드는 질문이나 함정이 들어있는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함정이 들어있는 질문,어색하지만 거짓말을 하든지, 아니면 창피하지만이실직고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없도록 만드는 질문을 싫어한다.
예를 들어 보자. 철수는 이번 어린이날 아버지가사준 비싼 로봇 장남감을 망가뜨렸다.
철수는 놀라서 깨진 조각을 옷장에 몰래 숨겼다. 하지만 떨어진 장난감 조각을 발견한 아버지는 철수와 이야기하다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아버지: “새 로봇 어디 있니?”
철 수: “어디 있을 거예요.”
아버지: “가지고 노는 걸 못 봤는데?”
철 수: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 “가지고 와 봐, 한번 보게.”
철 수: “누가 훔쳐갔을지도 몰라요.”
아버지: “이 거짓말쟁이, 네가 망가뜨려놓고서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거짓말하는 거야!”

사실 아버지는 이렇게 아들과 싸울 필요가 없다.
은근슬쩍 밝히고 캐물으면서 아들이 거짓말쟁이라고 윽박지르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
“새 로봇이 망가진 것 같더라. 오래 갈 줄알았는데, 아깝게 됐어. 네가 정말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는데.” 이렇게 말했더라면 아이는 값진 교훈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아빠가 저렇게 나를 이해해주니까, 걱정거리가 있으면 말해도 될 거야.
아빠가 사주신 선물은 좀 더 잘 간수해야지. 더 조심해서 가지고 놀고.’ 이미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앞선 엄마의 예처럼, 아들이 학원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나서 “오늘 학원 갔었니?”라고 묻는 대신, “너 오늘결석했다던데?”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 살 영희가 엄마에게 달려와 불평했다. “할머니 미워!” 엄마는 깜짝 놀라서 이렇게 말했다.
“아냐, 할머니를 미워하면 안 되지. 넌 원래 할머니좋아하잖아? 할머니는 너한테 선물도 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잖아.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그래도 영희는 계속해서 “싫어, 그래도 할머니 싫어.
할머니 보기 싫어!”라고 하자, 엄마는 화가 나서 좀 더 엄격하게 아이를 교육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야단치며 엉덩이를 때렸다.
그러자 더 맞고 싶지 않았는지 영희는 마음을 바꾸어서 “나 할머니 좋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영희를 안아주며 착한 아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이 대화(거래?)에서 영희는 무엇을 배웠을까? 영희는 ‘엄마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그대로
감정을 드러내면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영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벌 받고,거짓말을 하면 사랑 받는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엄마는 거짓말하는 아이를 사랑한다. 엄마는듣기 좋은 말만 듣고 싶어 한다.
느낌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말고 엄마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야지!” 이것이 영희가 배우게 된 것들이다.
그렇다면 영희 엄마는 어떻게 다르게 대처할 수있을까? 영희의 ‘화난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응, 이제 할머니가 싫구나. 무엇 때문에 할머니에게 그렇게 화가 났는지 말해줄래?” 그러면 영희는 이렇게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가 철수만 선물을 줬어. 나한테는 안주고!”아이들이 거짓말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
검사처럼 자백을 요구하거나 단순한거짓말을 가지고 거창한 재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 망설이지 말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다.
가령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해야 하는기일이 지난 것을 알았을 때 이렇게 묻는 것은 좋지 않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반납했니? 틀림없어? 그럼 아직까지 네 책상에 있는 건 뭐야?”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편이 더 낫다.
“너 도서관에서빌린 책 반납 기한이 지났더라?”또한 성적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너 이번모의고사 올랐니? 확실해? 거짓말해도 소용없어.
선생님하고 이야기했어. 네 성적 뻔히 다 알고 있어!” 차라리 이렇게 직접 말하는 것이 좋다.
“담임선생님한테 이야기 들었어. 너 이번 모의고사 점수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더라.
어떻게 하면 너를 도와줄 수 있을지 걱정이야.”다시 말해서 부모는 아이들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도록 부추기지 않아야하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지 말아야 한다. 설령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신경질을 부리거나 융통성 없이 굴어서도 안 된다.

앞서 TV에 나온 그 엄마는 화가 난 나머지 아들의 핸드폰을 망치로 깨버리고, 벌을 주기 위해 억지로 아들의 앞머리를 잘라버렸다고 했다.
그 후에 아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을까? 어쩌면 그아들은 오랜 동안의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말로 둘러대는 게 더낫다는 것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부모는그런 아이들에게 거짓말한다고 화를 내는 것이다.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깨우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나님을 만난 후 가장 위안이 되었던 것은
첫째,하나님이 아버지라는 사실과 둘째, 하나님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하나님이 믿을 만한 분이며 좋으신 분이라는 것을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그 분 앞에서는 수치심 없이 나의 모든잘못을 아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분이 나의 모든것을 알고 계시며, 또한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날 성경을 읽다가 새롭게 하나님의 사랑이다가온 부분이 있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먹는 죄를 범한 후 잘못과 수치를 가리기 위해 무화과나무로 치마를 만들어 입었다.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창3:7

 

그 날 동산에 거니시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자신들의 잘못에 두려워,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을피해 숨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찾았고 선악과를 먹은 잘못에 대한 문답이 이어진다. 아담과 하와는 변명도 하고 남 탓도 한다.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여자가 이르되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창3:12-13

 

그런데 아담과 하와의 죄에 대해 대면하여 말씀하신 후, 하나님은 그들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 창3:21

 

성경을 읽다가 이 구절에서 하나님의 한없는, 따뜻한 사랑이 느껴졌다. 지은 죄가 두려워 숨고,
수치스러워 대충 무화과나무 잎으로 덮으려고 한 수치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하시고, 임시방편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를 가릴 수 있는 제대로 된해결책을 주신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거짓말을 할 필요가없다.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못하였느니라 요일4:18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는 무언가를 감출 필요도 없다.
일상을 지내다 보면, 혼자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면, 그 생각과 감정에는주님이 계시지 않고 나 혼자인 경우를 발견하게된다.
그럴 때는 그분에게 감출 것도 거짓말할 필요도 없음을 기억하며 모든 것을 그분 앞에 내어놓는다.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를 테스트하기 위해 함정을 파고 질문하는 분이 아니시다.
그러므로그 분 앞에서는 투명하기를 기도한다.
오늘도 그분의 사랑에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