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되기 공부 1

부모 되기 공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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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thing & Building
부모 되기 공부 1

 

산부인과 전문의 메디플라워 산부인과·자연출산센터 원장 정환욱


 

안녕하세요, 킹덤빌더 여러분!
날마다 기뻐하며 찬양하며 살고 계시죠?
저는 여러분을 「마리아 스쿨」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기쁘게 살고 있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부모 되기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해 볼까 합니다.
「마리아 스쿨」에서 배울 내용이기도 하죠. 태교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마리아스쿨」에서 태교도 하나? 궁금해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마리아 스쿨」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얼개가 궁금하다면
지난 2014년 12월 『킹덤빌더』 매거진의 「HTM 특집–마리아 스쿨」을 보시기 바랍니다. 요약하자면,
「마리아 스쿨」은 아기를 갖기 전이나 낳기 전에 부모가 먼저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난 뒤,
거룩한 출산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입니다. 태교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럼 먼저 하나님의 자녀 된우리는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내가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안전지대,
내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 무조건 내편이 되어주는 존재, 내가 살아갈 이유 등등 여러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킹덤빌더에 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 ‘하나님의 자녀가 하나님의 자녀를 사랑으로 키워 세상에 내보내는 울타리’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요구하는 사랑이 아니라 조건 없이 주는 사랑입니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은예수님의 사랑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부모는힘들게 낳고, 애써 젖을 먹이며,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 자녀를 키웁니다. 이는 아이가 자라,
하나님 자녀로서 단단한 자아와 정체성을 지니게 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는 사랑입니다.
가족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사랑을 주기도 하지만,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구속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가족 안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다른 가족, 특히 약한 존재인 자녀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부모의 사소한 말 한 마디가 자녀의 자존감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릅니다.
한 청년은 자신이 어렸을 때 너무 많이 울어 부모가 힘들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합니다.

“네가 어려서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넌 참 기르기 쉽지 않은 아이였어.”
부모는 가볍게 옛이야기 하듯 해도 아이 입장에서는 ‘어려서 우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민감한 사춘기에는 ‘나는어려서 많이 울었다. 우는 것은 남을 힘들게 하는것이다.
따라서 나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낙인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신생아 중에는 잠깐 울고 금세 조용해지는 아이가있는가 하면, 나오자마자 목청 높여 한참을 울어대는 아이도 있습니다.
또 며칠이 지나도 새근새근 호흡만 할 뿐 전혀 울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이러한 아기의 첫 울음은 생존을 위한 외침입니다.
즉, 호흡하면서 본능적으로 빨 것 달라 봐 달라 하는 생명의 본질적인 기능입니다.
그 이상의의미를 부여할 일이 아닌데,
부모들은 여기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며 아기의 기질과 정체성을 지레 결정짓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첫 아이를 낳은 엄마에게는 참 당황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아기를 낳고 키울 때의 여러 힘든 상황들이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육아를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웠던 경험들이
그 기억에 더해지면서 기억이 재구성되면, 자녀 양육이라는 기억은 그저 힘들고 어려운 것으로만 남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자녀를 양육하며 자녀와 주고받았던 사랑과 기쁨에 대한 기억은 약화되고, 힘들고 어려웠던 것들만이 부각된,
실제와는 꽤 거리가 있는 다른 기억으로 재구성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사실과 다르거나 편향된 기억을 근거로 말하게 되기도 하는데, 부모의 말은 아이에게는 때로 무척 강한 에너지로 작용합니다.
부모도 사실과 거리가 있거나 편향된 해석이 담긴 말을 하면서, 그것이 아이의 평생 지속될 기질인 양 오해할 뿐만 아니라,
그대로 믿어버리게 됩니다. 그러한 잘못된 믿음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이 됩니다.
심리학자 새터(Satir, 1972)는 가족 체계는 장난감 모빌과 같다고 했습니다.
즉, 가족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어느 한 부분이 움직이면 다른 부분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죠.
부모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인성과 인격이 아이를 특정한 모습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많은 청소년 심리 상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주장합니다.

“모든 아이의 문제는 모든 부모의 문제다.”
우리는 부모가 되기에 앞서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 존중하며 사는 부부가 되어야 합니다.
나중에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연습의 시간이기도 하고 준비의 단계이기도 합니다.
부부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아이를 갖고 기르게 된다는 것은 아무런 경험도 없는 사람이 아이를 연습상대로 시험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우리는 가족 안에서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뻔한 말들을 하고 후회를 하는지요.
많은 부부가 서로의 행복을 약속하며 결혼을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하며 보이지 않는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따라서 아기를 갖기로 했다면 먼저 부부관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말투를 바꾸어야 하며, 삶의 모든 기준을 예수님 안에서 세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부부가 함께 손잡고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말은 에너지이기 때문에 내 입을 떠난 순간 다른 곳으로 전파됩니다. 한 번 입에서 나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습니다.
말의 힘에 대해 증명한 놀랄 만한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갓 지은 밥을 두 공기에 각각 나눠 담아 같은 조건에서 보관하되, 한쪽 공깃밥에는 매일 부정적인 말을 하였고,
한쪽에는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하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부정적인 말을 들은 밥이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쪽보다 훨씬 더 빨리 부패했다는 것입니다.
킹덤빌더 부부 여러분, 오늘부터 부부끼리 아래 세 마디만 해 보세요. 웬만한 상황은 다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미안해.” “힘들지? 내가 잘할게.” “사랑해.”

이는 자연출산을 하는 산모의 남편들에게 제가 우스갯소리로 해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되는 아빠의 수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남편들은 아기 낳는 아내를 옆에 두고 갖은 생각을 다 합니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남자들은 주로 이성의 뇌, 즉 좌뇌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출산 때에는 감성의 우뇌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산모를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위의 세 단어만 사용해야 합니다. 믿음으로 하는 하나님의 일이 그렇듯이 출산에는 말이 별로 필요 없습니다.
사실 이 말은 스스로 평소 아내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는 남편들이 연습하고 사용하면 좋습니다.
양말을 늘 뒤집어 벗은 뒤 아무 데나 던져 놓는 남편,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강아지가 싼 똥 못 본 척하는 남편,
밥 다 되었다고 몇 번을 소리쳐야 핸드폰 들고 식탁에 앉는 남편, 밥 다 먹을 때까지도 계속 핸드폰만 쳐다보는 남편….

눈치 채셨겠지만, 이것은 제가 매일 듣는 잔소리입니다. 저는 습관을 잘 못 고치는 대신 위의 세 마디로 가정을 화목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하하.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건성으로 웃으면서 이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잔소리를 듣는 즉시 아내의 눈을 쳐다보고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진심을 담아서 말해야 합니다.
“미안해, 여보. 내가 잘할게. 사랑해!”
쑥스러워하지 말고 당장 해 보세요. 말 세 마디로 집안이 편안해집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나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리허설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출산의 현장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킹덤라이프 – Birthing & Building」 섹션에서 출산 이야기를 계속 해 온 것입니다.
Birthing은 알겠는데 왜 Building일까 궁금하셨죠?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치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
또는 세상이라는 바다에 띄울 배를 만드는 것과 같다’라는 의미 때문입니다.
우리 부부만의 ‘유니크한 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양육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도 자연주의 출산을 잘 하고 모유 수유하면서 양육의 준비 과정을 잘 마친 부부의 이야기를 한편 소개할까 합니다.
자연이(하연이의 태명)네는 기쁨과 설렘이 아닌 두려움과 불안으로 임신 기간을 보내다가 저를 만났습니다.
당시 저는 막 자연출산센터를 열고 ‘자연주의 출산은 부부의 출산이며,
부모가 되기 위해 끼워야 할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는 내용의 산전 교육을 하며,
틀에 박힌 병원분만 방식을 피해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많은 예비 부모들에게 열심히 자연주의 출산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첫 아이(자연이)를 가졌을 때 하혈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였고,
원인도 모르는 채 줄곧 유산 방지 주사를 맞으며 불안한 마음으로 누워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내가 원하는 출산’을 하기 위해 자연주의 출산센터로 옮기게 되었지요.
둘째 때도 두 달 넘게 하혈을 하였습니다. 그 중 몇 번은 하혈의 양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정 원장님은 왜 하혈을 하는지, 언제쯤이면 이 상태가 좋아지는지, 지금 조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조근조근 설명해 주셨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이해해 주고 보듬어 주는 듬직한 전문가가 옆에 있으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향한 이해와 배려 속에서 두려움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생명 탄생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 자연주의 출산의 진정한 가치요 의미 아닐까요?
자연주의 출산을 결정하고 준비하면서 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보편적인 것에서 점차 멀어져 가기 시작했던 삶을 뒤돌아보고 공부하는 부모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자연출산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연스럽지 않기에,
자연스러운 것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세상이기에 공부를 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아기 낳는 것은 병원이(의사가) 알아서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 주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이 부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냥내 몸을 믿고, 하라는 검사 잘 하고, 이상 없다고하면 자연출산(제왕절개가 아닌 질로 아기를 낳는것,
좁은 의미의 자연주의 출산)이 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다니던 병원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많이 받으면서 ‘자신들만의 출산을 할 곳’을 찾아나선 겁니다.

출산은 부모가 되는 출발선이고 ‘가족을 만드는 큰 일’, ‘인생이 바뀌는 일(바꿔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이 섹션에 출산·육아 수기를 소개하고 싶다고 전화를 했더니 이렇게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원장님의 전화 덕분에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행복한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요즘 우석이(둘째)가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네요. 태어날 때 원장님이 찍어 주신 사진을다시 보니 ‘요 고집불통 녀석이 이렇게 태어났구나.
하연이도 그간 동생 때문에 맘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마음이짠하네요.
하연이·우석이 아빠는 지난달부터 북경에서 근무하고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출장차 한국에 오고, 두 아이를 키우며 단련된 인내와 체력으로 육아와 일을 미친 듯이 해내고 있네요.
좋은 거죠?

하연이는 지난 3월부터 송파어린이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행복숲 창의단’(숲유치원)을 아주 신나게 다니고 있어요.
저는 여전히 좀 힘들지만, 하연이랑 우석이를 본 모든사람들은 아이들이 너무나도 평온하고 얌전하다며 놀라시더라구요.
아마도 태어나기 전부터 어떻게 낳고 키울지많이 공부하고 준비한 덕분이 아닌가 생각을 한답니다~
얼마 전에 하연이가 “정 원장님 보러 메디 좀 가자.”라고말해서 놀랐네요. 하연이랑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조만간 뵈러 갈게요.
<크리스천의 부모 되기 수업>을 계획하고 계시다는 이야기 전해 들었습니다. 저희같이 행복한 가정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건강 챙기시구요.최햅번(최원영의 필명) 드림이 메일을 읽으면서 감사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리아 스쿨」에 다닐 부모님들도 모유 수유까지 잘 하고 나중에 이런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부부는 앞으로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또 다른 사랑을 주겠구나.
그 사랑을 아이들이 기억하고 자라서 또 남들과 자녀들에게 나누어 주겠구나’ 생각하니 설레기도 했습니다.
자연이 아빠의 좌충우돌 수기를 소개하며 이번 호를 마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자연이 아빠가 쓴, 아빠들을 위한 출산 후기>

 

2015_06_06

 

중요한 회의 때문에 출근을 한 토요일, 행여나 진통이 온다는 연락이 올까 온 신경을 휴대폰에 쏟고 있었다.
이미 예정일이 하루 지난 상태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연이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하필이면 이런 때 주말 출근이라니… 불평을 늘어놓으며 잠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 드디어 자연 맘께서 양수가 흐른단다. 야호! 오늘 출근 안 해도 된다!
회사에 연락을 하고! 일단 출산센터로 출발! 아~! 그런데 양수가 흐른다는 건 안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

아직 진통도 없고…. 회사의 중요한 일을 제쳐 두고 왔는데 걱정이다.
음, 오늘 저녁 아기가 태어났다는 보고를 해야 할 텐데…. 조산사님 왈, 양수 먼저 흐르면 늦게 진통이 오는 경우도 있단다.
앗! 이런! 회사에 뭐라고 하지? 에이~몰라! 일단 곧 태어날 자연이에게 집중하자!
집으로 가면서도 온통 자연이 생각뿐. 집에 가서 차 뒷유리에 붙일 ‘아기가 곧 나오려고 해요!’라는 문구도 만들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자연 맘과 함께 동네 공원 운동장을 걸었다. 진통이 오는 듯한데 강하지는 않다고 한다.
졸다가 출산센터 연락해서 상황 보고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 2시! 아내는 조금씩 진통을 참기 힘들어한다.
다시 출산센터에 연락을 하니 일단 오라고 한다.
요호~! 자연 맘은 어느 새 바리바리 짐을 싸 둔다.

새벽 3시 메디플라워 도착! 반겨 주시는 조산사님! 내진을 해 본다. “어머 다 열렸네요.
잘 참으셨어요.”라는 칭찬을 듣고 싶어 엄청 참았다는 자연 맘. 그런데 고작 2㎝ 열렸단다.
헐! 옆에서 봐서는 곧 출산할 태세던데….
생각해 보니 그건 아침이 오기 전에 출산하겠다는 왕초보 생초보 엄마와 거기에 동조하는 초무식 아빠의 허황된 꿈일 뿐이었다. 쩝.

일단 다시 집으로 가는 것은 후퇴 같아 입원 결정.
기다리고 있자니 약간의 피로함이 느껴진다.
그래, 아침이 오기 전에 잠깐 눈이라도 좀 붙여야지. 그런데… 그렇다.
진통하는 자연 맘을 옆에 두고 쿨쿨 잤던 것이다. 음, 눈을 떠 보니 살짝 밝은 것이… 아침이 분명하다.
미안하게도 자연 맘은 한숨도 못 잔 듯하다. 점점 초췌해져 가는 모습이지만 배는 고픈 모양이다, 신기하게도.
쿨쿨 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아침은 든든히 먹여야 할 것 같아 밖으로 나왔는데 자연 맘은 식욕이 전혀 없단다.
결국 나만 또 밥 한 그릇을 싹 비우고 돌아왔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은 자연 맘, 조금 지나니 샌드위치가 먹고 싶단다. 총알같이 빵집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바나나가 먹고 싶단다. 다시 마트로 달려갔다.
드디어 뭔가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자연 맘이 나름의 호흡을 하며 진통을 보내고 있는데 드디어 정 원장님이 들어왔다.
여전히 자연 맘의 목표는 오전 출산! 내가 보기에 애 낳기 직전에 온다는 ‘멘붕 본격진통’은 아직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산모가 목표를 세운다냐.
그런데 정 원장님 왈, 호흡이나 이완이 잘 안 되고 있단다.
헐. 어쩌나. 우리 부부는 지금이라도 둘라 선생님을 불러오면 오전에 출산할 수 있느냐는 가당찮은 질문을 막 남발한다.

“생각이 너무 많네요.”하고는 나가 버린 원장님!
“음. 그런 거군. 아직 멀었군. 그럼 대체 언제?”
잠시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자연 맘은 호흡하다 끙끙대다 물마시다 다시 호흡하기를 반복한다.
자연 맘의 얼굴에 좀 땀이 송송하다.
얼마 후 조산사님이 들어와 저녁쯤 되어야 출산할 것 같다고 한다.
야호! 그리고 이어 들어온 둘라.
이제부터 둘라의 대활약이 펼쳐진다. 그러면서 나는 완전 찬밥 신세가 되고 만다.
찬밥이면 뭐 어떤가. 진통은 애 엄마가 하는 건데…. 나는 딱히 그 진통을 줄여주지도 못하고 온전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 둘라는 다르다. 인간진통제라는 별명답게, 둘라가 도와주자 자연 맘의 호흡소리와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시간은 흘러흘러 식욕이 돌아온 자연 맘. 죽을 먹고 싶다는 자연 맘의 명령?! 음… 다시 내가 할 일이 떨어졌다.
죽을 찾아 삼만 리… 전복죽을 어렵게 구해 왔는데 죽 한 그릇을 비우는 데 두 시간이나 걸린다.
그러고 나서 진행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우리는 계단으로 갔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방으로 돌아오면 봉 잡고 돌리기를 수차례, 드디어 본격적인 출산의 시간이 오고 있었다.

자궁 문은 거의 다 열리고….수중출산을 위해 욕조 주변에 촛불로 분위기도 조성했다.
아직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자연 맘은 우아하게 출산을 할 거라며 준비한 옷을 입고 욕조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완이 너무 많이 된 것인지 아기가 나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힘주기를 어려워하던 자연 맘은 결국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
둘라 선생님이 없었으면 자연 맘이 지치기 전에 내가 먼저 지쳐 떨어졌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둘라에게 감사. 둘라야말로 출산의 일등공신이다.
물 밖으로 나온 자연 맘은 출산 의자에도 앉았다가 결국 침대 위로 올라가 전통적자세를 취하였다.

밤 10시경부터 나는 커다란 곰 인형처럼 아내의 등을 받치고 앉아 진통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진행이 많이 되었으니 이제 곧 아기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밀어내기에 일조를 하고 있었는데 다리도 저리고 오줌도 마렵다.
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자연이는나올 기미가 안 보이고 자연 맘은 거의 울고 계시다.
난 디스크 수술을 해서 허리도 안 좋은데 슬슬 허리는 아파오고 다리는 더 저려 온다.
하지만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고 있는 아내를 두고 어찌 내 허리가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끙. 아, 이제 오줌보가 꽉 찬 것 같다. 더는 참을 수가 없다.

그런데! 슬슬 자연이의 머리가 보인다. 근데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 자정이 지났다. 월요일도 다 가고 화요일이다.
어쨌거나 곧 나올 거 같은데, 나올 거 같은데… 자연이도 나올 거 같고 내 쉬야도 나올 거 같고… 난감하다.
하지만 자연이 엄마는 죽을 힘까지 다 쓰고 있는데 이 정도 못 참을쏘냐.
마지막 밀어내기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을 때 원장님의 한 마디가 들려온다.“앞으로 세 번만 더 진통하면 나오겠네요.”
그리고 정말 세 번 만에 자연이가 미끄덩 나왔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시곗바늘은 1시 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드디어 자연이가 엄마 품에 안긴다.
쉬야 생각은 이미 내 머릿속에서 달아나고 없다. 아, 이게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거구나 싶다.
역시 출산은 위대한 일이다. 근데, 자연인 급했나 보다. 바로 엄마 배 위에 뭔가 질퍽한 게…. 첫 태변이다.
하하하! 웃음만 나온다. 그렇게 엄마 배 위에 안겨 있는 자연이.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꿈만 같다.
그 뛰는 태맥 하며, 한참 후 직접 내 가슴에서 느꼈던 뜨끈한 새 생명의 감동….
어떻게 읽었는지 기억도 없지만 준비한 편지를 자연이에게 읽어준다.
화장실을 언제 갔다 왔는지는 더욱가물가물하지만 자연이의 그 강렬한 생명의 에너지와 부드러움, 따뜻함, 말로 표현 못 할 그 느낌들은 절대 못잊을 것 같다.
그렇게 자연이는 내 품에,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자연 엄마! 원영아~! 사랑해~♡ 우리 딸! 자연이~! 사랑해~~♡자연주의 출산 동지 여러분! 애 많이 쓰셔요! 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