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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되기 공부 : “아기의 울음과 사랑”

부모 되기 공부 : “아기의 울음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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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thing & Building
부모 되기 공부: “아기의 울음과 사랑”

 

산부인과 전문의 메디플라워 산부인과·자연출산센터 원장 정환욱


우리 주변에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끊임없이 요구만 하고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그런 사람들까지 만나면 짜증지수는더욱 올라가게 마련이지요.
그러나 우리 킹덤빌더들은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혹 그런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짜증 내지 마시고,
얼마나 도움이 필요하면 저럴까… 하고 두세 번 크게 심호흡하면서 미운 얼굴 대신 호탕한 웃음 한 번 보여주시면 어떨지요?
웃음은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주 훌륭하고 정교한 소통 수단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그 능력을 맘껏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꾸하다 보면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습니다.그런데 오늘은 웃음이 아닌 울음에 대한 이야기를나눠 볼까 합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산에 임해야 할까요?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아기가 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킹덤빌더 여러분, 먼저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아기가 처음 우는 것은 언제일까요? 너무쉽나요? 그렇습니다.
태어나면 웁니다. 아기의 ‘첫울음’은 ‘호흡’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면 아기가 우는 것은 뭔가 불편해서 그런 건가요? 많이우는 아이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지난 호에서 이미 말씀 드린 내용이지요.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아기의 첫 호흡은 전신의 근육을 이용한 ‘완전한호흡’입니다.
아기는 첫 울음을 울 때 복식호흡과흉곽호흡을 하며, 쇄골 뼈까지 움직이면서 공기가폐에 가득 차도록 애를 씁니다.
마치 성악가가 복부 가득 숨을 들이마시고 뱉으면서 힘차게 목청을울리는 것과 같이 울음을 터트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힘차게 우는 이유는 뭘까요? 주변에 들려야하기 때문입니다. 멀리 있던 엄마도 듣고 달려오도록 만드는 ‘생존 반사 신호’입니다.
생존을 위해서 처음 사용하는 폐를 맘껏 부풀리는 반사 작용이 바로 ‘호흡’이고,
그것을 이용하여 신생아는 엄마를 다른 곳에 못 가게 계속 잡아 놓고 젖을 물고빠는 것입니다.

출생에서 100일까지의 아기 이야기를 『엄마, 뱃속이 그리워요』라는 제목의 책으로 쓴 미국 소아과전문의 하비카프의 말을 빌리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의 ‘울음’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놀라운생존 능력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태어난 지 3개월이 되지 않은 아이의 울음은 생존을 위해서 어미를 찾는 신호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즉, 인간은 3개월 미숙아 상태로 태어나며, 어른과 소통할 준비를 하는 데 3개월이 더 걸린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울음은 생존 본능의 동물의 울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울음을 그치게 하는 방법은 너무도 쉽습니다.
안아주고 달래주면 됩니다. 그걸 억지로 멈추게 하려고 하거나, 혼자서 알아서 하게 하려고 하니까아이의 울음이 힘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무릎을 쳤습니다.“맞아!”인간 이외의 동물들은 태어나 몇 번 비틀거리다가바로 걷지요.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젖을 머리로치면서 젖을 스스로 찾아 뭅니다. 그렇지만 동물은 야생에서 가끔 어미를 찾지 못해 생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만 낳기 때문에(물론 때론 둘이나 셋인 경우도 있지만, 시험관 아기를 하지 않고 세쌍둥이를 갖기는 매우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청나게 울어대기 때문에 어미는 새끼를 놔두고 어디를 갈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인간은 야생에서 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집단생활을 하면서 엄마 품에서 생명을 유지했던 것입니다.
엄마 품에는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따뜻합니다. 양은 적지만 최고의 면역항체가 있는 초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몸에 있는 정상 상주균들은 아기의 대장에 건강한 유산균 군락을 형성하여 아토피와 천식의 발생률을 줄입니다.
그리고 세상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사랑이 있습니다. 아기는 이 모든 것이 갖춰진 엄마를 본능적으로 찾는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의 울음에 ‘어른의 감정과 생각’을 부여하곤 합니다.

태어나서 울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거라 생각해 반드시 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너무 심하게 우는 아기를 보며 어디 아픈 거 아닌가 뭐가 잘못된 건 아닌가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어른들이 부여한 의미일 뿐입니다.
아이가 유독 심하게 운다면 실제로 그 원인은 아이가 아니라 출산 시 아이를 너무 일찍 떼어놓으려고 한 엄마에게 있을 수 있습니다.
출산 후 엄마와 아기가 너무 쉽게 떨어진 까닭에, 모유 수유 과정에서 형성되는 애착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혼자 알아서 조용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안아주고 달래주는 터치의 사랑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실로 옮겨져 엄마와 분리되고, 24%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아기들이 분유로만 키워집니다.
모유 수유 전문가들은 엄마와 아이를 분리하는 병원 환경이 모유 수유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성공적인 모유 수유를 원한다면 태어난 지 한 시간 내에 젖을 물려야 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모유 수유를 잘 하려면 엄마와 아빠가 한 방에서 진통하고 출산하며,
산후에 2박 3일 동안 아이를 신생아실로 보내지 않고 아이가 있는 방으로 의료진이 찾아가서 돌보는 자연주의 출산환경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필자의 자연출산센터를 찾는 대부분의 부모가 미리 충분히 공부하여 모유 수유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자연출산을 하려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의지와 준비 덕에 자연출산을 시도하다가 제왕절개 분만을 하여도 대부분의 엄마가 모유 수유에 성공합니다.

‘아이의 생존을 위해서 분유를 먹이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게 힘들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엄마와 아이에게 더 스트레스가 된다면 안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게다가 분유를 먹은 아이들은 더 잘 자고 순한 듯 보이며 체중의 감소도 적고 소아과 전문의도 건강하다고 말합니다.
분유로 성장한 아이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 아이들의 체중 증가가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는 늘 뽀얗습니다.
그래서 신생아실 창문 너머로 아기를 보는 부모나 가족들은 마음이 편안합니다. 아기가 건강해 보이니까요.
맞습니다. 분유는 엄마 젖을 대신해 아이의 생존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분유를 먹은 아이들이 더 건강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유가 아이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거기에는 단지 모유가 주는 장점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분유는 누구나 줄 수 있지만 모유는 엄마 아니면 안 됩니다. 우리가 엄마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그것, 엄마만이 줄 수 있는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아기도 힘들게 낳았는데 잠도 못 자면서 나오지도 않을 것 같은 아픈 젖을 하루에 8~12번 이상 물리는 엄마.
아기가 울기만 하면 바로 아이에게 다가가 안고 젖을 물리는 그 사랑을 몇 달 동안 혹은 몇 년 동안 줄 수 있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습니다.

 

출산과 산후조리를 돕는 많은 사람들이 모유 수유를 고집하는 엄마들을 ‘집착’하는 여성으로 취급합니다.
그리고 가족들도 안쓰러운 마음으로 엄마를 바라봅니다. 분유도 좋은데 굳이 그렇게 힘들게 모유 수유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합니다.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모르니 같이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모유를 더 권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유를 먹이며 힘들어하는 엄마를 돕는 과정에서 분유보다도 더 좋고 완벽한 것을 줄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나눌 수 있고, 육체뿐 아니라 정서적, 영적으로도 건강한 아이를 같이 키울 수 있습니다.

오늘날 분유를 먹고 자란 세대에게 적어도 육체적 건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킹덤빌더 여러분, 우리가 먹을 것만으로 살 수 있나요? 모유가 좋은가 분유가 좋은가의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모유 수유를 하려는 엄마를 도와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엄마는 강한 존재라고 우리는 흔히 말합니다.
모유 수유를 성공한 엄마들에게서 보는 그 강함은 바로 사랑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분유를 먹이더라도 아이를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키워내는 엄마의 모습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러나 엄마라고 해서 늘 강할 수만은 없습니다. 엄마도 도움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합니다.
젖을 물리는 엄마의 사랑은 어디서 올까요? 아기가 힘차게 웁니다. 엄마가 바로 다가갑니다.
뭘 해 주어야 할 지 어쩔 줄 모르고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도망가고 싶고 안 보고 싶지만, 그래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진통과 출산을 같이 한 아빠는 이 때 엄마가 무엇을 힘들어 아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금방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다가가서 같이 힘들어 합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서 옆에서 같이 힘들어 해주고, 안아주고, 힘들어 하는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더 잘 알게 됩니다. 사랑으로 인하여 두 사람 사이에 ‘믿음’이 생겨나기 때문에,
이러한 기다림의 사랑은 앞으로의 삶에서 생길 수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합니다.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필요한 것을 던져주는 것, 왜 답답하게 그러냐고 꾸짖는 말, 전문가에게 연결시켜주는 지식만이 아닌 것입니다.
살아가기 위해서 어미를 찾는 아기의 울음이나 그 아기를 먹이려고 애쓰는 엄마의 사랑에 필요한 것은,
분유라는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기다림의 사랑입니다. 이 사랑의 근원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힘들 때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서 사랑이라는 생명의 에너지를 얻고 다시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돌려주셨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것을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시인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이겠지요. 그 다음은 쉽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해 주신 것처럼 다가가서 가만히 안아주면 됩니다.
엄마의 역할이 단지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다 공감하실 것입니다.
엄마만이 줄 수 있는 것, 분유가 절대 줄 수 없는 것은 바로 엄마의 본능적인 ‘사랑’입니다.
그것은 마냥 황홀하고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고통을 넘어서는 희생적 사랑입니다.
어미의 사랑은 예수님의 사랑을 참 많이 닮았습니다.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본능적으로 새끼를 돌보고, 울음소리에 잠못 이루고, 어르고 달래지요.
아기를 낳고 젖을 물리는 것은 지식과 의지만으로는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의 울음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 그 마음은 우리 안에 빛나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가능합니다.
출산과 모유 수유가 두려워 피해 가지만 않는다면, 하나님께서는 여인을 통하여 그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긴 시간을 호흡으로 버텨내는산고의 기다림 또한 예수님의 사랑과 많이 닮았습니다.
무통주사로 진통을 피할 수도 있는데 애써 참아내며 땀을 흘리는 산모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채찍을 맞으시는 예수님이 생각납니다. 피해 갈 수도 있지만 기꺼이 그것을 감내하는사랑입니다.

그렇게 힘든 진통의 끝은 악 소리 나는 마지막 관문으로 끝이 납니다.
아기 머리가 회음부를 통과할 때의 그 두려움을 기꺼이 참고 견뎌내어 절개 없이 아이를 낳는 산모를 보고 있으면 예수님의 십자가가 떠오릅니다.
이윽고 아기가 나오고 아기를 가슴에 안는 산모의 모습을 함께 하며 예수님의 부활의 기쁨을 맛봅니다.
그리고 그 기쁨은 산모의 가슴에 사랑의 빛으로 새겨져서 평생 동안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다시금 엄마의 영·혼·육을 적십니다.
아기가 태어난 직후 많은 상황이 바뀝니다. 이는 상상으로 미리 준비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원시인 같은, 울어대기만 하는 한 생명’을 안아 보면 그 놀라운 기쁨은 잠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울고 보채고 특정한 수면 패턴도 없는 아기를 돌보며, 준비되지 않은 엄마 아빠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집니다.

많은 엄마들이 이야기합니다.
아기를 낳는 것은일도 아니라고. 모유 수유와 그 뒤 100일간 이어지는 그 힘든 과정은 인내와 사랑 아니면 버티기힘든 과정이라고.
그래서 100일을 인내와 희생의사랑으로 잘 넘긴 엄마 아빠의 성취감은 출산 이후의 성취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출산의 기쁨을예수님 부활의 기쁨에 비교한다면,
100일 이후에 엄마를 보고 방긋 웃어주는 아이를 보는 기쁨은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우는 것은 호흡을 좀 크게 하면 되는 쉬운 동작입니다.
그러나 웃으려면 뇌와 안면 근육이 발달해야 합니다.
얼굴에 있는 많은 표정 근육을 움직이는 정교함이 필요합니다.
또 웃음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호흡 근육과 목젖을 열고 닫는 움직임이있어야 합니다.
이때부터 아이의 뇌는 급격하게 발달합니다. 갖은표정과 엄마와의 교감을 통해서 아기는 빠르게 모든 것을 배워 갑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주변의모든 것으로부터 배웁니다. 엄마에게서 베풀고 인내하는 사랑을 배우며, 아빠에게서 힘든 엄마를 돕는 사랑을 배웁니다.
이 사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부부는 임신 전부터 배려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출산과육아의 모든 고개를 함께 넘어갈 동지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아기와 분리되지 않는 건강한 출산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자연주의 출산은 좋은 부모가되기 위한 첫 번째 단추입니다. 첫 단추가 잘 끼워지면 두 번째 단추를 끼우기 쉽습니다.
모유 수유가 그 두 번째 단추입니다.

 


 

<자연이 엄마가 쓴 자연주의 출산 후기>

 

2015_07_11

 

최원영 부부의 첫 출산 이야기
태명 : 자연이
예정일 : 2011년 7월 22일
출산일 : 2011년 7월 26일 오전 01:01
성별 : 여아 / 몸무게 : 4.3kg

 

나의 첫 출산, 자연주의를 선택하다

 

제가 자연주의 출산을 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주의 출산? 자연출산? 그게 뭐야? 뭐가달라? 왜 유난이야?’ 같은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어떤 지인은 ‘인권분만 하시겠다?’라는 반응을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중요한 인권을 생명 탄생의 순간부터 지켜주고 보호받게 하고 싶다는 엄마의 선택을 왜 유난 떤다고 보는지, 타인의 시선들이 점차 불편해지기 시작하더군요.
남들 하는 대로 지 않는 제 선택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못마땅해 하기도 하고 불안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자연출산을 포기할 수 없었던 가장 큰이유는 인권분만도, 아기를 위한 자연스런 출산도 아닌,
사실은 끝끝내 떨쳐 버릴 수 없었던 출산에 대한제가 가진 공포와 두려움 때문이었습다.

첫 아이 출산 이전에 쌍둥이를 한 명씩 유산을 하고소파수술을 받았을 때 홀로 버려지듯 깨어난 회복실에서의 그 휑한 느낌은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아기를 맞이할 수 없다는 생각도 제 세포 깊숙이 새겨져 있었지요.
다시 지금의 첫 아이인자연이를 가졌을 때, 유산 경험이나 계속되는 하혈로인해 한 달 가량 병원에 입원하여,
온갖 약물들로 아이를 붙들어야 한다며 겁을 먹고 누워 지냈던 그 시간들….
평소 감기가 걸려도 병원을 찾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던 제가 겁을 먹고
겁을 주는 사람들에 의해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모습이 아기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더라구요.
붙들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너무많은 약물을 아이에게 넣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들었지요.
그래서 그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아기의 태명을 ‘자연이’라고 지었어요.
비록 처음엔 엄마가 무지해서 이렇게 너를 맞이하지만 자연스럽게 키우고자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교육과 공부가 자연주의 출산의 시작이다

 

임신을 하고 여덟 군데나 되는 산부인과 병원을 옮겨다니다(그것도 여의사만 찾아서) 결국 자연주의 출산병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출산에 대해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면서, 출산은 무서운 것도 아니고 두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아기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확신도 점점 강해졌구요.

2015_07_13

무엇보다 남편이 출산의 방관자가 아닌 동반자로서,출산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알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남편과 함께 교육을 받고, 이야길 나누고,
우리만의 출산을 준비하면서 제가 변하고, 남편이변하고, 우리 가족이 변하고, 생각이 변해 갔어요.
가장 큰 변화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따르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 것!
출산 이후 바로 당면하게 되는 신생아실, 조리원, 예방접종 등의 문제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고민하게 되었고,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출산뿐 아니라 출산 이후 제 육아 방식을 놓고도 유난을 떤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제 출산과 육아 방식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의 방식이거든요.
가공되고 인위적인 것은 덜어내고, 덜 간섭하면서 좀 더 자연적인 것을 지켜주고자 하는….
언제부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조차 할 수 없다고 교육되어서 돈으로 위탁을 하게끔
조장된 사회 문화로 인해 사람들이 스스로 해 볼 기회마저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출산도 마찬가지구요.
최고의 태교는 엄마의 편안한 마음, 그렇다면자연출산은 최고의 태교!
축제 현장에 가듯 신이 나서 아기 낳으러 가는 산모는 아마 드물 거예요.
저는 신이 나서 갔답니다.
엄살이 심한 편이었던 저는 가진통(假陣痛) 때부터그게 진진통(진陣痛)인 줄 알고는 신나게 노래 부르면서 출산센터로 이동을 했어요.
가진통이었으니 노래가 절로 나왔던 거겠지요.임신을 하면 아기를 위해 태교에 신경을 많이들 쓰잖아요.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평온하고 균일하게 뛰는 심장 소리가 아기에게 안정을 주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자연출산을 선택하고 출산의 순간을 평온하게 기다리는 것 자체가 아기에게는 가장 좋은 태교가 아닐까 생각해요.
진통의 느낌은? 평온함 속의 잔잔한 고통, 그리고 생생하게 깨어 있는 정신

 

진통이 시작되면서 아기가 내려오고 엉덩이가 꽉차는 듯 묵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후,

지진과 같이온몸에 흔들림을 주는 진통의 파도들이 들고 나고 했답니다.
저는 운 좋게도 진통 초반부터 둘라와 함께 있었어요. 둘라가 호흡과 골반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돌보아주고 지지해 주었기에,
‘몸은 비록 뻐근하고 아프지만 마음은 평온하다. 내 몸이 아기를 맞이하기 위해조금씩 열리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을 수 있었어요.
출산이 임박해서는 지치고 힘들어서 입을 열어 정확히 의사 표현을 하지는 못했지만,
세포 하나하나가다 깨어 있어서 주변에서 나는 냄새, 소리, 불빛,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 등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마지막에 아기 머리가 거의 다 나오고 밀어내기를 할 때,
함께 아기를 기다려주던 조산사가 따뜻하게 데워진 수건을 제 밑부분에 대어주던 그 따뜻한느낌과 세심한 배려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만약 일반 병원분만을 했다면 병원의 환한 불빛, 소독약 냄새, 의사와 간호사들이 사무적으로 주고받는 말들이제 기억 세포에 새겨졌겠지요.

 

자연출산 통해 낳은 아이가 특별한 게 있나요?

글쎄요… 없는데요….

 

“아이가 자연출산을 해서 특별한 게 있나요?”이 질문에, 그렇다고 이야기는 못 하겠어요.
사실 특별한 걸 못 느꼈거든요. 왜냐면 저에겐 첫 아이다 보니 비교할 대상이 없고 아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존재일 테니까요.
‘왜 내 아이는 특별한 게 없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하고 지내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아이는 특별히 이상한 것이 없구나!’요즘은 워낙 특이한 아이들이 많잖아요.
우리가 자라던 시절에 없던 성향의 아이들이 많아져서 엄마들이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우리 아이는그런 점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런 게 출산만으로는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자연출산을 준비하며 변화된 식생활이나 생활방식이 육아로도 이어진 거지요.
자연스레 자연 육아 방법에대해 고심하게 되고,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요시하게 되었어요.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출산은 정말 아이 인생의 첫단추인 것 같아요.
그 첫 단추만 잘 채운다고 옷이 다입혀지는 것도 아니고,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옷을제대로 입은 게 아니듯이 첫 단추를 잘 채운 후 다음번 단추도 꾸준히 잘 채워야겠지요.
자연출산이 넘어야 할 벽

 

자연출산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적은 것도 아쉬운 현실이지만,
가장 아쉽고 속상한 것은 “나는 못해”라는 엄마들의 의식인 것 같아요.
행복했던 출산 장면이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고, 두려움 없이 행복하게 남편과 잘 아기를 낳았다고 이야기해도,
그저 남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고 “난 그렇게 못해”라고 결론 내 버리는 친구들을 볼 때면 ‘변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출산의 주체인 엄마의 의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못한다는 것인지….
자연출산으로(사람들 생각대로라면 쌩으로)아이를 낳은 저를 보고 사람들이 독하다고 그러는데,저는 오히려 그들이 더 대단해 보이더라구요.
어떻게꼼짝 않고 그렇게 진통을 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지…. 저는 도저히 그걸 해낼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러던 중 몇 달 전 친한 친구가 메디플라워에서 자연출산을 하게 되었어요. 임신 전부터 저의 출산에대해 관심을 가졌고,
본인도 조산원에서 태어났기에자연출산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친구였어요. 그친구의 동의 하에 출산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었는데요.
차분히 호흡하는 친구에게 물을 건네주고, 손을잡아주고, 호흡을 잡아주었어요.
함께 진통의 시간을보낸 후 아기가 엄마 몸에서 나와 엄마에게 안기던순간, 아기 아빠의 얼굴에 환하게 번진 미소!
그 미소가 너무나도 행복해 보여서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자연출산이라는 건, 흔히들 생각하듯 쌩으로 애를 낳는 게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기 맞이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응원해 주고,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순간 모든 이들이 함께 아기를 환영해 주는 것이라고생각해요.
아이에게 세상은 함께하는 곳이라는 것, 모두가 널환영한다는 것,
너를 기다리고 지지해 주는 것이 바로 세상이라는 걸 알려주는 게 자연출산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전 둘째를 가졌어요.
물론 둘째를 빨리 갖고 싶었기에 임신소식이 기쁘기도 했지만

(사실 전 아이를 낳고 6시간 뒤에 밥을 먹으면서 애 둘 셋 낳을 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둘째 때는 히프노버딩을 준비해서 첫째 때보다 더 평온한 출산을 하고 싶다는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아마도 출산의 두려움 대신 자연출산으로 인해 행복했던 기억이 제 안에 가득하기에 그런거겠죠~!

 

 

 

(6월호 자연이 아빠의 출산 후기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