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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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상담
칭찬의 기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교수 하혜숙


 

다음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칭찬은 부정적인 것이다’

‘칭찬은 긍정적인 것이다’

두 가지 명제 모두 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판단하는 칭찬은 파괴적이고 부정적이고, 인정하는 칭찬은 건설적이고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에서 부모들이 토로하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줬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얌전히 있는 모습이 너무 기특해서 “철수야, 너 참 착하구나.”하고 칭찬을 해줬지만, 칭찬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내 방안을 난장판으로 어질러 놓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칭찬이 아이에게 자신감과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칭찬이 긴장을 일으킬 수도 있고, 나쁜 버릇을 생기게만들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때로 가족들이나 세상에 대해 무시무시하고 나쁜 생각을 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너는 착한 아이야!”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자기가 생각할 때, 자기 자신이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얼마 전에 형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이나 했으면, 아빠가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칭찬을 받을수록 아이의 버릇이 더 나빠졌다면, 그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아이가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는, 착한 행동을 칭찬해 주었더니 마치 칭찬을 못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사납게 행동하기 시작하더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버릇없는 행동은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하는 나름의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영리하다고 칭찬받는 아이가 오히려 시험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 것은, 자기가 누리고 있는 높은 평가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본모습이 탄로 날 때까지 긴장하면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나쁜 행동으로 미리 고백해서 마음의 짐을 덜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상담을 받는 아이에게 상담자는 “넌 참 착한 아이야.”, “그렇지! 계속 이렇게 착하게 해야지.”와 같은 말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칭찬은 마치 페니실린 주사처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합니다. 약을 처방할 때는 일정한 가이드라인과 주의가 필요한 법입니다. 칭찬을 받으면 마치 주사약을 맞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고 의존을 부릅니다. 마치 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약물의존성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의도로 해준 칭찬이 이렇게 해로운 결과를 부르는 메커니즘은, 칭찬을 하게 되면 칭찬을 해준 그 사람이 아이를 인정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곧 그 아이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날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판단을 하는 칭찬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동시에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불안과 긴장을 만들고 의사소통을 방해함으로써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영희가 돈을 잃어버렸는데 철수가 돈을 찾아서 교사에게 주었습니다. 그래서 교사는 이렇게 칭찬해주었습니다. “철수야, 너는 정말 정직하고 착한 어린이구나.” 철수는 얼굴을 붉혔습니다. 왜냐하면 철수는 이전에 남의 물건을 훔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칭찬을 했을 때 불안해졌습니다. “선생님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떡하지?” 철수는 걱정이 되어서 선생님과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졌고 점점 움츠러들었습니다. “나를 더 많이 알게 해서는 안 돼. 만약 선생님이 진짜 내 모습을 알게 되면, 날 더 이상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실 거야. 오히려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실 거야.”

만약 이 상황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교사가 철수에게 어떻게 칭찬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교사가 철수에게 판단하는 칭찬이 아니라 인정하는 칭찬을 해주었다면, 오히려 철수도 기뻐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돈을 찾아 줘서 고맙다, 철수야. 네가 영희 걱정을 덜어줬구나.”

이처럼 칭찬을 감정에 접종하는 주사라고 한다면, 성격이나 인격에 주사하지 말고 노력과 노력을 통해 성취한 것에 접종(칭찬)하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기 방을 청소했을 때, 방이 아주 깨끗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칭찬입니다. 하지만 매우 착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아이를 위하는 칭찬은 어른의 의도대로 아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이 거울이 되어 아이가 성취한 일을 있는 그대로 반영해 주기 위한 것입니다.

인격을 직접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마치 머리위에서 곧바로 내리쬐는 직사광선과 같아서, 눈이 부시고 불편하게 합니다. 눈앞에 세워놓고 “너는 훌륭하다, 의젓하다, 대견하다, 착하다, 겸손하다”고 하면 누구나 당황스러움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이내 “꼭 그렇지는 않다.”고 조금은 부정하려고 할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벌떡 일어나 “고맙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훌륭하다고 한 말을 그대로 인정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그런 칭찬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칭찬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정말 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저 사람은 똑똑한 사람은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칭찬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한 부분은 ‘우리가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한 부분은 ‘그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노력과 도움, 일과 성취 중에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인정하는지 이야기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결론을 이끌어 냅니다. 우리가 사건과 감정에 대해서 사실적이고 인정하는 자세로 의견을 내놓으면, 상대방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철수가 선생님을 도와서 교실 책꽂이의 책을 정리하자, “잘 했어. 넌 훌륭한 일꾼이야.”라고 칭찬하는 대신에, 다음과 같이 철수가 한 일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젠 책정리가 다 되었네. 우리 반 아이들이 필요한 책을 찾기가 쉬워질 거야. 어려운 일이었는데 네가 해냈어. 고마워.” 이렇게 선생님이 인정을 해주었기 때문에, 철수는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한 일이 선생님을 흐뭇하게 했어. 내가 일을 잘 했기 때문이야.”

이처럼 칭찬을 하려거든 아이들이 노력했거나, 도움을 주었거나, 배려를 했거나, 새로운 것을 해냈거나, 성취한 일에 대해서 어떤 점이 마음에 들고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하는지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사나 부모는 아이들이 칭찬을 듣고 난 후,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칭찬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성품에 대해 실제적인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철수 엄마는 아들이 기타를 연주하자 “넌 훌륭한 기타리스트야,”라고 칭찬하는 대신에, “철수야, 네 기타 연주는 엄마에게 큰 즐거움을 준단다.”라고 말하자 “날 훌륭한 연주자라고 말해줘서 고마워요.”라며, 철수는 엄마의 인정을 자신을 칭찬하는 말로 바꾸어 표현했습니다.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지니 낙심할까 함이라 골3:21

 

사춘기 아이들을 칭찬해 주고 싶어서 “너 잘 생겼구나.”라고 했는데 당황해하며 도망가는 것을 경험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사춘기라서 또는 성격이 까다로워서 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아이들도 인격이나 신체적, 정신적 특징에 대해 평가하는 칭찬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평가받는 것을 싫어합니다. 좋은 방법은 기쁨과 놀라움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아이의 노력에 대해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표현을 사용하고, 아이를 존중하고 이해한다는 사실을 전해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너희도 전에 그 가운데 살 때에는 그 가운데서 행하였으나 이제는 너희가 이 모든 것을 벗어 버리라

곧 분함과 노여움과 악의와 비방과 너희 입의 부끄러운 말이라 너희가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

옛 사람과 그 행위를 벗어 버리고 새 사람을 입었으니

이는 자기를 창조하신 이의 형상을 따라 지식에까지 새롭게 하심을 입은 자니라골3:7-10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선악과 열매를 따먹은 죄의 결과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선악과 열매가 아니라 생명나무 열매를 먹도록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선악을 판단하는 말이 아니라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말을 해줌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이 흘러가게 하는 것이 킹덤빌더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