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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망

천국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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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 천국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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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숙 목사


지난 6월호 『킹덤빌더』 매거진 「전임목사칼럼」에 항암쇼크로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가 기도하고 회복되었던 친구 남편의 이야기를 소개했었는데, 그 이후, 암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하여서 암 전문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아왔다. 그동안 몇 번 방문해서 기도해 드렸는데, 평소 기독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복음을 전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한번은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고 기다리시니 그분을 의지해보라고 권했더니 기도해보겠다고 대답하였다. 아마도 반신반의했겠지만 얼마간 기도하다가 차도가 없자 실망하여 곧 기도를 멈추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한번 살려주셨으니 질병도 온전히 치유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했지만, 안타깝게도 병이 점점 깊어졌다. 한 가닥 희망을 갖고 기도하는 사람에게 육신의 회복이 아닌 복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마음을졸이면서 하나님께서 마음을 열어주셔서 예수님을 영접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조심스럽게 하나님을 전하고 위로와 소망을 주려하는 나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나를 통해 조금씩 하나님께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지난주 미국으로 HTM 중보팀과 비전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가기 전에 들러보니 그는 장 유착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몸은 앙상했지만, 얼굴은 어느 때보다 평안해보였고 마음이 많이 가난해져 있었다. 자신의 몸이 빈껍데기만 남았다고 하면서 이제까지 왜 그렇게 자신감이 많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교만했다고 하였다. 나는 “성경에 보면 우리 몸을 장막집이라 표현한 구절이 있는데 아무리 강건한 몸이라도 일시적으로 거주할 뿐이고 우리 영혼은 영원한 천국에 살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연약한 몸, 껍데기 같은 몸에 주님의 생명이 부어져서 강건해지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남편의 전화기도도 받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다음번에 오면 꼭 예수님을 영접시키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예정대로 미국에 가게 되었는데, 병이 점차 위중해져간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만일 병이 낫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병 낫기를 바라서 하나님을 붙잡았는데, 낫게 해주시지 않아도 하나님을 의지할까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잘 믿다가도 극한 질병의 고통 가운데 들어가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거부하는 사람들을 여러 명 보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 돌아가셔서 영접할 기회를 놓치면 어떡하나 염려가 되기도 하였다. 한 영혼에 대한 부담감에 밤새 잠 못 이루고 기도하였다. 어깨에 무거운 짐이 놓인 듯 힘이 들었다. 그러면서 너무 중압감이 크니까 마음 가운데 내가 왜 이렇게 이 일을 맡아서 고통을 당하는가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침 친구 남편이 소천했다는 문자를 받고 가슴이 철렁하였다. 아직 영접기도도 시키지 못한 것과, 기도했지만 결국 죽음에 이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친구와 마주앉았는데, 친구의 얼굴이 의외로 평안하였다. 남편이 2-3일 전 갑자기 위중해지고 의식도 혼미해져서 이제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평소 남편이 제사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제사를 허용하는 천주교의 신부님을 초청할까 물었더니 “아니. 나는 천국에 가고 싶어.”라고 했다고 한다. 친구는 내가 미국에서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병원의 목사님을 초청해서 영접기도를 하고 세례를 받았다고 하였다. 그러고 나서 바로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하였다. 그러면서 자기 남편이 너무나 잘 살아왔기 때문에 만일 병들지 않았다면 절대로 하나님을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나에게 고맙다고 하였다.

이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나에게도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셨다. 사랑하는 남편의 중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위로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전혀 복음을 알지 못하고 기독교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한 의학적으로 가망이 없는 중병 가운데서도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살기를 소망하는 사람에게 죽음에 대한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열어주시고 천국의 소망을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복음 전할 기회를 얻고자 기다리고 바라보았다.

그의 영혼이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고 생각하니 나는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비록 하나님께서 그가 원하던 대로 이 땅에 잠시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시지는 않았지만 천국의 소망을 주셨고, 생명을 연장시켜 주시지 않았지만 더 나은 영원한 생명을 주셨기 때문이었다. 장막집과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의 마음 속에 천국의 소망이 조금씩 싹트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참 신기하였다. 죽음의 문 앞에서 천국으로 간 남편을 보면서 친구도 나중에 천국에서 남편을 만나야하니 이제부터 교회에 다니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그의 마음에도 천국의 소망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나고 보니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대로 응답하지 않으셨지만, 결국에는 구원을 주시려고 쇼크에서 일으켜주심으로 영접할 시간을 주셨다. 마음을 열어주시고 온 가족이 주님께로 돌아오는 큰일을 이루셨다. 이사야서 말씀처럼 하나님의 생각과 길은 우리 생각과 다르지만 모든 것을 이루시며 또한 그 모든 일을 우리의 기도를 통해서 일하신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