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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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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 주님의 사랑

2015_09_clom02

윤현숙 목사


가끔 집 근처에 있는 서점에 들르게 되는데, 그 때마다 인간관계를 다루는 책이 참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고 어떻게 공감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책이 주류를 이룬다. 이제까지는 대중에게 그다지 관심 받지 못했던 공감에 대한 필요성이 주목받게 되었다는 것과, 또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해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우리는 성취지향적인 삶을 살면서 가까이 있는 가족이나 동역자, 동료 등 소중한 사람들의 감정적 필요에는 비교적 둔감하게 살아왔다. 우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사성어를 잘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뜻인데, 그렇게 할 때 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상대방의 마음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어에는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럴 때 그의 입장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뜻으로, 그것도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애써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러한 수고와 노력이 있을 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나 역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상담을 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되는데, 공감능력은 타고나는 성품적 측면도 있겠지만 안정적으로 지지를 받으면서 자란 사람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니 감정적으로 세심한 이해와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러다보니 겉으로는 원만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왔지만 속마음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목회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진정으로 내 안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에게 찾아와 마음의 아픔을 호소하는 분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달라는 것인데, 나는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더 열심을 내곤 하였다.

상담사역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를 겪는다. 남편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아내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남편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부족하고, 문제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의 부모님을 보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사실 모든 부모는 청소년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에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음에도, 부모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관점으로 자녀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결국 모든 관계에서의 문제는 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이나 상담학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나 배려를 배움으로, 관계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공감능력을 개발하려는 목적이 공감을 통해 비즈니스에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다. 결국 공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필요를 채우기 위한 이기심인 것 같아서이다.

공감에 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다가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바라보시면서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를 바라실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좋은 부모님을 만나 어릴 때부터 공감 받으며 자라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고민하다 보니 아들이 군대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군인들에게 시선이 가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었다. 평소 군인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라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히브리서 4장 15절에는 우리의 대제사장 되시는 예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라는 말씀이 있는데, 여기에서 동정은 단순한 감정이나 느낌을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도움을 얻지 못하는 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까지를 포함한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인간의 연약함을 철저히 공감하실 뿐 아니라 우리의 도움이 되시기 위해 친히 생명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그 사랑이 우리를 통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흘러가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