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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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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힐링시네마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작가 이애경

 

삶의 변화는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시작된다. 소심하고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한 남자가 모험적이고 열정적인 남자로 변화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주. 인생에 찾아온 위기 속에 도망가지 않고 극복하기로 결심하는 순간부터 평범한 한 남자의 삶은 180도 변했다. 위기는 두렵지만 좋은 것이다. 아름답게 변하게 되는 그 결과는, 극복해보기 전에는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 동전의 양면 같지만.

 


 

포토저널리즘의 꽃으로 불린 『라이프(LIFE)』 잡지가 2007년 폐간되었고, 71년간 수많은 사진을 통해 감동받고 역사를 인식했던 70억의 세계는 안타까워했다. 질주하는 디지털 시대를 천천히 걷던 아날로그가 따라잡지 못했고 누구도 이 ‘굿바이’에 반기를 들 수는 없었다. 전 세계가 디지털로 재빠르게 변화해버렸고 손쉬움에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이 팩트를 가지고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평범한 직장인 월터 미티는 16년째 『라이프』 잡지사 사진 현상부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가들이 사진을 찍어 필름을 보내면 그것을 인화, 현상하는 것이 그의 일. 그는 세계 최고의 사진가 숀 오코넬이 보내온 필름의 현상을 16년간이나 도맡아하면서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잡지는 인터넷에 밀려 폐간이 결정되고, 결국 마지막 호가 발행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월터는 숀으로부터 마지막 호의 표지 사진이 담긴 필름 한 통을 전해 받지만, 숀이 표지 사진이라고 지정한 25번째의 컷은 사라진 채로였다. 인터넷 『라이프』지의 창간을 위해 가차 없이 사람들을 해고시키는 신입 이사의 눈총과 온갖 비아냥을 받아가며, 월터는 25번째 컷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해본 것도 없고 특별한 경험도 없고, 오직 상상 속에서만 흥미로운 삶을 살아온 월터에게 이 사건은 큰 위기가 된다. 사라진 필름 컷을 찾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숀과 연락해 물어보는 것. 그러나 아날로그적 삶을 사는 그와 전화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월터는 결국, 직접 숀을 찾으러 떠날 것을 결심한다.

숀이 머물고 있다고 추정되는 곳은 그린랜드다. 월터는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던 포토에디터 셰릴의 도움을 조금씩 받아 그린랜드로 떠난다. 그린랜드에 도착했지만 숀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난 상태였다. 월터는 그를 찾기 위해 술 취한 조종사가 운전하는 헬리콥터를 타고 폭풍 속을 향해 떠나고, 그 헬리콥터에서 배로 옮겨 타기 위해 상어가 득실대는 바닷물로 뛰어 내리고, 폭발 직전인 화산을 향해 돌진하기도 한다.
너무나 평범해 존재감마저 없던 그의 삶은 단숨에 어드벤처 영화처럼 흥미진진한 사건들로 채워진다. 결국 히말라야 산맥에서 월터는 숀과 조우하게 되고, 그로부터 필름의 행방을 듣게 된다.

 

영화 내내 흐르는 삶의 모토(touching)

영화는 처음부터 명백하게 주제를 제시한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 너머에 있는 것을 보고, 서로를 찾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라이프』지 본사 로비에 쓰여 있는 이 문구는 『라이프』지의 모토이자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이자, 관객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다. 이 문구는 숀에게 선물 받은 지갑에서,월터가 자기 틀에서 빠져나와 세상으로 나가는 장면에서 공항과 비행기에서 계속적으로 등장한다.

결국 이 모토는 월터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적용되며, 소심하고 평범했던 40대 직장인 남성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과정 속에 녹아난다. 과부인 엄마와 철없는 여동생을 보살피며 수입과 지출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살아오던 월터의 삶. 몽상과 공상 속에서 히어로가 되고, 로맨티스트가 되어 사랑하는 여자를 얻지만, 현실에서는 루저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심한 삶. 어두컴컴한 현상부 사무실에 갇힌 채 16년간 똑같은 일만 반복하고 지루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자기의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을 보는 것이었다.

월터가 뉴욕을 벗어나 그린랜드로 떠나기로 한 것은 세상을 보기 위한 시작이었다. 발걸음을 뗀 월터는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했고 무수한 장애물들을 넘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해야 했던 첫 번째 모험은 숀을 만나기 위해 바에서 만난 만취한 헬리콥터 조종사의 헬기를 타는 것이었다. 조종사는 “술을 마셨기 때문에 이제 폭풍은 두렵지 않다”는 황당한 말을 내뱉고, 폭풍보다 음주운전이 더 두려웠던 월터는 헬기를 타고 숀을 만나러 가는 것을 포기한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 월터가 짝사랑하고 있던 셰릴이 바에 나타나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노래를 듣고는 기운을 내어 헬리콥터에 오른다. 죽음을 무릅쓴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

한 번 모험하기로 도전하며 시작한 ‘장애물 넘기’는 탄력이 붙어 전속력을 내며 달려가게 되었다. 좋아하는 셰릴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입한 온라인 연애 사이트의 자기소개 중 ‘특별한 경험’란에 써넣을 말이 없던 그에게 이 장애물들은 그 빈칸을 채우는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모험이 쌓여갈수록 빈칸은 채워져 갔다.

이 모토는 이렇게 킹덤빌더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세상을 보고(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삶으로), 장애물을 넘어(고통과 고난 속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벽 너머에 있는 것을 보고(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믿음으로), 서로를 찾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알아가고 느끼는 것(네 몸과 같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 하신 것처럼),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즉, 인생의 목적, 우리가 이 땅에 사는 이유는 “네 하나님을 사랑하고(세상에 속하지 않은 채 하나님을 믿고 고난을 극복하는 것으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지킨다면, 우리의 신앙이력의 빈 칸도 조금씩 채워져 간다.

 

목적이 아니라 결국 과정이 중요하다

25번째 컷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이지만, 그 목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변화된 월터의 모습을 면밀히 지켜볼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월터를 만나게 된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담당자가 월터에게 “꼰대인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요.”라며 이야기했을까. 재밌는 것은 2주 전의 월터는 분명 남들이 보기에 ‘꼰대’라고 불릴 스타일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사라진 필름을 찾기 위해 온갖 모험을 감행했지만 그가 얻은 것은 필름뿐만 아니라 변화된 자신이었다. 그것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월터가 직접 손으로 써 기록으로 남겨두는 행위를 통해서다. 영화 시작부분에는 월터가 꼼꼼하게 지출된 금액을 펜으로 쓰며 가계부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중반부쯤 다시 한 번 테이블에 앉아 가계부를 정리한다. 모험을 떠나기 전에 가계부 지출에 오른 명목들은 주로 피아노 보관, 집 보증금, 창고 사용료 등 ‘안착하는 것’ 에 사용한 돈이지만, 여행이 시작된 뒤에 그 칸은 비행기 티켓비, 여권 발행비, 자동차 렌탈 등 ‘떠나는 것’에 사용한 돈들이다. 모험을 시작하면서 그의 지출의 명목이 변화된다. 그리고 더 큰 변화는 히말라야로 떠나면서 부터다.

그는 숀을 찾기 위해 히말라야로 떠나면서 그의 배낭에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여행수첩을 집어넣는다. ‘재미있게 놀아’라는 아버지의 짧은 편지가 들어가 있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여행수첩. 그리고 그는 이 수첩에 여행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셰르파를 고용한 이야기, 얼마나 걷고,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이런 소소하지만 귀한 인생의 여정의 순간순간이 수첩에 담긴다. 통장잔고를 맞추고, ‘숫자’를 쓰는 데만 신경을 쏟던 그의 노트필기가 이제는 히스토리를 적고, 인생의 앞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중심으로 바뀌었다.

우리의 히스토리 북에는 어떤 것이 써지고 있는가. 입금 출금을 맞추며 적금을 붓고 먹고 사는 데만 이런 저런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가계부를 덮고 인생의 히스토리를 써야하는 때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님이 누구를 나에게 데려다주셨는지, 어떤 일을 펼치셨는지. 그 모든 일이 귀하고 소중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이 쓰시는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도하고, 또 큰 기도제목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우리의 태도도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목적을 이루는 것, 기도 제목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단련되고 제련되는 우리 자신의 변화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월터의 삶과 우리의 삶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도전들

 

1. 삶에는 고난이 따른다

내 삶의 주위에는 언제나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 나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 들이받는 부하 직원, 교회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가족 중에도 나를 무시하고 조롱하고 내 삶을 괴롭게 만드는 사람들이 꼭 있다. 월터에게도 마찬가지였다.『라이프』지의 폐간, 실업자라는 큰 사건 속에서 그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던 한 상사였다. 인터넷 『라이프』지를 위해 새로 온 이사는 월터를 몽상만 하고 꿈만 꾸고 일은 하지 않는 ‘드림머신’이라고 조롱한다. 월터는 자신을 조롱하는 상사를 들이받고 싶지만, 그건 언제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는 부당한 처우, 조롱 속에서도 속만 끓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런 위기가 월터를 변화시키는 자양분이 되기도한다.

 

2. 인생에는 혼자 걸어야하는 시간이 반드시 온다

월터는 히말라야 산의 어디쯤에서 함께 걸어주던 셰르파들에게 월터 혼자 정상으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 장면이 인상적인 것은 월터와 두 명의 셰르파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손짓으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기로 가니 너는 위로 혼자 올라가라”는 말을 손가락으로 몇 번씩 해준다. 월터는 함께 가자고 손가락으로 이야기하지만, 결국 혼자 떠나게 된다.우리에게도 이런 순간이 온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혼자 걷게 되는 막연한 때. 주위에서 아무도 나를 도와주는 것 같지 않고, 웅덩이에 떨어진 것 같고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는 것 같은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을 올라야 하는 때. 그 때, 월터의 도전과 결심을 기억하면 좋겠다.

 

3. 우리는 가끔 하나님 말씀의 의미를 곡해하거나 놓친다

숀을 만난 월터는 그에게 필름의 행방을 묻고 숀은 단순하게 “안을 보라고 편지에 썼다. 필름은 그 안에 있는데…”라고 답한다. 월터가 생각하던 ‘안’과 숀이 가리켰던 ‘안’의 의미가 달랐다. 월터는 상자 안만 보았고, 숀은 지갑 안을 보라고한 건데 서로 그 의미를 달리 해석해 버렸다. 우리도 또한 그렇게 말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그냥 오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그것은 생각하는 우리의 틀이 너무 작아서일 수도 있고,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지만, 고난 뒤에 쏟아지는 축복을 상상하지는 않는다. 부활을 꿈꾸지만, 십자가에서의 죽음은 생각하지 않거나 혹은 외면한다.

 

4. 인생을 걷는데 쓰이는 수단은 시절에따라 변한다

월터는 세상을 향해 떠난 여행에서 수많은 ‘탈 것’들을 경험한다. 그린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몸 하나 겨우 들어갈 것 같은 작은 렌트카를 타고, 헬리콥터를 타고, 아이슬랜드로 가는 배에 올라타고, 숀을 쫓아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숀이 있다는 화산 쪽으로 돌진하기 위해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그리고 뛰기도 한다. 그는 목적을 향해 가면서 다양한 교통수단을 사용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기도 한다. 속력을 낼 수 있는 비행기를 탈 때도 있지만 불편한 소형차를 타야할 때도 있다. 때로는, 가슴까지 차오르는 숨을 헉헉대며 뛰어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인생의 속도도 시절에 따라 다르고, 어떤 때는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성공가도를 쭉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지칠 대로 지쳐버린 다리 두 개로만 걸어가는 듯한 시절을 겪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끔은 내가 아끼던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다. 월터가 자신이 끔찍이 아끼던 인형과 스케이트보드를 맞교환했던 것처럼 말이다.

 

5. 때로는 순간에 머무르라

눈표범이 나타나는 순간을 촬영하러 온 숀은 표범이 나타나자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는 궁금해 하는 월터에게 “사진을 안 찍을 때도 있어. 나를 위해서. 사진을 찍지 않고 순간에 그냥 머무르는 거야.” 라고 설명한다.

그것이 왜 자기 자신을 위해서일까? 사진을 찍고, 그것을 현상 인화해 세상에 내놓는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피사체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순간이지만, 그것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공중화(公衆化)되고, 객관화되고, 그리고 자기 자신 또한 그 사진의 틀에 갇혀 그 순간을 사진 속의 순간만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외의 순간들은 너무도 또렷한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다른 빛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진에 담지 않은 순간은, 그 모든 순간이 또렷하고 생생하다. 조작이 없고 어떤 특정 순간이 도드라지지도 않는다. 순간의 연속인 순간들이 서로 모여 하나의 기억을 만들어낸다. 그런 면에서 숀은 그 선물을 자기 자신에게 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월터가 깨닫기를 바랬던 것 같다.

 

바람 같은 사진가 숀 오코넬을 통해 본 하나님

사진가 숀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한 번 등장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일단,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떠돌아다닌다는 점.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바람처럼, 성령님의 운행하심도 동일하다. 하나님은 우리의 옆에 계시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당신을 쫓기를 원하며 움직이시기도 한다. 하나님을 쫓는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더욱 변화된다. 토미 테니는 ‘GOD chaser(하나님을 좇는 자)’라는 책을 쓰며 자신이 하나님을 좇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왜 필름을 거기에 숨겨놓았냐는 월터의 짜증 섞인 질문에 숀은 ‘재밌잖아?’라고 단순하게 답한다. 그리고 ‘그 사진을 특별히 하려고 했다’고 설명한다.하나님은 일을 재미있게 하시는데(일을 감추는 것은 하나님의 영화) 우리는 그걸 잘 알아듣지 못하고, 표면만 훑거나 우리 맘대로 생각하고,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짜증내 버린다.

감추어두는 이유는 특별히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의 기도가 응답이 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답이 감춰져 있을 때는 하나님이 직접 개입하셔서 무언가를 특별히 만드시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대하는 두 사람의 반응이 다르다. 혹, 월터가 숀의 ‘안을 들여다봐라’는 말을 잘 이해했다면, 그리고 호기심 혹은 탐구심으로 지갑 안까지 열어봤다면, 이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거나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찾았다면, ‘와! 안을 들여다보라더니, 여기를 말한 거였어?“라고 말하고, 숀에게 더욱 고마워했을 수도 있다. 문제의 발단은 25번째 필름을 특별하게 숨겨놓은 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월터에게 있었다.왜 숀이 25번째 컷을 숨겨놓았는지 궁금했다. 25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사진은 순간을 포착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5번째 컷은 ‘시간’ 이라는 카테고리와 연관관계를 떼어낼 수가 없다.

정치적 상황에 휘말리게 된 한 소시민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루마니아의 작가 게오르규의 소설 ‘25시’에서의 25시는 ‘메시아가 다시 강림한다고 해도 구원할 수 없는 시간’이라며, 폐허의 시간이자 절망의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이 소설이 기계 문명에 항거하는 인간의 끈질긴 모습을 담은 것이고, 이 시간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비추어봤을 때, 25번째 컷은 디지털로 변해버린 세상을 바라보는 아날로그의 관점일 수도 있고, 인간성이 회복된 새로운 1시를 추구하는 감독의 바램일 수도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숀이 숨겨놓은 25번째 컷을 찾기 위한 이 여정이 잠언 25장 말씀을 풀어놓은 스토리가 된다는 것이다.

 

 

일을 숨기는 것은 하나님의 영화요 일을 살피는(찾는) 것은 왕의 영화니라 잠언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