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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심기운 나무

물가에 심기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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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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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숙 목사


얼마 전 봄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예전에는 몸이 약해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하나님께서 치유사역으로 부르신 후로는 많이 건강해졌고 어쩌다 감기기운이 있어도 감기가 내 몸에 들어올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선포하면 떠나가곤 했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무리한데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따뜻한 날씨임에도 갑자기 감기에 걸렸다. 목이 퉁퉁 붓고 고열이 나서 월요말씀치유집회에 조차 가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앓았다.

 

 

하루를 정신없이 누워 있다가 무엇을 좀 먹으려고 일어나보니 마침 부엌에 껍질을 벗기지 않은 도라지가 눈에 띄었다. 그것을 배와 함께 달여서 그 물을 마시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평상시에는 커피 외에는 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는데 달여서 한잔 마셔보니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몸에 좋다고 생각하고 마시니 감기가 뚝 떨어지겠다는 믿음도 생기고 해서 끓여놓은 도라지 물 한 주전자를 그 날 다 마셔버렸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목 상태가 한결 좋아져 있었다. 하루 만에 많이 회복된 것이다. 왜 이렇게 좋은 것을 몰랐을까 이제부터 건강을 위해 커피를 끊고 도라지차를 만들어 마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다음날도 새로 도라지를 달여서 한 모금 마셨는데 어찌된 일인지 맛이 어제 같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맛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차의 맛은 그대로인데 몸이 좋아지니까 내 몸이 그렇게 느낀 것이 이유였다. 입맛은 정말 간사해서 몸이 좀 회복되자 어제 그 맛과결심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는 하루 만에 다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육신의 건강은 평상시에 돌보아야 하고 건강할 때 꾸준히 가꾸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아플 때만 마시는 도라지차가 건강을 유지하는데 별 도움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나는 왜 늘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을 잘 관리하면 아플 일이 적을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몸이 조금만 회복되면 좋은 음식이 아니라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게 될까…. 그러다 몸이 다시 아프고 나서야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일까…. 도라지 물을 매일 마시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간사한 것이 어디 입맛뿐이랴! 영적인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찾고 부르짖지만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셔서 위기상황을 넘기게 되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삶의 자리로 되돌아가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님! 이 문제만 해결해주시면 앞으로 하나님 잘 믿고 살겠습니다.” 라고 하나님 앞에 온갖 약속과 결단을 하지만 살만해지면 그만 마음이 변한다. 위기가 오면 간절히 하나님을 찾다가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삶의 자리로 슬그머니 돌아가 버린다. 하나님이 필요 없어진다. 그러다 어려움이 생기면 다시 하나님께로 나아온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평탄과 형통은 늘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지속적으로 교제하며 그분의 뜻을 구하면서 그분 안에 거하는 삶인데 거기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기를 원하시는 삶은 늘 생명을 공급받아서 풍성한 삶이며 철따라 열매를 맺는 삶인데, 겨우 연명할 정도만의 생수로 만족하고는 돌아서 버린다.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우리 인간의 마음에 있는 간사함에 안타까움을 느꼈었는데, 몸이 아플 때와 조금 나았을 때 그렇게 달라지는 내 마음을 보며 그 모습이 나 자신의모습인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시며 하나님도 얼마나 안타까워하실까 생각을 하였다.

하나님은 시편 기자를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삶을 사는 그림 하나를 우리에게 보여주신다. 시편 1편 3절에서“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라고 말씀하신다. 시냇가에 심기운 나무는 물곁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늘 생수를 공급받는 삶을 산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복 있는 사람의 삶은 물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늘 하나님 곁에 거하며 생명을 공급받는다. 그런 사람에게는 열매를 맺는 일이나 잎을 내는 일이 조금도 어렵지 않다. 그것은 시간이 가고 계절이 바뀌기만 하면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다. 형통은 늘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육신의 건강을 평상시에 잘 돌보아야 하듯이 하나님과의 관계도 평상시에 잘 가꾸어야 한다.「하나님 음성을 듣는 기도」세미나를 하면서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평상시에 하나님께 질문도 많이 하고 사랑의 관계, 친밀한 관계로 지내야 음성을 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늘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교제하며 그분의 뜻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은혜를누리는 삶을 늘 살게 된다. 6월이 왔다. 물을 잘 공급받은 나무는 잎이 무성하고 윤기가 난다. 그러나 메마른 땅에 심기운 나무는 봄이 온다고 잎이 푸르게 되지 않는다. 겨우 생명만 연명하고 있는 꺼칠한 모습일 수밖에 없다. 만일 내가 나무라면 6월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다. 이 글을 읽는 동역자들의 삶이 물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싱그럽고 풍성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