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목사칼럼 – 때를 따라 돕는 은혜
윤현숙 목사
지난주에 몽골집회를 다녀왔다. 몽골 하면 광활한 들판에서 유목하는 사람들과 독특한 천막집들이 연상되어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일정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기대가 되었다. 한밤중에 도착해 숙소에서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부터 집회가 시작되었다. 현지인 교회에서 집회를 하고 기도사역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사역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시간에 젊은 자매가 상담도 하고 기도도 받고 싶다고 하면서 다가왔다. 얼굴에서 긴장된 표정과 갈급한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시간이 없었지만 마주 앉아서 이야기해보라고 하니, 좀 머뭇거리면서 남편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고 하였다. 그 자매의 남편은 아직 하나님을 믿지 않고 있으며 자주 아내를 학대한다고 하였다. 며칠 전에도 부부싸움을 하였는데 결국 자신을 집에서 쫓아냈다고 하였다. 자매는 하나님을 믿고 난후에 남편을 사랑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그렇게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데 아무리 기도해도 잘 안 된다고 하였다.
나는 자매에게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는 마음은 참 귀한 것이지만 자매가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 혼자의 힘으로 그 일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하나님께서 이 문제를 도와주시기를 원하십니다. 자매님의 의지나 노력으로 남편을 인내하며 용납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무조건 아픈 감정을 누르고 참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과 사랑할 수 있는 힘도 하나님으로부터 옵니다. 그러니 먼저 하나님께 솔직히 남편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밉고 두렵고 힘겹고 아픈 감정들을 하나님께 내 놓으세요. 그리고 주님이 주시는 위로를 받으세요.” 라고 말하자, 자매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동안 참았던 감정들을 하나님 앞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는 자매를 안고 기도해주면서 하나님께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감당하기를 원하시는지 가르쳐달라고 기도해보라고 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 사역을 하다보면 우리와 다른 정서와 문화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잘 도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환경과 여건은 다르지만 그리스도인이 되고 난 이후에 고민하고 씨름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매번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주님을 믿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의 상처와 고통, 삶에서 뛰어 넘어야 하는 문제들에 직면할 때 하나님께 맡기기 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해결하려는 것을 보게 된다. 애쓰다 지쳐있는 자매의 모습이 안쓰러워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쉼을 누리며 하나님이 함께 가실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들어서 기쁘기도 하였다. 돌아오면서 그 자매와 그가 지키고 싶어 하는 가정을 위해서 기도했다. 그러면서 신실한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상황은 다르지만 자신의 문제를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애쓰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고 난 후에 하나님의 말씀을 알아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런데 위기나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배운 대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의지를 가지고 말씀대로 살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상처를 준 이들이 용서가 되지 않고, 용서한 줄 알았는데 또 미워하는 감정들이 올라올 때면 말씀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죄책감으로 인해 자기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고 상대방도 용서할 수 없는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자신을 하나님께서 사랑해 주시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안정감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나면 한 순간에 성숙해지고 모든 문제를 초월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단시간에 변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설 때까지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녀다운 삶을 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성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날마다 우리의 연약함과 한계를 인정하고 예수님의 십자가의 보혈을 의지하고 선포하며 성령님의 도우심을 받아야 말씀대로 살 수 있게 된다. 하나님은 모든 삶의 과정 가운데 늘 함께 하기를 원하시고 우리의 부족한 부분들을 내 놓으면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하나님이 우리가 처음부터 완벽하기를 기대하시는 분이 아니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히브리서 4장 16절을 보면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하게 나아갈 것이니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언제든지 확신을 가지고 그분 앞에 나아갈 수 있는 특권을 주셨다. 그분의 자비와 은혜를 얻게 된 우리가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주님 앞에 나아갈 때, 도우심이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때에 주어질 것을 주님은 약속해 주셨다. 오늘도 절실하게 도우심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는 모든 동역자들이 주님 앞에 나아가 도우시는 은혜와 참된 안식을 누리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