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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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상담
그러나 그렇기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교수 하혜숙


제가 주로 하는 강의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현대의 주요 상담이론 강의를 할 때마다 이론에 앞서 학생들에게 꼭 안내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학자들의 생애입니다. 왜냐하면, 그 학자의 생애를 알게 되면 그 이론이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는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라는 학자가 제창한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인간의 고통이 외부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생각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가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단순히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기계적인 존재로 파악하는 데 반대하고, 오히려 외부자극에 대한 해석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어린 시절 엘리스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5살 경에 편도선염이 악화돼서 수술했고, 그 후에는 급성신장염이 발병해서 5살에서 7살 사이에 무려 8번 정도 입원해야 했고, 거의 일 년 가까이 입원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돌봄이나 아버지의 병문안도 없었고,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몇 주를 홀로 보낸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12살이 되던 해에 부모님이 이혼을 했고, 그 후 아버지는 재정적 지원조차도 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자신의 쾌락만 추구하느라 집안일과 자녀양육에는 소홀했다고 합니다.

엘리스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극도로 부끄러움을 타는 내성적인 아이로 묘사합니다. 학교에서는 가능하면 남 앞에 나서는 것을 피했고, 발표를 하거나 상을 받기 위해 단 위에 서야 할 때는 불안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을 흘려서 도망갈 곳을 찾곤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아동기의 시련에 대해 엘리스는, 시련이 있었기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침에 자명종이 울리면 스스로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고, 자신뿐만 아니라 두 동생까지 돌보았습니다. 또 여러 가지 병 때문에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거친 운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지적인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세 초반에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의 공포’와 ‘여성에게 다가가는 공포’ 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 때 엘리스가 했던 시도 중에 유명한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브롱크스 식물원 앞에서 ‘위험 무릅쓰기 연습(수치심 공략하기)’입니다. 브롱크스 식물원에서 한 달 동안 100명의 여성에게 다가가서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 단 한 명의 여성만이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그 한 명의 여성도 결국 약속장소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엘리스는 데이트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처음에는 두려운 상황에 도전하기가 무척 힘이 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자신을 던지고 노출시키면, 오랜 시간 지속되어오던 자기파괴적인 감정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때의 시도 경험이 나중에 REBT 치료 기법을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공헌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엘리스는 아동기의 어려웠던 환경에 의해 도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선천적인 능력들을 발휘할 수 있었고 문제해결자로서의 역량을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처한 정서적 비참함에 압도당하기 보다는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타고난 지적 능력이 더 잘 발휘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엘리스는 사람이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 가는데 아동기의 사건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사람은 고스란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창안한 REBT 이론의 인간관에서 제시한 것처럼, 자신의 삶은 아동기 경험에 의해 짓눌리기 보다는 역경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즉, 아동기의 시련 자체가 자신을 합리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 시련이 있었기에 지적이고 합리적인 타고난 기질이 발현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엘리스 뿐만 아니라 아들러(Adler)도 어린 시절 병약했고 형에 대한 열등감을 많이 느꼈는데, 그러나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월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들러는 의사가 된 후 서커스 단원 환자를 진료하면서, 그 서커스 단원들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기량이 오히려 신체적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처절한 노력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그의 이론은, 인간은 과거에 의해 끌려가기 보다는 미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고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담이론들이 학자들의 생애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봅니다. 어쩌면 그들의 고통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러한 이론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롬5:3-4

 

 

하나님을 만난 후, ‘내가 하나님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인생이 이렇게 까지 망가지기 전에 하나님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크리스천들 중에도 이런 후회를 하는 분들을 종종 봤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더 알게 된 후에는 더 이상 그 생각이 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내가 낙서로 망쳐버린 캔버스라 할지라도 훌륭한 그림으로 완성하실 수 있는 능력 있는 화가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만난 후, 불현 듯 뒤돌아보게 된 삶의 여정에 선명한 발자국처럼 줄지어 있는 죄가 너무나 커서 고통에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하나님의 더 큰 용서를 받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므로 내가 네게 말하노니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 눅7:47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는 집안 형편 때문에 부족한 것이 많아 늘 결핍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하나님을 만난 후 채우시고 공급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겪어야 했던 슬픔이 컸던 만큼, 그러나 그렇기에 하나님의 위로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계곡이 깊은 만큼 정상은 그만큼 더 높아집니다. 삶의 굴곡은, 우리 쪽에서 보면 계곡이지만 하나님 입장에서 보면 최고봉이 됩니다. 나의 부족함이 클수록 하나님으로부터 받을게 더 많으니, 그것 때문에 슬퍼할 것도 열등감 느낄 필요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믿음의 기초가 있다면, 그것은 그저 더 많이 받은 것 뿐!

나의 감사의 제목이 있다면, 그것은 그분으로 더 많이 채울 수 있었던 것 뿐!

그저 더 많이 받은 것 뿐!

 

율법이 들어온 것은 범죄를 더하게 하려 함이라 그러나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 롬5:20

 

 

그리스어 학자인 케네스 우스(Kenneth Wuest)가 그리스어가 읽히는 그대로 로마서 5장 20절을 번역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죄가 풍성하게 존재했던 곳에 은혜는 더욱 풍성하게 존재하였고 그 풍성함 위에 일부가 더 더해졌다”

우리는 살아가다 어려움을 만납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 어려움이 동굴이 되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 어려움이 터널이 되는 것을 봅니다. 동굴은 들어갈수록 어두움이 깊어집니다. 끝에 다다르면 막다른 벽에 부딪혀 더 나아갈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터널은 지나갈수록 밝아집니다. 끝에 다다르면 터널을 통과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살면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고난과 역경, 그것을 동굴로 만들 것인지, 터널로 삼을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죄의식에 사로잡혀 괴로워할 것인지,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들일 것인지
결핍감에 몸부림치며 원망할 것인지,
하나님의 풍성한 공급을 받을 것인지
슬픔을 곱씹으며 자신을 파괴할 것인지,
하나님의 따뜻한 위로를 입을 것인지
열등감을 감추려 애쓰며 긴장할 것인지,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할 것인지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 롬5:1

 

 

그런즉 우리가 무슨 말을 하리요 은혜를 더하게 하려고 죄에 거하겠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
죄에 대하여 죽은 우리가 어찌 그 가운데 더 살리요 롬6:1-2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만, 때로는 말씀은 말씀이고 지금 당장 내 삶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병에 걸려 몸이 아프고, 경제적 어려움은 압박으로 다가오고, 시험은 봐야하는데 걱정이 마음을 누르고….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듣지만 그것은 영적인 문제이고 내 현실의 삶의 문제는 또 다른 측면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하나님의 은혜는 현실입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우울하고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오히려 오늘 하나님의 큰 은혜를 받을 준비가 된 것입니다. 내가 특히 못하는 과목이 있고 재능이 부족한 영역이 있다면, 그 부분이야 말로 나의 애씀과 노력, 나의 재능을 넘어선 하나님의 큰 능력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약함을 원망하지 마시고 오히려 기뻐하시기 바랍니다. 죄에 빠졌다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오히려 하나님의 의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약점이 풍성한 곳에는 하나님의 은혜도 풍성하게 넘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약하다 여겨질 때면 오히려 미소를 지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 때가 진정 강한 때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고후12:9

 

 

그러나 그렇기에

내 죄가 남들보다 크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큰 용서받았습니다.
내 상처가 남들보다 깊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큰 사랑받았습니다.

내가 너무 가난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주님을 더 많이 채울 수 있습니다.
내가 너무 못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주님을 더 사모하게 되었습니다.

더 깊이 더 높이 당신께로
내 영혼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