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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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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상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교수 하혜숙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고후4:18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이는 것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고, 보이지 않는 것이 보다 본질적이며, 또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정작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진정 중요한 것들이 왜 눈에 보이지 않느냐고 의아해하는데 그 이유는 눈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눈이 없다고 생각해 봅시다. 눈 없이 햇빛을 본다면 눈부심보다 먼저 따스함을 느낄 것입니다. 눈이 없이 꽃을 본다면 화려한 색깔이나 생김새 대신 은은한 향기를 먼저 느낄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면 얼굴의 외모를 보기 보다는 마음을 먼저 느낄 것입니다. 이처럼,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상담전공자인데, 상담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상담을 배울 때에는 우울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무기력하기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울한 사람들이 드러내는 주된 증상은 말수가 적고 의기소침하고 느리다는 것입니다. 멍하고 무력해 보이는 그들의 겉모습을 보면서 우울한 사람들은 에너지가 거의 없는 사람들이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우울한 사람들의 겉으로 드러나는 무기력 밑에는 엄청난 분노가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물결조차일지 않는 고요한 호수처럼 보이는 잔잔한 우울함 아래에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분노의 파도가 폭발하지 못하고 억눌려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를 내는 사람을 볼 때면 그들이 드러내는 거친 말투와 행동 때문에 그들이 힘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분노 이면에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절망한 사람 속에 오히려 더 크게 꿈틀거리고 있는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아야하고, 비행행동을 일삼는 문제 청소년들 안에 감추어진 좌절된 꿈을 보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때,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일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기보다는 관계가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 앞에 쌓여 있는 눈에 보이는 일의 스트레스보다 동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따돌림이 더 견디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인 행동이나 뚜렷한 말로 드러내지 않고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정서를(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정서는 다차원적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정서가 있고 그 이면에 있는 정서가 여러 겹으로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진정 이해하고자 한다면 정서 안에 있는 정서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성공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상담자가 내담자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사례 개념화(case conceptualization)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먼저, 내담자가 상담실에 와서 힘들다고 말하며 명시적으로 내어 놓는 어려움을 내담자의 ‘호소 문제’라고 합니다. 내담자들은 주로 상담자에게 이 호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드러내어 이야기합니다. 제가 상담하는 내담자들도 다양한 문제로 상담실을 찾습니다. 청소년들은 주로 학업문제나 가족문제, 대학생들은 대인관계 문제나 진로문제, 성인들은 성격이나 직장생활 문제 등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들을 내어 놓습니다. 그런데 상담자가 내담자가 말로 표현하거나 명시적으로 내어 놓는 호소 문제만을 가지고 내담자를 이해하고자 하면 제대로 상담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드러나는 호소 문제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핵심 문제’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내담자들 중에는 처음에는 진로 문제로 상담받기 원한다고 상담을 신청했다가 상담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끝날 때 즈음 슬쩍 다른 말을 꺼냅니다.

 

“저기요, 선생님. 사실은… 제가요…” 이처럼, 내담자들은 처음에는 말하지 않고 있다가 상담자를 신뢰하게 되면 그제서야 진짜 문제를 내어 놓기도 합니다. 어쩌면 제가 초보 상담자일 때 호소 문제만으로 내담자를 상담해놓고서는 내담자를 제대로 상담했다고 착각하고 지나간 경우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내담자들은 상담자에게 말하는 것도 있고 말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나의 문제와 고통을 내어 놓아도 될 만큼 상담자가 믿을만한지 확인한 후에 자신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담자 스스로도 자신의 진짜 문제를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내는 호소 문제와 대비해서 드러내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을 핵심 문제라고 합니다. 핵심문제란, 현재의 호소 문제를 일으킨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 스스로도 보지 못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핵심 문제를 볼 수 있어야 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고 내담자를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삶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에 주목한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물건을 생각해낸다든지, 남들이 알지 못한 흐름을 읽는다든지, 네트웍을 잘 한다든지, 대인관계를 잘하는 것 등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이 그 비결입니다. 이러한 것들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시대별로 리더의 조건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전에는 육체적 힘이 강한 사람이 세상의 리더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농경시대까지는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힘이 센 사람이 중요했습니다. 외부인의 침입에 대항해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육체의 힘이 강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20세기에는 지식과 정보를 많이 보유한 사람이 이 사회를 지배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 그것이 곧 부가 되고 권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에는 보이지않는 영적인 영향력이 중요해 질 것입니다. 육체에서 정보로 그리고 영적인 것으로 리더의 조건이 변하고 있습니다. 즉, 물질적인 것에서 점점 비물질적인 것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것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 히11:3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 자들입니다. 하나님은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의 시작이시고 모든 것의 본질이 되십니다.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왕권들이나

주권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골1:16

 

제가 하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제 입으로 말할 수 있는 문제들만을 하나님 앞에 내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기도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동안 하나님은 제가 말로 내어 놓지 않은 문제들을 저에게 깨닫게 하셨습니다. 제 안에 있지만 제가 보지 못하던 것들, 제가 알고 있지만 제가 말하지 못하던 것들을 보게 하셨고 말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제가 내어놓는 호소 문제뿐만 아니라 더 깊은 곳에 있는 제 삶의 핵심 문제를 들여다보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유능한 상담자이신 성령님(영어 성경에 성령님이 counselor, 즉 상담자라는 단어로 표현되어 있음) 덕분에 저는 제 삶의 모든 문제의 뿌리가 되는 악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그 문제들로부터 자유케 되었습니다. 그 여정을 통해 비로소 내가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라는 새로운 정체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성부 하나님, 성자 하나님, 성령 하나님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치유되고 회복되어 새로운 옷을 입게 되었고, 더 이상 죄로 인한 수치스러움으로 숨지 않아도 되는 자유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요일4:18

 

하나님께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시듯 하나님은 그분의 자녀인 우리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원하십니다. 다른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하나님을 믿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나라의 통치를 누리고, 전에는 가보지 않았던 곳까지 성령의 이끄심에 의지하여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 동안은 눈에 보이는 것, 일반적인 것, 보통의 것에 안주해 왔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보이는 것 이면의 보이지 않는 것, 일반적인 것 그 너머를 보기 원하십니다.

 

지금까지는 육적인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영적인 삶으로 도약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육적인 눈으로는 성령이 보여주시는 것을 절대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의 눈으로 보이는 것만을 보는 삶에서 벗어나 성령이 밝혀주시는 빛으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원합니다. 육의 눈을 감고 영의 눈을 열어 보기 원합니다.

 

우리가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으매 보이는 소망이 소망이 아니니 보는 것을 누가 바라리요 롬8:24

 

주님, 내 눈 주를 보기 원합니다.
주님, 내 귀 주를 듣기 원합니다.
주님, 내 맘 주를 알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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