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1

치매 1

352
0

KINGDOM LIFE &

건강
치매 1

 

사랑의 내과·소아청소년과 의원 여경구

 

 

저는 처음 개업을 시작했던 현재의 장소에서 20년 동안 병원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낍니다. 기저귀를 차고 병원에 왔던 예쁜 아가들이 이제 씩씩하거나 아름다운 청년이 되어 오고, 또 결혼해서 낳은 아가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편 처음에 중년의 나이로 뵈었던 분들이 어느덧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으로 바뀌신 모습들도 많이 봅니다. 지나간 세월이 훅 지나갔던 것처럼, 또 앞으로의 시간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니 시간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제 어머니는 그 옛날에 대학공부까지 스스로 하시고 시인이 되어 시집을 15권이나 펴내신 아주 총명한 분이십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닐 때는 문방구를 하시면서 자녀들을 키워낸 분이십니다. 모든 것이 빈틈없고 항상 건강하실 것만 같았던 어머니에게서도 80세를 넘기고 나서부터 조금씩 이상소견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연세가 있으시니까 기억이 깜빡깜빡 하시겠지…”라고 생각을 하였지만, 그 정도가 조금씩 심해지는 것 같아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였습니다. 인지기능검사 결과가 치매로 나왔고 뇌 MRI에서도 뇌가 약간 쪼그라들어 있었으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도 약간 작아진 것이 보였습니다.

아직까지 치매에 관한 특효약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치매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막아주는 약들이 나와 있어서 약물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드라마나 신문에서 치매에 관한 기사를 볼 때는 무심코 보아왔었는데, 제가 제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치매로 진단을 받으시게 되니 마음이 많이 아팠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으신지 약 3년이 흘러 최근 다시 검사를 받았습니다. 제 어머니도 그렇지만 원래 연세 드신 분들은 퇴행성변화로 인해 관절, 고혈압, 당뇨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고양시에 있는 ‘헤븐리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원장님의 정확한 진단 그리고 치료 계획이 너무나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치매나 중풍, 어지럼증 등 신경과 질병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헤븐리 병원’을 강력 추천합니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치매 때문에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최근에 많아졌습니다. 자식들과 함께 살지 않는 노부부나 혼자서 사시는 연세 드신 분들에게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가정으로 보호사를 보내주는 ‘가정 요양보호사제도’는 정말로 필요하고 잘하는 좋은 정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 80세가 넘으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두 분만 사시는데 할아버지는 치매 때문에, 할머니는 무릎통증과 고혈압으로 치료를 받게 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기억력 저하 외에는 힘들어도 두 분만 함께 사시는 것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욕을 하기 시작하시고 대소변도 잘 못 가리기 시작하시니까 할머니 혼자서 감당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자녀들은 요양원으로 옮기자고 해도 할아버지가 가기를 싫어하시고, 할머니도 할아버지를 혼자 요양원으로 보내기가 마음이 아파서 어찌할 줄 몰라 하셨습니다. 결국 할머니도 할아버지와 함께 요양원으로 가셨습니다.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요즘 시내 곳곳에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많이 보입니다. 예전에 여러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갈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그때도 그곳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그분들에게서 아무 소망도 없이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헤븐리 병원’에 가서 어머니가 검사하시는 동안 부설기관으로 있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둘러보았습니다. 이곳에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따뜻한 주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제 어머니와 환자들을 보면서 “왜?”라는 질문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제 친구의 장인어른은 목사님이셨는데 치매에 걸리셨습니다. 그것 때문에 가족들이 많은 어려움을 당했습니다. 마음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제 친구가 자기 부인에게는 목사님도 사람이기 때문에 치매에 걸릴 수 있다고 달래고 위로했지만, 결국 “왜?”라는 질문을 하다가 지금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치매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여러 책을 읽었습니다. 그 중 현재 ‘삼성서울병원’의 신경과 교수인 나덕렬 박사가 쓴 『뇌미인』(위즈덤스타일)을 읽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몇 번에 걸쳐서 치매에 대해서 글을 쓸 때 이 책을 참조할까 합니다.

치매는 왜 생기며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보는 치매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보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치매에 걸리더라도 예쁜 치매(?)에 걸리려면 젊었을 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평상시 어떤 믿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살아야 하나님께서 설계하신 뇌를 잘 사용하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얼마 전 『나에게 폭풍이 왔다』(규장)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 있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위로를 받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혹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째서 그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를 갈망한다.
지금 “나는 왜 인생의 폭풍을 겪는 중인가?”라는 질문과 의심으로 고심하는 중인가? 그렇다면 그 질문을 계속해서 하나님께 가져가라고 격려하고 싶다. 하나님께서 들어 쓰신 많은 사람들도(욥, 다윗,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왜?’라는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위로가 될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의 궁극적인 응답이시다. 따라서 나는 하나님께서 상심한 사람들의 솔직한 질문을 기쁘게 받으신다고 믿는다.

우리가 하나님을 더 알아갈수록 하나님이 우리에게 대답하지 않기로 결정하신다고 해도 나는 더 신뢰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영광과 나의 유익을 위해서 그렇게 하신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도 모든 인간의 죄를 대신해 고통과 아픔을 참으면서 ‘왜?’라고 물으셨다.

로마 병사들과 구경꾼들, 강도들과 예수님을 따르던 몇몇 사람들이 예수님이 누구신지 계속 알아보려고 했고, 예수님을 모욕하고 비웃으면서 놀려댔다. 어둠이 땅을 덮고 하나님께서 그분을 외면하셨을 때 예수님이 크게 외쳐 말씀하셨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why) 나를 버리셨나이까”(마 27:46). 성경은 아무 대답도 기록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완벽한 생명이 세상의 죄를 속죄하는 순간, 하나님께서는 침묵하셨다.

예수님은 단념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의 계획과 목적에 맡기셨다. 그 순간 ‘왜?’는 죽었다. 여기에서 나는 귀한 교훈을 배웠다. 그리고 이것을 나의 의심의 위기 상황에 적용했다.

의도적으로 하나님께 맡기기로 결심하기 전까지, ‘왜?’라는 질문은 올무가 되어 언제나 우리의 믿음을 계속 가둬놓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왜?’를 십자가에 영원히 못 박아야 한다고 결심해야 한다.

우리는 인생의 어려움에 대한 설명을 듣기 원한다. 그러나 영적인 영역에서는 ‘맡김’이 힘이다. 하나님의 길은 우리의 길보다 높으며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보다 높기 때문이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