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버킷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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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힐링시네마
버킷 리스트

 

작가 이애경

 

당신에게 시한부 6개월의 삶이 주어진다면? 두려움과 거부로 몸서리치며 어둠의 시간을 보내겠는가, 아니면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기쁜 삶을 사는 것을 택하겠는가. 크리스천들에게 죽음은 주님을 만나기 위해 본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개인의 것으로 다가왔을 때 가볍게 다루기 어려운 주제다.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놓고 당신과 진지하게 대면한다. 남은 시간 동안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깨닫고, 하고 싶은 일들을 성취하고, 기쁨을 찾아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새로 태어난 그리스도인들의 할 일이다.

 


 

한창‘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화제인 적이 있었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적어놓은 리스트. 버킷 리스트라는 말은 영어로‘죽다’라는 뜻인‘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에서 나왔다. 중세 때에 교수형을 집행할 때 목에올가미를 두른 사람을 버킷(양동이) 위에 올려놓은 뒤 그것을 걷어차는 것으로 사형을 집행했던 것에서 유래한다고한다. 유래는 무시무시한데‘버킷 리스트’라는 말에는 슬픔과 꿈과 희망을 동시에 품게 되니, 참 아이러니하고 묘한일이다.

자동차 정비사인 카터(모건 프리먼)는 대학에 어렵게 들어갔지만, 부인이 갑자기 아이를 낳게 되고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공부 대신 일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학문에의 탐구심은 누구보다도 강해 그는 거의 걸어 다니는 만물박사처럼 지식이 풍부한 수준에 이른다. 사랑하는 아내와자녀들이 있는 단란한 가정을 꾸린 카터. 손자 손녀를 거느리며 모난 것 없이 평탄하게 살아가던 그의 삶에 어느 날시련이 닥친다. 그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오직 돈과 일을 목표로 삼고 살아온 인물이다. 굴지의 기업을 세우고 명예와 권력을 지닌 채 떵떵거리고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있지만, 정작 그는 함께 살을 맞댈 수 있는 가족 하나 없는외로운 존재다. 네 명의 부인들은 그에게서 바람처럼 떠났으며, 유일한 피붙이인 딸마저도 그와 인연을 끊고 살아가는 중이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경영하는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역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게 된다.

병실을 같이 쓰게 된 두 사람은 처음엔 서로에게 관심을두지 않고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행해지는 항암 치료를 번갈아 지켜보는 사이 묘한 동지애가 싹튼다. 결국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전혀 만날 일이 없고 어울릴 수가 없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죽음’을 공통분모로 친구가 된다.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받아들인 카터와 에드워드는 어느 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스스로를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느낀다. 그리고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을 실컷 해 봐야겠다며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적어놓은 리스트들을 하나하나 실행하기 위해서, 어렵지만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채 꿈을 모두 이루기 위해서 그들은 생애 마지막여행을 떠난다.

 

죽음 앞에서 내려놓는 수많은 욕심들

영화는 마치 전도서 4장 8절-11절의말씀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 듯 각각의 에피소드에 메시지가 깊게 담겨있다.

에드워드 콜은 콜 그룹을 이끄는 회장이다. 대통령에게 자문을 해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며 16살부터 60대가 된 현재까지 일을 쉬어본 적이없이 언제나 달려온 일 중독자다.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재물을 지녔다. 하지만 죽음 앞에 서게 된 그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았지만, 정작 자기 생명 하나를 연장시키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아보니그의 삶에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일하고 수고한다. 성경에서처럼 수고할 이유가 없고, 행복을 누리지 못하면서도계속해서 일한다. 모든 수고에 끝이없는 듯, 계속해서 일만 한다.

그는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그의 인생은 불행하다. 그런 그에게 비로소 ‘넘어지면 붙들어줄 동무’가 나타난다. 바로 카터라는 인물이다. 그는 혼자살다 휘청거리고 쓰러질 뻔 했지만,생의 마지막에 인생을 가이드해 줄 친구를 찾았고 그와 함께 따뜻하게 살을 맞대며 남은 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함께 수고하여 좋은 상 -버킷리스트를 모두 이루는- 을 얻게되는 결과에 도달한다.

 

죽음 앞에서 다시 찾은 꿈과 희망

반면 큰 부자도 아니고 비참하게 살정도로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삶의 카터에게는 따뜻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가정이 있다. 간호사로 일하는 부인과 정비소에서 일하는 그는 평범하게 큰 탈 없이 인생을 잘꾸려왔다. 그러나 그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돈을 벌기 위해 포기해야했던 교수의 꿈이었다. ‘돈’때문에쥐고 흔들렸던 그의 인생.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꿈을 망가뜨렸던 돈이 죽음을 앞둔 그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가진 것이라고는 돈밖에 없는 에드워드가 그의 친구가 되면서, 그가가진 재력을 함께 즐기며 전세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고 먹고 싶은 것, 하고싶은 것을 맘대로 하게 된 것이다.

‘돈’에 대한 상처가 있었던 카터는 에드워드의 삶을 보면서 돈이 결국 별 의미가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한 사람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 자신의 삶이 그리나쁘지 만은 않았다는 것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된 것이다.

 

진정한 내려놓음을 경험하다

사람들에게는 손에 꼭 쥐고 놓지 못했던 것들을 내려놓게 되는 시점이 있다. 파산, 재난 등 엄청난 충격과 고통의 시련을 통해 인생이 내 마음대로 절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혹은 자기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에 그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자신의 생명에 대한 집착마저 내려놓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은 죽음을 받아들이며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 것들을 보게되는 귀한 순간이 된다. 크리스천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의 은혜로 굳이큰 인생의 폭풍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게 되는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 때가 바로 십자가에 내 자아를 못 박는 시점이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님께 내 인생의 키를 넘겨드리게 되는 시점이다. 어떤 사람이든 이러한 순간은 분명히 누구에게나 닥치는데, 미리 내려놓을수록 삶은편해진다. 이후의 삶은 하나님이 책임지시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1천명의 사람 중 96%의 사람들이 자기가 언제 죽는지 알고싶지 않다고 했다. 카터는 자신이 얼마나 살지 알게 된다면 삶이 더 자유로울 거라고 믿었지만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의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인생을 꾸려갈 자유를 빼앗긴 것 같은느낌에 사로잡혔고 죽음의 두려움과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죽음의 시기를 알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들은 죽음 이외의‘때’에 대해서는 무조건 알고 싶어 한다. 언제 사업이 일어서는지, 언제 취직이되는지, 언제 결혼을 하는지, 언제 아이를 갖게 되는지, 기도하던 것은 언제 이뤄지는지…. 우리의 인생은 온갖 ‘때’에 대한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죽음의 때는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왜 다른 때에 대해서는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에서의 일이 이뤄지는 때보다는, 실은 본향인 천국으로 돌아갈 때를 손꼽아 기다려야 맞는 것인데도 말이다.

 

자기 인생의 기쁨을 찾고, 다른 사람을기쁘게 하는 삶

이집트의 피라미드 위에서 대화를 나누던 카터는 에드워드에게“이집트인들에게는 사람이 죽고난뒤신에게가서 받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헝클어진 에드워드의 삶을 바로 잡아주게 되는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는 인생의 기쁨을 찾았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했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마치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눅10:27)”는 예수님이 주신 두 가지 계명을 지켰는지에 관한 질문으로 들린다.

인생에서 진정한 기쁨이라고는 모두사라지고 돈, 권력 등의 거짓 기쁨들로 가득찼던 그의 삶에 한줄기 빛처럼 깨달음을 주는 질문이었다. 결국그는 자신의 기쁨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에드워드가 질문에 답을 하는 동안 우리들 또한 인생의 기쁨이신 하나님을 찾아내고 그분을 사랑했는가, 그리고 그 사랑으로 다른사람을 사랑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우리의 삶을 스캐닝하게 된다. 우리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랑을,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지 말이다.

 

고요할 때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

흔히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 세계최고봉들은 오직 신이 허락한 사람만이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힘든 인내와 끈기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세상의 지붕에 올라 그곳에 서게 되면, 심오한 고요의 순간을 겪게 된다. “모든 소리가 잦아들었을 때 그 소리가 들려요. 신의 소리가. 그것은 하나님의 목소리 같죠.”홍콩의 바에서 만난 한 여인은 카터에게 세상의 모든소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서는, 히말라야 산에 올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산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체력도 필요하고, 날씨도 허락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서는 우리도 매일 산에 올라야 한다.세상의 산이 아닌, 하나님의 산에, 하나님의 보좌에. 그곳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분주함 때문에 올라갈 힘이 없고 매일매일 감정의 날씨도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우리는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 모든 소리가 잦아들고 마음 속 소음이 사라졌을 때, 그때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것을 찾는 여행

이제는 누구보다도 절친이 된 에드워드의 전세기를 타고 홍콩, 아프리카,이집트, 인도 등을 두루두루 여행하며 자신의 삶을 정리하던 카터는 에드워드에게 이런 고백을 한다. “늦게 얻은 딸이 대학에 가버리고 나니, 이제 자녀들을 위해 숙제를 해주거나 학교에 데려다 주거나 등의 할 일이 없어. 웃는 소리, 싸우는 소리가 집안에서 사라졌어. 40년 만에 집안이 조용해졌는데, 그래서 아내를 보게 됐는데…. 뭔가 달랐지…. 아내를 사랑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어. 그동안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그래서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떠난여행에서 그는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내게 선물로 주어진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들인지 깨닫게되는 것. 집나간 카터를 걱정하던 카터의 부인은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남편의 친구 에드워드에게 자신은 평생 동안 간호사를 했기에 비극을 보는데 익숙하지만, 그래서 남편이죽는 것에 대해서는 준비가 됐지만,남편이 실종되는 것에 대해서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놓고 싶지 않은 사랑을 전한다. 이렇게 카터와 부인은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고 서로 그리워하기에 이른다. 결국 집에 돌아온 카터는 손자, 자녀들, 부인과 함께 화기애애하게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부인과 춤을 추고, 그가 잃어버렸던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한편 미국으로 돌아온 에드워드는 외롭게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현실에 있는 그의 공간에는 아무도 없다. 혼자 밥을 차려 먹으려다가 돌연 화를 내던 그는, 결국 자기 고집을 꺾고 자신의 잃어버린‘기쁨’인, 하나뿐인 딸을 찾아간다. 반대하는 결혼을 하는 바람에 서로에게 죽은 사람이 되어 버린 그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말이다. 잃어버렸던기쁨, 그의 유일한 기쁨이었던 딸을찾아 화해를 하고 난 에드워드에게 주어진 보너스 같은 선물은 바로 에드워드가 가장 이루고 싶었던 소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였다. 천사처럼 예쁜 손녀와의 키스.그의 버킷 리스트 목록이 하나 더 줄어드는 순간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두 사람에게는 못할 일이 없었다. 비행기도 타지 못하던 카터가 스카이다이빙을 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하나님 앞에 내 삶을 내려놓은 사람에게는 하지 못할 일이 없다. 광야와 폭풍의 속에 있더라도 언제나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기쁨을 찾는 일,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사랑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결박된 사슬을 끊고 사람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내게 해주는 일. 그것이 영원히 함께 머무르는 ‘동반자’가 되어 곁을 따뜻하게 지켜 주는 친구가 된 카터와 에드워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