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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임재 안에 머무는 삶

하나님의 임재 안에 머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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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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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숙 목사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을이 오는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분이 있다. 10년도 훨씬 더전에 영국 선교사님 한분이 오셔서 우리 집에서 한두 달 머무신 적이 있었다. 당시 선교사님이 몸이 아프셔서 돌보아드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분의 생활을 엿보게 되었다. 선교사님은 하루 종일 기도하거나성경을 읽으며 집 안에서 조용하게 보내셨고 복잡한 곳에 나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셨다. 하루에 한 번 산책을 나가는것이 유일한 낙이셨다. 나도 시간이 될 때는 같이 나가서 집앞 건대 안의 호수 주변을 한 바퀴씩 돌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함께 산책을 하는 동안 내가 보기에는 특별한 풍경이랄 것도 없었던 그곳을 바라보시며 작은 나무 한그루 풀한 포기에도 감탄하셨던 기억이 난다.

 

 

같이 걷다보면 종종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데 대부분은 기도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통화가 끝나고 나면 그분은 나에게 기도 제목을 나누시고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분을 위해 같이 기도하자고 하셨다. 당시에 나는 그렇게 복잡한 곳에서는 기도에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기도는 나중에 집에 가서 기도 시간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왜 나중에 기도하시지 그러시느냐”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좀 어색하지만 벤치에 앉거나 길에 선 채로 손을 잡고 잠깐 기도하고 다시 걷곤 했다. 또 한참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기도할 제목이 생각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기도합시다.”라고 말씀 하셨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이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사람들이쳐다보는 것 같아 민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나도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그분이 하는 기도의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되면서 기도는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 순간순간 기도하는 그분의 모습은 기도에 관한 어떤 가르침보다도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내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나에게도 기도 부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어느 날 몇 시에 수술을 받는다거나 중요한면접이 있다거나 하는 중요한 내용들이다. 예전 같으면“네.알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미래형으로 대답하고는 기도 시간을 만들거나 그 시간을 기억해서 기도하려고 했을 텐데, 그렇게 하면 아무리 결심을 했어도 잊어버리거나 기억을 해도 막상 기도할 상황이 안 되어 지나쳐버릴 때가 많이 있었다. 그런후에 뒤늦게 생각이 나서 미안했던 기억이 있다.나 역시 요즘에는 그 선교사님이 기도하셨던 것처럼 그렇게 기도할 때가 많이 있다. 그 당시에는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늘 기도하는 삶을 사시면서도 약속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그 자리에서 기도에 힘쓰셨던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가끔씩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도 긴급한 기도부탁을 받으면 나중에 기도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비록 짧고 단순한 기도지만 그 자리에서 기도를 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성령님께서 생각나게 하시면 다시 기도하고 더깊이 기도하게 된다.

주변 분들에게서 기도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하는데, 기도를 잘하지 못해 걱정하는 분들도 있고 기도를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으시며,개인적으로 내가 어떻게 기도하는지 알려달라고하시는 분들도 있다. 기도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늘 하는 것이고 기도를 잘하고 싶은 갈망이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기도가 어렵게 느껴졌던 때가있었다. 성경공부를 하거나 교회 봉사하는 것은 재미도 있고 얼마든지 열심히 할 수 있는데 기도가 왜 그렇게 잘 안되는지, 늘 새해가 올 때마다하루 한 시간씩 기도하기로 결심하곤 했었다. 그런데 막상 기도를 시작하고 십오 분 정도 지나면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곤 해서 기도 잘하는 분들이 참 부러웠었다. 그러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기도를 하게 되면서 기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음성을 듣고자 앉아있는 시간을 통해 하나님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신다는것을 알게 되었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즐거운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기도에 빠져 지냈다.

수도사였던 로렌스형제는 주방에서 일하면서그릇을 닦고 바닥을 쓸고 불을 지피면서 쉬지 않고 하나님과 대화하는 삶을 살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예배당을 지어 하나님과 평화롭고 겸손하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화하라고 권면하였다. 이 가을에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하지만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분이 계시다면, 기도가 서툴고 미숙할지라도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아버지 앞에 나아가 머물러 보기를 권면한다. 그렇게 살다보면 삶이 기도가 되고 당신이 머무는 그곳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축복의 자리가 될 것임을 확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