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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D장조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D장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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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음악
바흐의 부활절 오라토리오

미국 인디애나 음악대학원 졸업 / 현 서울과학기술대학 출강 김애엽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말년을 보냈던 라이프치히 시기(1723-1750)에 자신의 두 아들도 참여하는 대학생 연주단체 <콜레기움 무지쿰>을 지도하며 많은 기악곡들을 작곡하였다. 특별히 그 기간 중에 하프시코드 협주곡을 13개 작곡하였다.1* 바흐 당시에는하프시코드는 주로 저음을 내거나 화음을 내주는 반주 악기로 많이 쓰였는데, 바흐는 이 악기를 독주악기로 격상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바흐 이전까지는 협주곡의 독주악기로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의현악기나 풀륫, 오보에 등의 관악기를 주로 썼다. 그러나 바흐는 반주악기로만 여기던 하프시코드를매우 이례적으로 독주악기로 사용하여 협주곡을 작곡함으로써 후대에 피아노 협주곡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협주곡(Concerto)이라는 말은 라틴어 콘체르타레(Concertare)에서 나온 말로, ‘겨루다’, ‘경합하다’라는 뜻이다. 화려한 연주 기교를 구사하는 독주악기(Solo)와,관현악으로 이루어진 다른 악기들의 군(Tutti)으로 나누어져 서로 주고받으며 겨루듯이 연주되는 형식을 말한다. 바흐는 하프시코드의 모든 특징을 잘 살려서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와 기교의 극한까지를 다 표현할 수 있도록 작곡하여, 결국 이 부분에서도 가장 완전한 경지를 이룩한다. 때로는 슬픈 듯 우아하고 품위 있게, 때로는 힘차고 경쾌하게, 때로는 화려하고 장엄하게 연주하는 하프시코드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악기인지를 바흐는 우리에게 새로운 창을 열어 보여준다.

 

[*1 이 협주곡들 중에는 그 전에 바이올린이나 오보에 등 다른 독주악기들을 위해 작곡했던 곡들을 하프시코드를 위해 개작한 곡들도 많다.]

하프시코드라는 악기는 바흐가 살았던 바로크 시기, 즉 16-18세기에는 오늘날의 피아노처럼 일반 가정에 많이 보급되었던 대중적인 악기였다.하프시코드(Harpsichord)는 영어 이름이고 불어로는 클라브생(Clavecin), 이탈리아어는 쳄발로(Cembalo), 독일어로는 클라비쳄발로(Klavicembalo)라 부른다. 피아노는 현을 해머(Hammer)로 때려서 소리를 내는 것에 비해 하프시코드는 가죽으로 된 고리(Jack)로 현을 퉁겨서 소리를 내는 악기(발현 악기)이다. 피아노가나오기 전인 16세기부터 가장 인기를 누린 건반악기인데, 피아노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피아노와는 또 다르게 맑고 청아하며 독특한 분위기의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어떤 사람들은 오래 들으면너무 챙챙 거려서 듣기에 피곤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들을수록 매력적이고 신비한 소리의 악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바흐가 왜그토록 하프시코드를 좋아했는지 이해가 가게 된다.

바흐는 하프시코드 연주의 명수였고, 그 악기를매우 좋아해서 수시로 그 악기를 연주하고, 그 악기로 작곡하고, 그 악기로 자신의 자녀들의 음악교육을 하였다. 바흐도 피아노를 손수 쳐보기도했는데, 바흐는 피아노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1747년 포츠담의 프리드리히 2세가 질버만이 제작한 15대의 피아노를 구입했을때, 바흐가 시연해 본 후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피아노는 하프시코드보다소리의 세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섬세하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며 큰 홀에서 연주해도청중에게 잘 들리는 장점이 있어서, 시대가 흐르면서 점차 피아노가 연주자와 청중으로부터 더많은 호응을 받으며 대중적인 연주용 악기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바흐가 작곡한 하프시코드 곡들은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두 가지 악기로 모두 연주되고 있다. 바흐전문연주가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글랜 굴드(Glenn Gould, 1932-1982)는“연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응답과 모든 요소들을 더욱세심하게 연주할 수 있는 조종술이다.”라고 하면서, 바흐의 하프시코드 곡들은 하프시코드보다는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이 좋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사실 하프시코드 연주를 듣다 보면 건반을 치고 조금 있다가 반응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종종 있다. 특히 하프시코드 협주곡을 들을 때다른 반주악기들에 비해 조금씩 늦어지는 것 같이 들리는데 악기의 특성 상 피아노보다는 조금늦은 반응으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주자에 따라서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프시코드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바흐의 곡은 바흐가 실제 연주하며 작곡했던 바로 그소리로 연주해야 더 아름답고 제 맛이 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은 하프시코드만의독특한 청아함과 찰랑거리는 울림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또 작곡 당시의 악기로 소리를내는 원전연주의 부흥으로 인해 하프시코드 연주도 자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BWV 1054는 바흐의하프시코드 협주곡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그리고 가장 자주 연주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바흐는이탈리아 협주곡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중에서도 470여 곡의 협주곡을 작곡한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D장조 BWV 1054도 비발디가 확립한 빠르게-느리게-빠르게 3악장 구조를 취하고 있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협주곡 형식의 작품이다. 바흐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은 모두 13곡으로, 7곡은1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 3곡은 2대를위한 협주곡, 2곡은 3대를 위한 협주곡, 1곡은 4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하였다.특히 바흐의 4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BWV 1065)은 비발디의 4대의 바이올린을 위한협주곡을 편곡한 것으로 매우 웅장하고 독특한곡이다. 무대 위에 4대의 피아노나 하프시코드를올려놓고 4명의 연주자들이 각각 화려하고 다양한 음색과 기교의 연주를 펼치고 장대하게 끝나면, 음악에 압도된 모든 청중으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다. 작년에 파리에서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피아니스트 3명과 함께 연주하는 공연실황을 유투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2

[*2 임동혁, 아르헤리치 2013 바흐 콘체르토 BWV1065>로 검색. 2013년 10월 21일 파리 실황. 로 검색하면 이 곡의 원곡인 비발디의 <4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동영상으로 감상하며 비교해 볼 수있다.]

지난 해 가을에 개최되었던 제5회 서울 국제 바흐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연주 중 올리비에 포르탱(Olivier Fortin)*3의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D장조 BWV 1054 연주는 그 날의 여러 다양하고 훌륭한 연주들 중에서 가장 감동을 주는 연주였다. 실내악 연주에 알맞은 크기의 세종 체임버 홀의 음향과 포르탱의 연주가 조화를 이루어소리가 매우 아름다운 울림으로 명료하고 정확하게 잘 들렸다. 포르탱은 하프시코드 특유의 청아한 울림과 현란한 기교를 유감없이 들려주었다.바흐의 음악 자체가 처음부터 마음을 울리며 사로잡는 힘이 있기도 하지만, 올리비에 포르탱의연주 또한 매우 유려하며 자연스럽고 자유로운연주를 들려주어 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음악에빠져 들어가게 했다. 음악회장에서 프로그램에메모했던 감상을 옮겨본다.

[*3 올리비에 포르탱(Olivier Fortin)은 1995년에 캐나다 퀘벡 콘서바토리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바흐연주로 유명한 피에르앙타이(Pierre Hantai, 1964-)를 사사하며 공부하였다. 1997년 몬트리올 바흐 콩쿨과 브뤼즈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을 받았고, 현재 그는 솔리스트와 챔버 음악가로 호평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바흐 하프시코드 콘체르토들을포함한 음반을 녹음하였으며, 장 필립 라모의 하프시코드 전곡 레코딩을 출시하였다. 그 날 반주를 맡았던 캐나다 고 음악 연주 단체인 타펠 무지크(Tafel Musik)의 전속 하프시코드 연주자로서 그들과 함께 연주와 녹음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연주한 음악은 유투브에 없다.]

 

Harpsichod Concerto no.3 in D Major BWV 1054

 

1악장(Allegro)

첫 악장은 빠른 템포의 곡으로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경쾌한 곡이다. 퐁! 퐁! 퐁! (경쾌한 세 개의 음으로 시작한다) 힘차게 샘물이 솟는다. 맑고 투명한 샘물. 거침없이 흐르는 즐겁고 유쾌한 생수의 흐름이나의 영과 혼으로 들어온다. 이제 머리도, 마음도, 몸도,그 물로 가득 채워지고 정화된다. 얼굴에는 미소가 절로나오고 온 몸이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흥겨운 음의 흐름에 나도 흘러 다닌다. 누가 이토록 신선하고, 고귀하고, 신나고, 깨끗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걱정이 음악이 흐르는 동안만큼은 다 잊혀진다. 정신은 맑아지고 마음에는 잔잔한 기쁨이 샘물처럼 가득 흐른다.

2악장(Adagio)

2악장은 느리고 조용한 악장이다. 평화. 참 평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 참 평화의 왕 예수님.바흐의 음악 속에는 주님의 사랑 안에 안겨있는 그의 영혼이 느껴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이 주는 충만함. 조용한 반주 위에서 펼쳐지는 레이스같이 아름답고섬세한, 그러나 화려한 하프시코드 독주의 슬픈 듯 평온한 멜로디. 그가 사랑한 주님을 나도 사랑한다. 눈물이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깊고, 맑고, 곱고, 순수한 음악이어린아이처럼 주님을 찾게 한다. 주님! 감사합니다.

3악장(Allegro)

얼마나 투명한 기쁨인가? 기쁨의 향연으로 우리를 이끈다. 어린아이같이 순진 무구한 기쁨.음악에 맞춰 우아한 춤을 추게 된다. 하늘나라에 가면우리는 이렇게 눈물도 슬픔도 없는 한없이 완벽한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바흐가 얼마나 기쁨에 차고 넘쳤던 사람인가는 그가 만든 셀 수 없이 많은 기악곡들에서나타난다. 그의 음악들은 그가 신비로운 환희에 사로잡혀서 살았던 하나님의 백성이요, 자녀였음을 들려준다.환경에 매이지 않는 강같은 평화와 샘솟는 기쁨. 독주자에 의해 모든 아름다운 기교가 펼쳐진다. 연주자도 듣는사람들도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 가득히 잠긴다. 주여,우리에게 생수의 강으로 채우소서. 그 생수가 흘러 넘쳐다른 이에게로 스며들어가게 하소서.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다른 사람을 살리는 생수가 흐르게 하소서.바흐의 음악처럼.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요4:14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벧전2:9

 

 

 

하프시코드 연주는 공연 현장에서 들어야 제대로 감상할수 있다고 한다. 유투브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뭐가 그리 아름답다고 하나…’하고 실망할 수도 있다. 여러 연주를 들어보면 어떤 연주는 연주회장에서의 그 벅찬 감동과는 많이 다른 소리가 나기도 한다. 특히 가장중요한 독주악기인 하프시코드의 소리가 좀 작게 들리거나 반주에 묻혀서 그 맑고 청아하면서도 풍성한 울림이조금 답답하게 들리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러나 바흐는 바흐다. 컴퓨터를 통해서도 음향에 관계없이 음악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비록 음악회장의 실제 사운드와는 좀 차이가 있어도 정말 소중하고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 협주곡을 꼭 감상하셔서바흐의 기악곡이 주는 영적 선물을 받아 누려보시기 바란다. 다 듣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량이지만그냥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하프시코드 협주곡 13곡을 모두 소개하고 싶다. 다행히 유투브에는 다른 하프시코드 협주곡들을 한꺼번에 이어서 들을 수 있도록 믹스(mix)된 영상이 여러 가지 있다.*4

[*4 으로 검색하면 하프시코드의 대가 트레버 피녹(Trevor Pinnock,1946-)과 그가 창단하고 지휘하는 세계적인 고 음악 전문 연주단체인 잉글리쉬 콘서트(English Concert)의 연주로13곡을 모두 들을 수 있다. 동영상은 아니지만 매우 훌륭한 음반연주이므로 가장 추천하고 싶다. 로 검색하면 한 곡만 듣거나 악장 별로 나누어서 들을 수 있다. 또한 로 검색하면 한 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 7곡을 모두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