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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Panic disorder) II

공황장애 (Panic disorder)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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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공황장애 (Panic disorder) II

 

한양의대 교수 김석현

지난 호에서는 공황장애의 진단기준과 치료, 특히 공황발작이 주는 두려움과 이에 대한 대처법 등에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의, 그러나 더욱 본질적인 치료, 즉 공황발작이라는 증상을 경험하게 만든 과도한 스트레스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배우 C씨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던 자신의 드라마가 같은 시간대의 다른 드라마에 밀리면서“그 때문에 나아졌던공황장애가 다시 발작을 일으켰다”며 힘겨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또 공황장애로 장거리 비행을 못하고 MC를 맡았던무대에서 내려와야 했으며, 약이 없으면 집밖을 나갈 수 없었던 사연까지 깜짝 공개했다.

배우 C씨 외에도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자 공황장애가 흔히 연예인들에게서 발병하는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고, 그 원인을 늘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스트레스, 인기가 없어지면 바로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연예계의 무한경쟁 체제, 불규칙하고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서 오는 누적된 피로 등을 그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정확히 원인을 지적할 필요가 있는데,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원인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불안, 피로 등의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입니다.

연예인들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지하철 기관사들에게서도 공황증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실제로 2012년 이후만 보더라도 자살로 숨진 4명의 지하철 기관사가 공황증상을 호소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에서처음으로 공황발작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스케줄이 꽉 찬 연예인과 지하철 기관사의 공통점은바로 심신이 지치기 쉽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성격특성과 체력, 그리고 스트레스의 양과 지속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피로한 심신을 회복할 기회가 없다면 언젠가는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므로 공황발작을 다시겪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묘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인간이 삶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미있게도 전혀 상반되는 두 가지의 이유가 공존하면서 그 불안을 극대화시킵니다. 하나는 미래의 완전한 불확실성이며, 나머지 하나는 미래의 완전한 확실성입니다. 말장난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완전한 불확실성과 완전한확실성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래의 완전한 불확실성이란 말 그대로 단 1초 후의 미래도 우리가 예측하거나 미리 알 수 없다는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그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미래에 대해 알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능력 밖의 일입니다. 미래의 완전한 확실성이란단 한명도 예외 없이 때가 되면 반드시 죽는다는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이비종교의 교주가아닌 다음에야 어느 누구도 나는 죽지 않을 수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인간은 완전한불확실성과 완전한 확실성의 틈바구니에서 끝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존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즉, 언젠가 틀림없이 다가 올 자신의 죽음이라는 확실한 사건이 최대한 늦게 다가오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의 능력으로 한 치 앞도 알 수없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하고 선택하고투자하나 계속 걱정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죽음만이 유일한 스트레스가 아니며, 그보다 덜한 사건들도 얼마든지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할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죽음을 그렇게까지큰 스트레스로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실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그래서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사람들은 큰 트라우마(BIG T) 사건 하나보다 작은 트라우마(small t) 사건이 장기적이고반복적으로 누적될 때의 영향이 더 크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든 스트레스의 요인을 죽음으로 대표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스트레스(두려움, 염려, 걱정을 유발하는)는 직간접적으로 다 죽음(신체적 죽음이든, 심리적 죽음이든, 사회적 죽음이든 자신이 죽는다고 여기는 상태)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죽음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기는 사람에게 다른 문제들은 별 스트레스가 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두 가지 문제,미래의 완전한 불확실성과 완전한 확실성에 대한 답이 없는 한, 인간은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현대화되면서점점 더 많은 일들이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으며, 그나마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일들도 이제는 불확실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고등학교나 대학을졸업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 직업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지간한 대학을 나와도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스스로가 그만두기 전에는, 승진을 못해 만년과장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그것조차 불확실한 영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일이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무능력의 상징으로 치부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무렵을 생각해 보면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직업들이 의젓한 하나의 직업이었습니다. 그 중기억이 나는 것이 인터넷 검색사, 파워포인트 기사 등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 비해 요즈음은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이 대중화, 보편화되기도 했고, 소프트웨어의 사용이 편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인터넷 검색만 좀 할줄 알아도 먹고 살 수 있었고, 파워포인트만 좀잘 다룰 줄 알아도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만 하는기본 중의 기본인 소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옛날로 치자면 다섯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지금은 한 사람이 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도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 해야만 합니다. 그러니스트레스가 그동안 계속 증폭되어 왔다고 해도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렇게 증가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은 마땅치가 않고, 그나마도 많은 경우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건강하지 않는 방법들이 대부분입니다. 각박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느냐고 물어보면, 음주가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많을 것이고, 그 외에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시청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 등을 자신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소개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방법들이 생각처럼 스트레스해소 효과가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다는데 있습니다. 음주, 특히 과음이나 폭음은 틀림없이 스트레스를 증가시킵니다. 여기에 가무까지 더해져서충분한 수면조차 취하지 못했다면 스트레스 양은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황발작이 과음한 다음날에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공황장애 치료를 받으며 잘 지내시던 분이 특별한이유 없이 또 공황발작을 경험했다고 할 때, 최근에 과음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재미를 위해 보게 되는TV의 오락프로그램도 대부분이 승자와 패자를가리는 경쟁 프로그램입니다. 굳이 승자와 패자를 가릴 필요가 없는 프로그램에서도 반전이라는이름으로 편법과 배신이 판을 칩니다. 대부분의컴퓨터 게임들은 현실보다도 더 심한 경쟁을 조장하고 공격성을 자극하며, 영화도 쉼을 주기 보다는 경쟁에서 이긴 자, 특출한 자만이 살아남고, 정의와 성실은 무기력하다는 메시지와 함께,폭력과 살인, 선정성으로 보는 이의 공격성을 부추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음악도 영화와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친구들과의 수다는 어떨까요? 성령님 안에서 사랑으로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말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다른 사람을비난하는 것이요, 다른 한 가지는 자신을 자랑하는 것입니다. 듣기 보다는 말하려고 하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저이야기 다음에 내가 어떤 이야기로 돋보일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한번은 식당에서 10명 남짓한 친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데, 5명 이상이 동시에 말하는 장면을 보고 기가 막혔던 적이 있습니다. 내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려는 친구들이 아니라, 내 이야기에는 별 관심 없이 자기의 이야기만 쏟아내는 친구들과의모임, 내 아픔이나 고통을 보듬어주기보다는 나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친구들과의 대화는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보루인 친구마저도‘나를 위로해 주지 않는구나…’라고 낙담하게까지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자랑할 것이 없어지면 그런 자리에 나가기도 어려워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운동은 틀림없이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그런데 그곳에서도 경쟁과 비교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복장이나 장비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혼자운동하기는 심심해서 자전거 동호회에 들었더니,늘 내 장비에 신경이 쓰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잘만 타고 다녔던 내 자전거가 초라해 보입니다.모자부터 신발까지 장비 하나하나에 서열이 매겨지고, 심지어 그런 싸구려 자전거는 몸을 상하게하니 좋은 것으로 바꾸라는 친절한 권고를 받기도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동안에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운동이 끝난 후 뒤풀이에서는또 음주가무가 이어지고 사랑이 없는 말이 오고가다 보면 술기운에 쉽게 고성이 이어집니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요소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지면을 사용하면서 마치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도록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있는 이유는 그것을 관통하는 핵심을 찾아보기위해서입니다. 요약해 보면 첫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안을 줄여야 하며, 불안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아예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제거해 버린다면 그것이 더 좋은 스트레스 해소방법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완벽하게 스트레스를 제거할 수 있겠지요. 주님께서 이미 우리를 사망으로부터 자유케 하셨다는이야기는 여러 차례 나눈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아무 방법이나 사용한다고 해서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어떤 것이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으려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스트레스란 단지 방출된다고 해서 해소되는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 제거되거나 사라져야 진정한 해소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해 달라고기도할 때, 많은 경우 주님께서는 스트레스 요인을 직접 제거하시기 보다는 나를 바꾸시는 것으로 응답을 주십니다. 그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나의 반응이 바뀌도록 하십니다. 더 나아가그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이미 우리 안에 있었다는 것을, 다시 말해 이미 그런일들을 다 해결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그렇지만 그런 스트레스 사건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입장에서는‘스트레스 요인을 직접 제거해 주시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복잡한 방법으로 응답을 하실까…’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기도 하시지만, 많은 경우 내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법을 바꾸십니다. 더 나아가 우리에게 이미 주신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십니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결국에는 더 좋은 해결책이고 더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늘 더 좋은것을 주기 원하시는 아버지께서 그렇게 하시는 것입니다. 할렐루야!

다음 호에서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