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삶 1부
Birthing & Building
음식과 삶 1부
산부인과 전문의 메디플라워 산부인과·자연출산센터 원장 정환욱
“자연출산 센터”를 운영하면서 그 전에는 진료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식단조사”이다. 임신 후 찾아오는 부부의경우에는 주로 엄마의 식단을 조사하고 바꾸어서, 엄마뿐만 아니라 태아가 가장 좋은 것만을 먹으며 임신과정과 출산과 그 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지만, 임신 전에 찾아오는 부부의 경우에는 남편의 식단도 조사하여 부부 모두의 식단을 바꾼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두말 할 필요 없이 엄마 아빠 모두가 가장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난자가 배란되고 정자와 결합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도 가장 건강한 상태에서 아기가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엄마에게 건강한 식습관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모유수유가 끝나게 되면 아기는 ‘음식’을 먹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아기의 식습관’은 엄마에 의해서, 엄마가 만들어주는 음식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앞으로 자세히 나누겠지만, 아기의 식습관은 아기의 평생의 건강을 좌우하는 너무나 중요한 습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임신 과정 중이라도 반드시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나는 선택해서 먹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먹는다. 즉, 사람마다 먹는 데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성적으로 먹기보다는, 숨 쉬고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먹는다. 즉, 누구나 식습관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특정한 ‘결과’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람은 없다. ‘나는 선택해서 먹는다!’ 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어디를 갔다 왔는지,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는 시시콜콜 기억하지만, 식단 조사를 해 보면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것이 바로 식품영양학자들이 기억에 의존하는 식단조사가 부정확하다고 믿는 까닭이다.
필자 또한 수술하는 의사로서 훈련받고 현대 의학의 각종 약물요법과 처치 방법을 익혔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갖게 된, ‘식습관’이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이라는 믿음은 날이 갈수록 더 확실해지고 있다. 필자는 우리 병원으로 찾아오는 분들의 음식 섭취에 대한 조사와 상담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분들의 ‘먹거리‘의 대해 상담한 결과, 다른 어떤 치료법을 적용하였을 때 보다 많은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미 어렴풋이나마 음식이 자신을 건강하게 하거나 질병에 이르게 할 수도 있으며, 수명을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몸이 아프거나 이상 증상이 있어서 찾아오는 분들에게 음식을 어떻게 먹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내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정말 그런지를 조사해 보자고 하면 많은 경우 의사가 검사나 하고 치료나 해줄 것이지 그건 왜 묻느냐며 의아해 한다. 하지만 실제 자신이 먹는 음식을 적어보고 나면 스스로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로 우리는 우리의 잘못된 식습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조차도 인식하지도 못하고 먹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엄마와 태아뿐만 아니라 온가족의 건강을 좌우하는 ‘먹거리’와 ‘식습관’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고자 한다.
음식에 답이 있다
모든 생명체는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단순한 진리이지만 우리가 평소 잊고 사는 명제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평소 음식의 중요성을 잊고 산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 독일의 철학자 포이어 바흐(1804-1872)의 말로, 음식이 건강과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 것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다. 의미 없이 습관처럼 먹는 밥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뜻이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도 있다. 음식을 잘 먹으면 약과 같은 효과를 내며, 약이 사실은 음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뜻이다. 또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하였다. 우리 건강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잊지 말라는 경구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이 우리 몸에 늘 ‘좋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동시에 독을 얻을 수도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몸속에 들어가 독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어찌 감시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삶에 이렇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음식을 먹는 습관이 바로 ‘식습관’이다. 그런데 이 식습관은 한 번 들이면 쉽게 바꾸지 못한다. 평생 가는 것이 식습관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 바른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부모, 특히 엄마에게 바른 먹거리와 식습관에 대해 정확히 가르치고 철저하게 지키도록 요구한다.
건강한 음식의 섭취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함께 수명을 단축시키는 각종 감염성 질환과 암, 고혈압, 당뇨, 뇌졸중, 심근 경색, 면역 질환 등의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음식을 조절하자고 하면 지레 거부감부터 느끼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며 먹는 즐거움도 포기하지 않겠다면 지금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내 몸을 건강하게 지키면서 먹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축복이 아니겠는가?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앞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음식과 건강
그렇다고 음식 먹는 것을 지나치게 겁을 낼 필요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음식에는 생명 활동에서 생기는 찌꺼기나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기능들도있기 때문이다. 항산화 비타민과 무기질이 필요한 것은 이 해독작용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항산화 비타민과 무기질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분별이 필요하다.
우리 몸에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원과 생명 활동, 면역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40여 가지 이상의 영양소가 필요하다. 이 영양소는 음식을 통해 공급받는다. 그래서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영양분이 변질되는 문제, 지나치게 많은 첨가물이 더해지는 문제, 생산한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첨가물 사용의 문제, 유해한 포장 재질 사용 등의 문제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편식도 좋지 않다. 편식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좋은 영양소의 결핍과, 나쁜 독을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넣어주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단지 나쁜 습관만이 아니라 건강 측면에서 보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건강을 결정짓는 요인을 크게 ‘유전자’와 ‘생활습관’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인 중에서 질병과 건강에 더 큰 관여를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암과 심장병과 같은 질환은 타고 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믿음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늘날 성인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암과 심장 질환의 대부분이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비롯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생활습관을 다시 매일 하는 ‘신체활동’과 ‘식습관’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에너지를 사용하는 생활습관인 ‘신체활동’보다는, 에너지를 얻는 ‘식습관’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 건강과 수명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건강한 식습관을 갖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들 중에 절제된 식습관을 갖지 않은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더 나아가 식습관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면, 일하는 시간, 운동, 휴식과 레저 등의 신체활동 등도 잘 조절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먹는 음식의 종류와 섭취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다이어트(Diet)는 살을 빼기 위해 음식을 조절하는 말로 알고 있지만, 본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 일상적으로 취하는 음식 식습관’이다. 지금부터 식습관, 즉 음식과 영양소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건강과 면역기능
음식은 어떻게 질병 발생과 예방에 관여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건강 문제로 전문의를 찾고 검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는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으면 안심하며 건강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질병은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여 생긴 특정 결과라기보다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어떤 것이다. 이것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질병을 스스로 치유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질병의 치유와 예방을 위해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만성질환들이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만일 부모 중의 한 사람이 심장 질환이나 암에 걸렸다면, 자녀 또한 그 병을 앓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질병의 발생과 억제 과정에는 유전적 요인 못지않게 환경적인 요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환경적 요인이 인체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질병 유전자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질병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촉진자(promoter)가 있어야 한다. 암 유전자가 대표적인 촉진자이다. 반면 질병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항촉진자(antipromoter)이다. 우리 몸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으며, 이 둘 간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신체활동과 식습관이 좋지 않으면, 촉진자가 활성화되고 항촉진자의기능은 감소한다. 즉, 면역 기능이 떨어져 질병이 발생할 확률도 증가한다.
면역은 생명활동의 기본 기능이다. 생명활동이란 매일 새로운 세포들이 생겨나고 또 죽는 과정으로, 세포의 수와 기능이 조절되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의 몸은 어제의 몸이 아니다. 겉보기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 몸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의 탄생과 수명을 다한 세포의 죽음이 반복된다. 세포들은 오케스트라와 같이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살아있는 동안 생명 에너지에 의해서 조절된다. 세포는 몸의 각종 기능, 즉 골격계, 순환계, 자율신경계, 면역계, 소화계 등등 생명활동을 위한 모든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놀랍게도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도 하루에 약 3,000~5,000개의 암 세포가 빠르게 증식한다. 암 세포는 세포의 생로병사(生老病死) 과정을 거치지 않는, 즉 죽지 않는 세포를 말한다. 보통 정상적으로 면역 기능이 작동되면 이런 암 세포들은 사멸(死滅)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암 세포가 정상적인 면역 세포에 의해서 처리되지 않으면암 덩어리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암 세포가 만들어지는 환경이 지속되면 암이 진행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몸은 먹고, 마시고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비정상적인 암세포들을 처리하는 면역 기능과 수리 기능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다. 이러한 자가 치유기능의 상태에 따라 암이나 만성 질환의 발생과 억제가 결정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면역 기능을 잘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이다.면역기능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좋은 식습관이다.
인체는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에너지를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얻는다. 인간의 면역 기능은 매우 강력하여, 유전적으로 암이 발생할 수도 있는 몸을 갖고 태어나도 억제할 수 있다. 면역 기능은 수시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세포들을 치유하면서 몸의 오류들을 바로잡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부 이물질(감염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들을 모두 치유한다. 우리 몸 밖에는 전 우주의 별의 숫자보다도 많은 외부 이물질이 존재하는데, 그 많은 외부 이물질로부터 우리가 자유로운 것도 바로 면역 기능 때문이다. 면역 기능은 한 번 우리 몸에 들어왔던 외부 이물질을 정확하게 기억했다가, 다시 우리 몸에 들어오면 적절한 항체를 만들어 외부 이물질을 공격한다.
면역기능을 강화시키는 식습관
면역 기능은 ‘면역 글로블린’이라는 특정 모양의 단백질을 생산하여 이루어진다. 면역 글로블린은 탄수화물과 지방산 그리고 적절한 양의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해야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건강한 식습관이 우리 몸을 암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지름길이다.
암 연구 분야에서 권위 있는 업적을 낸 캐나다 생화학자이자 의과대학 교수인 리차드 블리뷰 교수는 그의 저서 『내 몸의 독소를 없애는 페스코 밥상』에서 페스코(Pesco)란 채식에 생선까지 더한 밥상을 일컫는다고 설명하며, 양배추, 마늘과 양파, 콩, 심황카레와 겨자, 녹차, 복분자, 블루베리와 딸기, 생선기름 오메가3 불포화 지방산, 토마토, 감귤류와 레몬, 오렌지, 자몽, 만다린, 적포도주, 초콜릿 등의 11가지 식품이 어떻게 암을 예방하는 페스코 식품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음식을 통해서 얻는 항촉진자(antipromoter)들은 면역 기능을 높여 주고 촉진자(promoter)의 역할을 감소시킨다.
좋은 병원과 의사를 찾아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것보다는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예방이 선제적으로 암에 대항하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건강한 생활을 통해 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막는 예를 들어보자.여성들은 누구나 유방암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유방암 예방과 치료에는 ‘조기진단’이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유방암 조기진단은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있는 나이에 ‘맘모그램’이라는 방사선촬영과 유방 초음파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검사를 통해 유방암의 특징적인 변화인 ‘석회화’나 종양덩어리를 초기에 발견할수록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병원을 이용하지 않고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유방암 환자들은 실제 매달 자가 검진법을 통해 자신의 유방을 매달 생리 후 세밀하게 관찰하여, 작은 종양 및 이상을 발견하여 조기에 진단한 사례가 매우 많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암이 되기 전에 유방 세포들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예방’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만일 유방암 유전자(BRCA)를 촉진자로 갖고 있는 가족력이 있다면 암 발생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없는 여성보다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할머니나 어머니, 이모, 언니 등 모계에 유방암과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이 유전자로 인하여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실제 유방암에 걸린 여성을 조사해 보면,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여성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조사의 의미는 유방암 유전자를 갖고 있는 여성이라도 실제 암이 발병하지 않는 여성이 더 많다는 것으로, 이것은 반대로 암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아도 다른 요인에 의해서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암 발생 유전자라는 촉진자를 갖고 있지만 진행을 막는 항촉진자인 영양소나 면역기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암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수명도 좌우하는 식습관
식습관이 면역 기능을 강화하여 현대인의 마지막 남은 질병, 암과 심혈관 질환 등에 대한 선제적인 ‘예방’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습관은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인 장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수명과 식습관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식습관이 수명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것인가. 식습관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질병의 발생을 억제한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것들을 마구 먹는 사람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게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0대 사인 중 암, 심장 질환, 심장마비, 당뇨, 만성 폐질환, 만성 간질환에 걸리지 않고 큰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면, 수명이 100세를 넘길 확률이 높아진다. 인간은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신체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단지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인생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25세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노인들을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100세 이상 오래 생존하는 노인들이 많은 일본의 음식을 연구한 도쿄의 치과대학 명예교수 후지타 고이치로는 지금도 73세라는 나이에 건강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저서 『50세부터는 탄수화물을 끊어라』에서 음식을 통해 장수하는 비결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인간의 수명을 결정짓는 것으로 ‘미토콘드리아’, ‘텔로미어’ 등의 장수 유전자와 ‘장내 세균’이라는 체내 미생물을 꼽고 있다. 이 중에서 잘못된 식습관, 즉 탄수화물 과다섭취가 이러한 장수 유전자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4대 만성질환 발생을 억제하고 건강한 세포의 증식을 위하여 매우 중대한 독소 역할을 하는 활성산소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활성산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절제하고, 탄수화물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자연식물성 항산화제인 ‘파이토 케미컬’을 포함한 많은 양의 유색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콩류인 된장 등과 베리 섭취도 늘리고, 좋은 물을 많이 마실 것을 권한다. 반면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인 비만과 과음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탄수화물을 수명 단축의 주요 요인으로 꼽는 후지타 고이치로 교수의 주장에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대인이 어디서나 손쉽고 맛있게 먹는 음식들은 대부분 당질, 즉 정제된 탄수화물이 다량 들어 있다. 연구결과 흰 쌀, 흰 밀가루, 흰 설탕이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질 섭취는 50세를 전후하여 한결 빠른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근 경색과 심혈관 질환 등 기름진 음식으로 유발되는 질환은 유전적 요인보다는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음식습관이 성인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발생한다. 공기 중에서 굳는 성질을 가진 동물성 포화지방 섭취를 많이 하게 되면, 혈관을 좁히는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이 혈액에 많이 생성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좋은 식습관은 건강한 장수를 보장한다. 설령 어떤 질병의 유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올바르고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식습관을 갖고 있다면, 성인이 되어서 건강식으로 바꿔도 정상 콜레스테롤 수치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잘 살기 위해서는 운동선수들과 같은 절제가 필요하다. 운동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하여 음식의 종류 및 먹는 시간과 양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처럼, 평소에 꾸준하게 자신의 삶에 맞춘 적절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인의 영원한 두통거리, 비만도 잘못된 식습관의 결과이다. 비만은 체질이 원인이 아니다. 잘못된 식습관이 원인이다. 비만이 무서운 것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다른 만성 질환의 발생률을 높이며, 만성 질환 이전 단계에 이르러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맛과 즐거움을 파는 식당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먹는 욕구’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점차 비만해지고,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비즈니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식습관을 조절하지 않고는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늘어나는 체중을 줄이고 체형을 관리하기 위하여 식욕 억제제도 먹어보고 지방흡입술 등의 인위적인 방법도 동원한다. 심한 경우 위를 절제하는 수술도 받아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먹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좋은 식습관을 갖기 위한 노력이 될 것이다.
내 몸을 건강하게 지키면서 먹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 축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음 호에 이어서 이야기를 진행하자.
[참고서적]
- 『아이를 변화시키는 두뇌 음식』 / 이아소 / 조엘 펄먼 지음 / 김재일 옮김
- 『50세부터는 탄수화물을 끊어라』 / 니들북 / 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 황미숙 옮김
- 『운동 영양학 8판』 / 라이프 사이언스 / 멜빈 윌리엄스 지음 / 옮긴이 이명천 외
- 『내 몸의 독소를 없애는 페스코 밥상』 / 한언 / 리차드 블리뷰 지음 / 오홍근 옮김
- 『하버드 의대가 당신의 식탁을 책임진다』 / 동아일보사 / 월터 월렛 지음 / 손수미 옮김
- 『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 / 북섬 / 조엘 펄먼 지음 / 김재일 옮김
- 『The Rosedale Diet』 / Collins Living / Ron Rosed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