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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특별한 하나님의 일반은총 II

너무나 특별한 하나님의 일반은총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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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너무나 특별한 하나님의 일반은총 II

 

한양의대 교수 김석현

 
지난 호 마지막 부분에서 내드렸던 퀴즈는 풀어보셨죠? 어떤 답을 하였었는지 기억이 나시는지요? 희미해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한 번 퀴즈를 드립니다. “퀴즈: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형태로 내 머리 속에 기억되어 있다.” 정답은 “×”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문제라도 하나님께 의지하며 담대히 해결해 나가기를 원하시고,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두셨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능력 중에서 “기억”에 대해 알아보면 이러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기억은 삶에 필요한 지식을 축적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기능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살아가는데도 매우 중요한 기능입니다.
성경에는 ‘기억하라’는 말씀이 참 많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말씀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너희는 옛적 일을 기억하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같은 이가 없느니라 사46:9

 

여기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느니라 갈릴리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기억하라 눅24:6

 

내가 전한 복음대로 다윗의 씨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라딤후2:8

 

이 말씀에 따라 우리는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을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도록 도와줍니다.
그런데 어떤 말씀에서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기억하라고 하십니다.

 

롯의 처를 기억하라눅17:32

 

너는 광야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격노하게 하던 일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오던 날부터 이 곳에 이르기까지 늘 여호와를 거역하였으되신9:7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신8:2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나님께 불순종했던 사건도 기억하라고 하십니다.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확실히 기억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자꾸만 잊어버립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기억은 우리가 기억하려고 애를 써도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기 때문에, 때로는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기억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아서 고통스럽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일을 경험했을 당시의 생각, 감정 등이 점점 흐려져서 그 때만큼 힘들지 않게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도 흐려지지 않는 기억들도 있습니다.

즐거웠던 추억도 계속 기억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좋지 않은 기억, 그것도 충격적이고 끔찍한 기억들이 잘 잊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일상용어처럼 되어버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인
재경험(re-experience)이 바로 그 외상성 기억(traumatic memory)과 관련된 당시의 생각, 이미지, 인지, 감정, 신체감각이 잊히지 않고
자꾸 떠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큰일(외상성 경험, traumatic event)을 겪은 분들이 평생 그 일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그런 큰일을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가 고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난의 기억으로 인해 계속 고통을 받으면서도 견뎌내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 이번 호의 주제입니다.

우선 좋은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렸을 때의 좋은 기억은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그 때 같이 있었던 사람들, 주위 풍경, 날씨 등도 분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 이야기를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내 기억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그 때 둘째 삼촌이 같이 있었다고 기억을 하고 있는데,
정작 둘째 삼촌은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날 누군가가 나에게 준 선물이 있었는데,
그 선물은 그 때 받은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요?

다른 이야기를 한 가지 더 소개하겠습니다. 벌써 13년 전의 일입니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테러공격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를 경악케 했던, 충격적이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사건이 벌어졌던 그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심리학자가 그 현장에서 911 테러를 겪었던 사람들 수백 명을 대상으로 기억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매년 연구대상자들에게 당시 자신이 겪었던 사건을 자세히 기억해 보라고 하는 간단한 연구였습니다.
그런데 연구결과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1년이 지난 후 연구대상자들에게 그 기억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놀랍게도 37%의 사람들이 처음과 달라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3년 후인 2004년에는 실제 경험했던 사건을 다르게 기술하는 사람의 숫자가 50%까지 육박했습니다.
어떤 변화는 이야기를 한층 더 정교하게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어떤 변화는 이야기를 완전히 딴판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 건물이 무너지던 당시 자신이 서 있었던 위치까지도 다르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하는 행동이 기억을 달라지게 하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어떤 연구자는 가짜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 연구대상자의 ⅓ 정도에서는 단 한번 거짓말에 노출시키는 것으로 가능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구결과들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우리의 기억이 처음 만들어지던 그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변해간다는 것입니다. 좋은 기억은 물론,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충격적인 기억조차도 변해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고대로부터 사람들이 기억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바꾸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의 기억은 그 당시의 사건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의 기전이 우리나라 연구진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기억이 장기기억이 되기 위해서는 단백질 형태로 뇌에 저장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단백질은 그냥 뇌 속에 기억이 되어 있는 동안에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지만, 그 기억을 회상하는 순간 탈안정화(destabilization)되어 새로운 정보를 추가할 수 있는 상태로 풀어지게 되며,
그 기억과 관련된 작업이 끝나면 재안정화(restablilization)되면서 기억이 재구성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억은 원래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새로운 정보들이 추가되면서 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억이 계속 변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런데 이 현상이 어째서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이자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겪게 되는 문제들을 이겨낼 수 있는 장치라고 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고난이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어려움을 주는지를
생각해 보면 금세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우리가 고난을 겪고 나서 계속해서 고통을 받게 되는 데는, 그 고난과 관련된 기억이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물론 그 사건으로 인해 현재 겪고 있는 신체적 어려움, 경제적 어려움 등도 그 고난을 피부로 느끼게 하지만,
많은 경우 고난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어두워지고 두려워지고 분노를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 사건의 기억과 연관되어 있는 부정적인 정서가 우리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억의 재구성에 대해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가 어떤 기억을 떠올리면 그 기억을 저장하고 있던 단백질이 부드럽게 풀어지면서,
거기에 새로운 정보들이 추가되고 그 추가된 기억까지 포함해서 그 기억은 새롭게 안정화되어 보관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기억을 떠올렸을 때 거기에 어떤 정보를 추가하게 되느냐가 그 기억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결과들을 두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어떤 연구자가 상당히 급진적인 연구를 시행하였는데, 그 내용은 이러합니다. 외상사건을 겪은 이후 그 사건의 영향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모집합니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MDMA라는 약물을 투여합니다.
그 약물은 소위 ‘엑스터시’라고 불리는 약으로 흥분제, 환각제로 작용하여 강력한 유쾌한 기분을 일으킵니다.
그 약물로 인해 유발된 비정상적으로 유쾌한 기분상태에서, 대상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겪은 끔찍한 기억을 떠올려보게 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요? 평소 같으면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부정적인 정서에 압도당했을 텐데, 약물로 기분이 한껏 고양된 상태에서
그 기억을 떠올리자 부정적인 정서가 대상자들을 압도할 수가 없었고, 그러자 그 기억은 당시 대상자들이 느끼고 있던 유쾌한 정서와
연결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두 달 후 조사를 해 보니 대상자의 83%에서 증상이 극적으로 감소한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끔찍한 경험을 한 후 PTSD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교감신경의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인 propranolol을 사용한 후
기억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교감신경의 활성이 억제되니 당연히 그 기억으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이 감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예전에 비해 훨씬 덜 부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런 새로운 경험을 한 후에도 연구대상자들이
그 기억을 여전히 자세하게 기억하고 그 기억 때문에 공포를 느끼기는 해도, 그 공포가 더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 수준으로
감소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연구결과를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가 과거의 어떤 고통스러운 기억과 관련된 문제를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줄만한 사람에게 털어놓고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다. 우리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은 그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단백질이 탈안정화되어 새로운 정보를 통합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사람이 “그거 정말 큰일이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아직도 그 일에서 못 벗어나고 힘들어하며 살고 있어. 어쩌다 그런일을 겪어서….”라고 말했다면,
그분의 걱정에 담겨있는 부정적 정서가 나에게 전달되고, 내가 그 부정적 정서에 전염이 되면 그 기억은 더욱 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사람이 “정말 힘들었겠네. 그렇다고 낙심하지는 말아.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그 일이 잘 풀려서 지금은 옛날보다 더 잘 지내고 있어.”라고 말했다면, 그분의 위로에 담겨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나에게 전달되고,
내가 그 긍정적인 정서에 전염이 되면 그 기억은 이전보다 훨씬 덜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변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진행된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우리의 기억은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변할 준비가 되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그 기억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의 방향은 어떤 새로운 정보를 그 기억에 더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서 긍정적인 정서나
그 사건에 대한 건강한 해석을 더하게 되면, 그 기억은 예전처럼 고통스럽기만 한 기억에서 좀 더 밝고 심지어는 지금까지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만드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기억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누구든지 그 원리대로 하기만 하면,
앞서 연구들에서 본 것과 같은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할렐루야! 이 얼마나 특별한 하나님의 일반은총인지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지난 한 해의 모든 기억, 그것이 좋은 것이든 아픈 것이든 주님의 사랑 안에서 놀랍게 변화되는
은혜를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2015년 1월호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하여야 우리의 기억에 긍정적인 정서나 건강한 해석을
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누겠습니다. 어떤 고통스러운 기억도 고통 그 자체로만 끝나지 않도록 하신 주님의 일반은총을 넘어,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허락하신 놀라운 특별은총에 대해 다시 기억하면서, 2015년의 시간들은 나의 기억 속에서 오직 주님만이 나타나시므로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주님에 대한 감사와 찬양이 흘러나오게 하는 것들로 채워지도록 우리의 마음을 다잡는 방법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한해 「킹덤라이프-건강」 섹션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게 하신 주님을 찬양하며,
함께 하나님을 기뻐하였던 킹덤 빌더 여러분 모두를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