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묵상
십자가의 성 후안[요한]은 아빌라의 성 테레사와 함께 갈멜회 창설 당시의 엄격한 규율로 복귀하자는 취지의 ‘맨발의 갈멜회’ 를 이끌었던 분입니다. 그 때문에 옥에 갇히기도 하고 모진 고생을 겪었지요. 그런 분이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은혜”라고 하는 말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도저히 은혜로는 보이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고, 성인 자신의 생애에도 그러했으니까요. 하지만 성인은 “사랑하는 자의 품에서는 모든 것이 은혜”임을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하나님의 품 안에 있다고 한다면, “일어나는 모든 일” 역시 은혜이겠지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을 담고 있을 테니까요.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시 19:1-4).
-최애리
무엇이 은혜입니까?
“무엇이 은혜입니까?” 나는 하나님께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은혜란다”
내 떨떠름한 표정을 보시고는 이렇게 물으셨다
“사랑하는 이들은
연인의 품에 있는 모든 순간이
은혜라고 말하지 않겠느냐?
삶 전체가 내 품 안에 있단다
비록 내게서 등 돌리고
멀어질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마음이 지혜를
깨닫기까지는”
-십자가의 후안
2015년 신년호부터 「詩와 默想」 섹션이 신설되었다. 시편에 실린 詩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시편에 실리지 않은 ‘새로운 詩’라는 형태의 문학으로 하나님을 묵상하는 것은 신선한 도전임에 틀림없다. 늘 ‘새 노래’로 하나님께 찬양 드리기를 원하듯이 ‘새로운 시’로 하나님을 묵상해 보는 것도 주님께서 기뻐하실 일일 것이다.
이 섹션에는 2014년 10월에 출판된 『그리스도교 신앙시 100선 합창』에 수록된 시들을 실을 예정인데, 이 책에는 최애리 집사가 2012년부터 엄선하여 직접 번역한 100편의 시가 역자의 묵상이 담긴 ‘해설’과 함께 ‘1장-주 음성 외에는 참 기쁨 없도다’, ‘2장-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3장-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4장-그 손 못 자국 만져라’, ‘5장-우리가 지금은 나그네 되어도’, ‘6장-나의 갈 길 다 가도록’, ‘7장-생명 시냇가에 살리라’ 등 총 7개의 장으로 나뉘어 실려 있으며, 책의 뒷부분에는 수록된 시의 원문과 시인의 생애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실려 있다.
이 책에 실린 시 중에서 매월 한 편을 골라 이 섹션에 연재할 예정이다. 시로 하나님을 묵상하는 새로운 시도로 새해 아침을 시작해 보자.(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