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묵상
하지만 아무리 기도해도 듣지 않으시는 것만 같을 때도있습니다. 시인은 “무릎도 가슴도/ 무감각해지도록 밤낮 없이 부르짖었건만, 하나님의 귓전에는 그런 외침이 전혀 도달하지섰사오나 주께서 나를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다.”(욥30:20).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나를 영원히 잊으시나이까 주의 얼굴을 나에게서 어느 때까지 숨기시겠나이까”(시13:1). 진토나 다름없는 인간에게 혀를 주사 기도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듣지 않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하루온종일 엎드려 기도하느라 가슴이 무릎에 붙을 지경이건만, 하나님은 여전히 침묵하십니다. 시인의 마음은 산산이 깨어지고, 그의 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행들이 두서없이 끊어지고 운도 맞지 않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 거부당하는 것만 같은, 하나님이 안 계신 것만 같은 경험을 십자가의 후안은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고 일컫기도 했습니다. 영혼이 정화되어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지 않을 때에라도 그분을 믿고 의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그 삭막한 가슴에 은총이 임할 때 그의 노래는 곡조를 되찾을 것입니다. (원문에서는 들쭉날쭉 길이가 다른 시행들이 4행연을 이루고, 그 뒤에 운이 맞지 않는 짧은 시행이 하나씩 덧붙여지다가, 마지막 연에 가서야 그 마지막 행이 윗 행과 운을 맞춥니다.)
-최애리
거부
내 기도가 당신의 묵묵한 귓전을
울리지 못할 때
내 심장은 깨졌습니다 내 노래가 깨지듯이
내 가슴은 무질서와 두려움으로
가득찼습니다
내 굽어진 생각들은, 부러지기 쉬운 활처럼
뿔뿔이 흩어져 날아가
각기 제 갈 길로 갔습니다 어떤 것들은 쾌락을 향해
어떤 것들은 전쟁과 천둥 같은
호령을 향해
그것들은 말합니다 어디로 가도 상관없다고
무릎도 가슴도
무감각해지도록 밤낮없이 울부짖느니
오소서, 오소서, 내 하나님이여, 오소서
하지만 들으시지 않고
오 당신은 진토에 혀를 주사 당신을 향해
외치게 하셨건만
그러고는 그 외침을 듣지 않으시다니! 하루 온종일
내 가슴은 내 무릎에 붙었건만
들으시지 않고
하여 내 영혼은 당신 눈 밖에서 느슨히 풀려
곡조도 맞지 않고
내 연약한 심령은 똑바로 볼 수도 없이
서리 맞은 꽃처럼 매달려 서글픈
푸념을 할 뿐
오 내 삭막한 가슴에 활기와 곡조를 돌려주소서
지체하지 마소서
당신의 은총으로 내 소청을 만족케 하사
당신의 은총과 내 마음이 곡조를 맞추어
내 노래를 고치게 하소서
-조지 허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