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DOM LIFE &
상담
주의 손에 나의 손을 포개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교수 하혜숙
한 때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만난 감격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기를 바랐습니다. 그 때는 기도하는 게 좋아서 마냥 기도만 하고 싶고 말씀만 듣고 싶고 성경만 읽고 싶었습니다. 시간만 나면 학교 안에 있는 교회 지하의 작은 기도실에 기도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저 기도만하고 싶은데 강의도 해야 하고 회의도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냥 말씀만 듣고 성경만 읽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전공 서적을 읽고 하나님과 전혀 상관없는 논문을 써야하는 현실이 너무 싫었습니다. 때로는 강의 도중에 내가 가르치고 있는 내용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금 이 학생들에게는 생명이 필요하고 말씀이 필요한데 정작 필요한 생명의 말씀은 전하지 못하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며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신학대학원을 가서 신학을 전공하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때로 목회를 향한 기름부음과 일을 위한 기름부음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직장은 세속적인 것, 교회는 성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너는 또 님시의 아들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게 하고
또 아벨므홀라 사밧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너를 대신하여 선지자가 되게 하라 왕상19:16
왕을 위한 기름부음과 선지자를 위한 기름부음은 같은 것입니다. 기름부으심은 동일한 기름부으심입니다. 선지자가 되기 위해서 기름부으심을 받아야 했지만 왕이 되기 위해서도 기름부으심이 필요했습니다. 어찌 보면 선지자는 성스러운 직책이지만 왕은 그렇지 않습니다. 왕은 세속적인 일을 합니다. 왕은 전쟁에 나가서 싸우고 적을 죽이고 전리품을 챙겨옵니다. 영적인 것이 아닌 물질적인 것입니다. 선지자를 위한 기름부으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왕과 선지자는 동일한 기름부으심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기름부으심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목회자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목회자를 위한 기름부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일을 하는 왕에게도 기름부으셨듯이, 찬양 사역자, 사업가, 은행원, 영업사원 등에게도 기름부으심이 필요합니다. 모든 기름부음은 동일합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동안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학교에 가서는 이내 모드가 바뀝니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많은 일들 때문에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어떻게 해야 일을 빨리 잘 해낼 수 있을까 고심했습니다. 또는 빨리 일을 끝내고 좀 쉬어야지 생각했습니다. 하루하루, 나의 직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기도로 준비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는 주님과 함께였지만 나의 일터에서는 나 혼자 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과 늘 동행하고 싶지만 어느 순간 일을 하다 보면 주님은 온데간데없고 혼자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을 하는 동안은 잠시 주님과의 연결이 끊어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주님의 임재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임재 가운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롬12:2
목회자가 자신의 부르심과 사명을 귀하게 여기듯, 우리도 일터로 부르신 사명 또한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맡은 일이 주부이든, 정비공이든, 컴퓨터 프로그래머이든 우리 모두는 기름부음 받았습니다. 신성한 일을 하는 제사장의 기름부음과 세속적인 일을 하는 왕의 기름부음은 동일한 기름부으심입니다. 우리는 모두 왕 같은 제사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벧전2:9
만약 목사님의 갑작스런 요청으로 오늘 저녁에 교회에서 설교를 해야 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 때부터 골방으로 달려가서 기도로 준비할 겁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게 될 겁니다. 저는 최근에 내가 하고 있는 직장에서의 일도 이렇게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습니다. 우리의 직장일도 목회자가 강단에서 설교하듯이 그와 같이 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직장이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주일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니 인생의 거의 모든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심지어 가족들보다 직장 동료들과 밥 먹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은 바로 우리의 직장입니다. 교회에는 이미 십자가가 충분히 많습니다. 십자가가 필요한 곳은 세상, 즉 우리의 일터입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예수님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루살렘 도성, 즉 세상 한 가운데를 지나가셨습니다. 우리의 직장, 일터에는 그리스도인으로 서서 빛을 발할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세상은 믿는 자들이 직장에서 능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때 변할 것입니다. 아침에 큐티 한다고, 점심시간에 사람들 눈치 살피다가 10초 정도 머리 숙여 기도한다고, 금요 철야에서 큰 소리로 방언해서 우리의 직장이 바뀌지 않습니다(중보기도나 방언을 경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일터에서 내가 맡은 것을 뛰어나게 하고,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때 사람들은 우리를 통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성경을 읽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읽는다.’
이처럼 기름 부음은 우리 일터의 일상에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기름부음은 우리가 가진 재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세일즈에 재능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엔진을 고치는데 재능이있고 다른 이는 컴퓨터에 또 다른 이는 악기에, 숫자에, 언어에…. 우리 각각의 재능은 다릅니다. 기름부음은 우리의 재능을 향상시킵니다. 사업가의 기름부음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올바른 결단을 하게하고, 어떤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기름부으심은 세일즈맨에게 세일즈를 가르치고 부모에게는 양육을 가르칩니다. 성령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친다고 하셨습니다.
너희는 주께 받은 바 기름 부음이 너희 안에 거하나니 아무도 너희를 가르칠 필요가 없고
오직 그의 기름 부음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가르치며 또 참되고 거짓이 없으니 너희를 가르치신 그대로 주 안에 거하라 요일2:27
만약 목회자가 신학을 이미 공부했으니, 성경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니 주님의 도움심을 구하지도 않고 기름부으심을 구하지도 않고 준비되지 않은 채로 강단에 선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목회자가 기도도 하지 않고 성경도 읽지 않고 주님을 간구하지도 않은 채 강단에 서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면서 주님을 의뢰하지 않고 기름부으심을 의지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목회자와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전임 사역자로 보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요삼1:2
주님께서는 우리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바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기름부음받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우리는 더 이상 저주 아래 있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피, 언약의 피를 뿌리고 덮은 우리는 하나님나라의 삶을 사는 자들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영향을 받는 자가 아니라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자들입니다.
“주님, 오늘 주님을 인정합니다. 주님은 저의 모든 것입니다. 주님이 나의 힘입니다. 주님을 의지합니다. 주님, 저 혼자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주님이 함께 하시기를 원합니다. 나의 힘과 능력이 아니라 주님의 힘과 능력으로 오늘 하루를 살기 원합니다. 주님, 나를 통하여 일하시고 나를 통하여 주님의 영향력을 발휘하시기 원합니다. 나를 통하여 주님의 탁월함이 드러나기를 원합니다. 주님의 기름부음을 원합니다. 주님, 오늘 나를 통해 무엇 하기를 원하시는지요? 주님께 나의 생명, 나의 삶, 나의 시간, 나의 소유, 나의 일,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저에게 기름부으셔서 제가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하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나의 일상이 예배가 되기를 기도하며, 어느 찬양 가사처럼 고백해 봅니다.
나, 주의 손에 나의 손을 포개고
나, 주의 발에 나의 발을 포개고
나, 주와 함께 죽고 나 주와 함께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