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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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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목사칼럼 – 초대

2015_09_clom02

윤현숙 목사


지난주에 지방에서 열린 청소년 수련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 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시차에도 적응되지 않은 피곤한 상태였는데, 전국에서 모인 1500여 중고생들이 강당에 빽빽이 모여서 열정적으로 찬양하는 모습을 보니 한순간에 피곤이 사라졌다. 집회가 시작되고 말씀이 선포되면서 하나님 앞에 회개기도를 드리라고 하니까, 어린 나이에 무슨 죄가 그렇게 많다고 눈물을 줄줄 흘리고 어떤 아이들은 통곡하면서 기도하였다. 그동안 월요말씀치유집회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오기도 하고 부모의 손에 이끌려서 오기도 했었는데, 어른들 틈에서 어색해하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하면 또래들끼리 모여서인지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 마음을 쏟아놓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솔직할 수 있는지 놀랐다. 어른들은 아무리 하나님 앞에 마음을 토하라고 이야기해도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쏟아내지 못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그렇게 숨김없이 표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마음이 굳어지고 덧칠하듯 이런저런 포장을 하고 살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사역을 하는 목회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아이들은 좀 버릇이 없고 자기중심적이긴 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는 매우 솔직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자신을 감추지 않고 다른 사람의 판단이나 시선을 의식하는데 덜 민감해서일 것이다. 가끔씩은 어른들도 이기적인 것 같지만 아이들처럼 힘들면 힘들다 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역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 중에는 신실하게 살아오면서 어려운 환경들을 이겨내고 믿음을 지켰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기도하면서 실제는 자신 안에 두려움과 분노, 하나님을 향한 원망과 억울한 마음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인데도 많은 경우 자기 안에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잘 인정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한다. 나 역시도 처음에 내 마음속에 수치심, 분노의 감정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살다가, 하나님께서 보게 해 주셔서 비로소 깨닫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몰라서라기보다는 알고 싶지 않거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는데 참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나아갈 때, 하나님을 깊이 있게 만나게 되고 친밀함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편 38편에서 다윗은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하나님께 가지고 나아가며 그런 모든 상처로 인해 자신의 마음에 평안함이 없으며 육체적인 고통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절절하게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고통이 죄와 미련함 때문일지라도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 인정받은 다윗의 마음에 이같이 절망과 고통의 감정들이 가득하다니…. 게다가 한 나라의 왕이었던 그가 자신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지는 않았을까. 혹시 하나님이 책망하실까 두렵지는 않았을까. 그의 솔직함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그것밖에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연약함과 더러움과 그 모든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삶의 회복과 치유는 있는 모습 그대로 주께 나아가 고백하고 자신의 문제를 인정함으로 하나님의 긍휼을 얻을 때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 깊은 곳에 상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지만 의지를 가지고 그것들을 누르고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뿐인데, 그런 마음은 하나님이 보여주셔야 비로소 알게 된다.

많은 경우 상담을 받기위해 오셔서도 쭈뼛쭈뼛하면서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신뢰해도 될까 살피면서 수위조절을 하시는 것을 보게 되는데, 사역자가 어떤 말을 해도 용납해주는 것을 알게 되면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풀고 자신의 상처와 감정을 솔직하게 내어놓게 된다. 그리스도인들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놓지 못하는 속마음은 비난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21절에서 다윗도 ‘여호와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라고 고백한다.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거나 나를 멀리하실까 두려운 마음까지도 솔직히 고백할 때 자유함을 얻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이유로 고통이 오게 되었는지는 상관이 없다. 설령 자신의 죄나 어리석음이 이 모든 고통의 이유라 할지라도 하나님께 나아갈 때 자유를 얻게 된다. 우리가 있는 모습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연약함이 드러날 때 자신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비난이나 평가가 두려울 수도 있지만, 진정한 회복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걸음이므로 직면하는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또 그런 마음들이 드러나면 비난받고 죽을 것 같지만, 우리 생각과 달리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용납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님 안에서 회복의 은혜를 누리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