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킹덤라이프 킹덤라이프 음악 음악의 보석상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음악의 보석상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음악의 보석상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420
0

KINGDOM LIFE &
음악
음악의 보석상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Brandenburg Concertos, BWV 1046-1051

미국 인디애나 음악대학원 졸업 / 현 서울과학기술대학 출강 김애엽


 

요한 세바스챤 바흐(1685-1750)의 음악을 소개할 때 그의 아름답고 찬란한 음악의 보석상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빼놓을 수가 없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음악 전문가들로부터 클래식 명곡 중의 명곡, 음악 역사의 최대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듣는 곡이다. 1721년 바흐는 자신이 작곡한 수많은 협주곡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곡들 여섯 곡을 정성껏 골라서 깨끗이 정서하여*1 프로이센 왕가의 브란덴부르크 공 크리스천 루트비히 백작에게 프랑스어로 된 헌사와 함께 선물을 했다.

[*1 바흐는 종종 자신이 직접 최대한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서한 악보로 책을 만들어서 아내나 다른 사람에게 음악선물을 하곤 하였다.]

“2년 전 저는 전하 앞에서 연주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전하께서는 하나님께서 저에게 내려 주신 보잘 것 없는 저의 음악적 재능을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작품을 전하께 바칠 수 있는 영광을 주셨습니다. 이제 이 협주곡들을 바침으로써 전하에 대한 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1720년 쾨텐의 레오폴드 후작의 궁정 음악가로 일하던 바흐가 후작의 여행을 수행하고 돌아 왔을 때, 바흐에게는 너무나 슬픈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고 슬픔에 젖은 아이들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상심한 바흐는 그곳을 떠나려고 새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함부르크의 성 야코비 성당의 오르가니스트 자리에 지원했지만 낙방하고 만다. 오르간의 대가 라인켄 앞에서 즉흥 연주 솜씨를 보였고, 그 훌륭함에 감탄한 함부르크의 성직회의는 즉석에서 바흐의 채용을 내정했다. 그러나 그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부금을 내야 하는 관행 때문에, 오르간 실력은 다른 어떤 지원자들보다 뛰어났지만 기부금을 많이 낸 평범한 다른 사람이 그 지위에 오르게 된다.

이듬해인 1721년은 바흐에게 무척 힘든 시기였다. 바흐가 일하는 쾨텐 궁정의 음악예산이 축소되었고, 레오폴드 후작의 새 신부 프리데리카 헨리에타는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바흐는 쾨텐을 아주 떠날 결심을 굳히고, 브란덴부르크 공에게 새 일자리를 부탁하기 위해 이 음악을 선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도도 결국 실패로 돌아가서 바흐는 그대로 쾨텐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해 12월, 하나님께서는 바흐에게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고 평생 헌신적으로 바흐를 존경하며 사랑한 새 아내를 허락하셔서 슬픔을 지나가게 하셨다. 바흐는 자녀들의 대학 교육을 위해, 그리고 교회음악을 계속 작곡하고 싶은 열망으로 라이프치히로 옮기기 전까지 다시금 쾨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시절을 보내게 된다. 훗날 편지에서 “쾨텐에서 일생을 마치기를 원했었다”고 술회할 정도로 바흐의 생활은 다시 회복되었다.

바흐는 바로크 시기(1600-1750)의 대표적인 음악가이다. 바로크(Baroque)라는 말은 포르투갈어로 “찌그러진 진주”, 혹은 “불규칙하게 생긴 진주”라는 뜻이다. 진주라는 보석처럼 아름답긴 한데 그 전 시대 음악의 관점으로 보면 무언가 기괴하고 특이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거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이렇게 거칠고 기괴하게 받아들여졌던 음악을 그 어느 시대보다 고상하고 진귀한 보석으로 다듬고 완성시킨 음악가가 바로 바로크의 마지막 음악가 바흐이다. 바흐는 바로크 음악을 아름다움의 극치의 음악으로 승화시켜 후대의 사람들에게 그가 브란덴부르크 공에게 정성껏 악보를 그려서 선물하듯 지금까지도 선물하고 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음악, 부드러운 온정으로 넘치면서도 너무나 기발하고 독특한 음악, 시적인 표현과 극적인 열정의 음악들이 하나하나 다른 색깔과 광채를 지닌 채 소복이 한 상자에 모아져 있다.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바흐 내면에 얼마나 다양한 감성들이 넘치며 그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1721년 5월 24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바흐의 자필로 브란덴부르크 변경의 크리스천 루트비히 백작에게 헌정한다고 적힌 이 협주곡의 악보는 브란덴부르크 선제후가 죽은 뒤 겨우 10센트에 팔렸다고 한다. 그러나 후대에 이르러 음악가들은 이 협주곡들을 바로크 시기의 모든 협주곡 중 가장 위대한 최고봉의 협주곡으로 평가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의견일치를 본다. 우리를 신선하고 새롭게 하는 이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을 값없이 공짜로 주신 하나님의 선물을 마음과 눈으로 누리며, 귀로는 바흐의 음악선물을 듣고 누림으로 참으로 기쁨이 넘치는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합주 협주곡>이라는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합주 협주곡이란 바로크 시대 특유의 기악 협주곡 양식으로, 두 개 이상의 악기에 의한 독주 악기군(Concertino)이 하프시코드를 포함한 현악 합주군(Tutti)과 여러 주제들을 서로 응답하면서 음악을 전개해 나가는 형식을 말한다. 이 협주곡은 바흐의 탐구정신의 역작으로,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최고의 예술의 경지로 실현한 작품이다. 바흐는 이 협주곡들을 통해 매우 독특하고 자유로운 악기편성과 변화무쌍한 형식을 보여준다. 바로크 시대에 사용되었던 모든 악기들을 다 편성하였다. 트럼펫, 오보에, 바이올린, 플루트, 리코더들을 독주악기로 사용했으며, 바이올린 파트가 완전히 빠져 버린 곡도 있고, 그 당시 독주악기로 잘 쓰지 않던 하프시코드를 화려한 독주 악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하고 획기적인 음악세계가 펼쳐져서 자세히 공부하고 들으면 바흐의 신선한 창조성에 경탄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평론가 뤽 앙드레 마르셀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노예처럼 어떤 원칙에도 복종하고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대담한 소리들을 자유롭게 펼쳐내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한다.

 

Johann Sebastian Bach – Brandenburg Concertos, BWV 1046-1051

여섯 곡이 각기 여러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 듣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어느 한 곡도 소개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진귀한 보석들이기에 모두 소개한다. 하루하루 바꿔가며 새로운 보석들로 우리의 마음을 치장하면 매일을 신선한 기쁨으로 채울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 1번 F장조 BWV 1046

일반적인 3악장의 협주곡에 미뉴에트 악장을 첨가하여 바흐다운 특이하고 신선한 구성을 보여준다.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오보에 3명, 호른 2명, 파곳 1명, 피콜로 바이올린(보통 바이올린보다 3도 높게 조율된 바이올린) 1명, 이렇게 7명의 독주자가 등장하여 다채롭고 화려한 음색을 활기차게 들려준다.

2악장 아다지오 (Adagio)

오보에가 차분한 아리아 풍의 장식음이 많이 나오는 선율을 연주하면 이어서 피콜로 바이올린과 저음 악기가 선율을 받아서 연주한다. 다시 오보에와 바이올린 합주가 한 박자를 사이에 두고 모방적인 대 선율을 연주해 간다. 세 개의 독주 오보에와 한 개의 작고 귀여운 피콜로 바이올린이 큰 활약을 하며 독특한 울림을 만들어 낸다.

3악장 알레그로 (Allegro)

쾌활한 론도형식*2의 음악으로, 흥겨운 독주 바이올린과 호른이 화려한 기교를 보여준다.

[*2 론도(Rondo) 형식: 중간에 에피소드가 들어가면서 주제가 여러 번 반복되는 형식]

4악장 메뉴에토 (Menuetto)

춤곡의 리듬을 살려서 매우 경쾌하고 재미있고 다양한 템포로 연주한다. 미뉴엣-트리오-폴로네즈-미뉴엣-트리오-미뉴엣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2번 F장조 BWV 1047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의 1악장은 1977년 초속 17킬로미터로 태양계를 향해 쏘아 올린 보이저 호에 제일 첫 번째로 수록되는 음악으로 채택된 곡이다. 관악기들을 동원하여 화려하고 웅장하게 연주한다.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바이올린, 리코더, 오보에, 트럼펫의 4명의 독주자가 즉흥 연주처럼 자유분방한 선율을 노래한다. 높은 음역의 트럼펫이 맹활약을 하는 곡으로, 자주 연주되지 못할 정도로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며 어렵다고 한다.

2악장 안단테 (Andante)

트럼펫이 잠시 쉬고 리코더, 오보에, 바이올린이 부드러운 선율을 차례로 노래한다.

3악장 알레그로 아싸이 (Allegro Assai-충분히 빠르게)

다시 트럼펫이 나오며 가장 신나는 악장으로 네 악기가 멋진 푸가형식을 펼친다. 독주자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작곡되어 각 악기의 개성을 잘 느낄 수 있다.

 

제 3번 G장조 BWV 1048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제각기 3성부로 나누어져 있어, 아홉 명의 현악 앙상블과 하프시코드가 연주하는 풍성한 현악기들만의 잔치가 벌어진다. 독주 부분과 합주 그룹의 구별이 없어서 합주 협주곡 형식이라 할 수가 없다.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당당한 힘찬 주제가 바이올린에 의해 유니존*3으로 시작하고 이어서 다른 악기들이 합세하며 흥겹게 연주한다.

[*3 유니손(Unison): 하나의 선율을 여럿이 같이 노래하거나 연주 하는 것]

2악장 아다지오 (Adagio)

바흐는 2악장이 시작될 때 한마디의 “아다지오”라고 템포 기호를 지정하고 두 개의 화음만 써 넣었는데, 그 음을 바탕으로 즉흥 연주를 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통 하프시코드의 카덴짜*4로 연주를 한다.

[*4 카덴짜(Cadenza): 협주곡에서 반주를 다 멈추고 독주 악기가 혼자서 자기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악구의 한 부분]

3악장 알레그로 (Allegro)

매우 빠른 움직임이 있는 재미있는 주제가 제1 바이올린으로부터 저음 현으로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마치 운동장에서 응원할 때 파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홉 명의 연주자들이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이어서 연주한다. 천재적인 바흐의 흥미롭고 기발한 작곡기법을 보여준다. 연주자들도 게임하듯 경주하듯 만면에 미소를 띠며 즐겁게 연주하는 곡이다.

 

제 4번 G장조 BWV 1049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두 명의 리코더와 바이올린 솔로의 상쾌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방송에서 많이 나오는 귀에 익은 멜로디로 너무나 유명한 곡이다. 초여름에 어울리는 산뜻하고 화창한 음악. 6월의 아름다운 계절과 어울리는 경쾌하고 즐거운 악장이다. 독주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량을 요구하는 곡이다.

2악장 안단테 (Andante)

애수 어린 대목으로 투티와 솔로의 강약이 대비되며 메아리 같은 효과를 낸다.

3악장 프레스토 (Presto)

속도와 리듬감이 넘치는 재미있는 푸가이다. 선율을 도망가며 따라잡으며 화려하게 엮어져 간다.

 

제 5번 D장조 BWV 1050

여섯 곡의 협주곡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 작품으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곡이다. 하프시코드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긴 카덴짜를 가지고 있어서 하프시코드 협주곡 같은 느낌이 든다. 하프시코드 연주의 진수를 알려면 반드시 이 곡을 들어봐야 한다. 1719년 베를린에서 쾨텐 궁정에 새로 도착한 하프시코드의 훌륭한 성능에 자극을 받아 바흐가 기쁨으로 작곡하였다고 한다. 하프시코드는 이 당시에 주로 보조 악기나 반주 악기로 사용되었는데, 바흐는 특이하게 곡 전체를 주도하는 독주 악기로 사용하고 있다. 하프시코드, 바이올린, 풀륫이 독주 악기이고, 나머지 악기들이 합주로 함께 연주한다.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리토르넬로*5 형식으로 흥겹고 매력적인 첫 주제가 종횡무진 변화하며 등장한다. 모든 악기가 침묵하는 가운데 65마디에 이르는 근사한 카덴짜를 하프시코드가 신나게 연주한다. 비올라를 연주하던 바흐는 이 곡을 연주할 때만은 자신이 직접 하프시코드를 연주했다고 한다.

[*5 리토르넬로(Ritornello): “돌아온다”는 뜻으로, 같은 선율을 솔로와 투티(Tutti-관현악 합주전체)가 교대하며 연주하는 형식]

2악장 아페투오소 (Affetuoso-애정으로, 우아하게)

제목처럼 매우 우아한 b단조의 구슬픈 곡이다. 합주 파트가 침묵하는 동안 퓰륫, 바이올린, 하프시코드 세 명의 독주자가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삼중주의 연주를 한다.

3악장 알레그로 (Allegro)

톡톡 튀는 발랄한 제 1 주제와 아름답게 노래하는 b단조의 제 2 주제가 교차하는 푸가이다. 하프시코드가 다시 활약을 한다.

 

제 6번 B플랫장조 BWV 1051

현악 합주인데 바이올린이 제외된 매우 특이한 곡이다. 마치 현대 음악을 듣는 듯 매우 신선하고 새로운 구성과 음색을 보여준다. 두 대의 비올라, 한 대의 첼로, 한 대의 비올로네*6, 두 대의 비올라 다 감바*7, 한 대의 하프시코드가 연주자로 구성되어 있다.

[*6 비올로네(Violone): 큰 비올라라는 뜻으로 지금의 콘트라베이스와 비슷한 악기이다. 16세기에 주로 저음을 연주할 때 사용되었다.]

[*7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 “무릎 사이의 비올라”라는 뜻으로, 첼로의 조상이 되는 악기이다. 16-7세기에 유럽에서 유행했다.]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바이올린의 화려하고 강렬함 대신 비올라와 첼로의 수수하고 우아한 음색과 함께 매우 독특한 리듬의 흐름을 한껏 느끼게 한다. 바흐가 비올라 솔로를 맡았다고 한다.

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탄토 (Adagio ma non Tanto-느리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두 대의 비올라가 조용한 이중주로 시작한다. 첼로가 합세하고 하프시코드가 반주한다.

3악장 알레그로 (Allegro)

각 악기의 연주자들이 자기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악기 특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작곡되었다.

바흐의 삶은 그리 성공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는 늘 신실하고 착하고 충성된 하나님의 종이었다. 그리고 그는 겸손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바흐는 이 곡을 연주할 때 비올라 파트를 맡아서 즐겨 연주했다고 한다. 그의 겸손한 성품을 잘 알 수 있다. 그는 뛰어난 연주가였지만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조용히 묻혀서 다른 사람을 세우고 아주 저음도 아니고 화려한 고음도 아닌 비올라 파트를 맡아서 다른 악기들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하시며 성경 전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자를 무척 싫어하시는 것을 여러 번 표현하신다. 스스로 높아지려고 하는 자는 낮추신다.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교만해지려는 유혹에 빠지기가 쉽다. 그래서 루시퍼도 타락했던 것 같다. 천재적인 음악가들을 보면 대단해 보인다. 뛰어난 재능을 주변에서 부러워한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그래서 자기 능력인 줄 알고 우쭐해지기 쉽다.

그러나 바흐는 “하나님이 ´제게 내려 주신 보잘 것 없는 재능”이라고 표현한다. 이 협주곡에 쓴 바흐의 글은 그의 겸손한 신앙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재능은 자기가 훌륭해서 가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내려주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겸손한 그의 선물 상자를 펼쳐보면 그 안에는 인류역사상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찬란하고 탁월한, 천재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만 높였다. 예수님처럼. 예수님만 바라 본 그는 성령 충만한 사람이었고, 어느덧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 있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바흐의 음악을 통해 겸손하라고 말씀하신다. 그의 음악을 통해 겸손한 자,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를 사랑하시고 복 주시는 주님. 세상의 관점과는 완전히 다른 따뜻하고 긍휼함이 넘치시는 우리 주님의 눈길을 깨닫는다. 잃어버린 양 하나를 찾기 위해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버려두고 기어이 구하시는 주님. 여러분 중에서도 혹시 자신을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분이 있는가? 바흐도 자신을 그렇게 여겼다. 하나님은 오늘도 그러한 나를, 나의 지금 그대로를 사랑하신다. 그런 보잘 것 없는 우리를 위해 이 아름다운 천하 만물을 창조해 주셨다. 그리고 지금도 늘 우리에게,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속삭이며 말씀해 주신다. 사랑한다고. 내 기뻐하는 자라고.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연주한 지휘자 중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1933-2014)를 꼭 소개하고 싶다. 그의 삶은 바흐를 많이 닮아 있다. 그는 세계적인 명지휘자로서 뛰어난 음악적 실력과 함께 지극히 겸손하고 인격적인 훌륭함으로 소문난 음악가이다. 그는 1933년 밀라노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드뷔시의 음악을 들은 후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명문 교육을 받고 세계적인 유명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며 엘리트의 길을 갔다.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 <런던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 카라얀의 후임으로 <베를린 필하모니>의 지휘자로 오르기까지 승승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베를린 필을 지휘하면서부터 단원들과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력한 권위와 카리스마로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곡들을 골라서 연주와 녹음으로 많은 수입을 냈던 카라얀의 방식에 익숙했던 베를린 필의 단원들은, 착한 성품으로 학구적이고 순수하며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끄는 아바도의 곡 선택이나 오케스트라 운영방식에 거칠게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급기야 위암이 발병하여 2000년에는 위암 수술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다시 회복되어 지휘에 복귀하여 놀랍게 원숙해진 연주를 한 후 2002년, 개인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하며 종신임기인 베를린 필의 지휘자의 자리를 조용히 사임한다. 그리고 스위스 루체른 오케스트라를 창단한다. 그를 존경하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일개 단원으로 합류함으로 꿈의 오케스트라를결성하게 되고, 천상의 소리를 만들어 내게 되어 지금까지 그 연주들은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지휘할 때 악보를 안 본다. 모든 곡을 다 외워서 지휘한다. 그는 악보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의 생각과 마음을 완전히 공감하여 청중들을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 그가 지휘하는 음악을 들으면 그의 성품이 느껴진다. 매우 섬세하고 참신하고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고 깊이가 있다. 결코 지루하지 않은 딱 맞는 절묘한 해석과 템포로 신선함과 기쁨을 준다. 그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늘 지휘자로서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민주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갔다고 한다. 리허설에서 연주자들에게 자신의 주관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역량과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연주하게 한다. 그의 연주 실황을 보면 모든 단원들이 하나가 되어 즐겁게 연주하며 너무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휘자와 눈이 마주쳐도 웃고, 연주하면서 단원들끼리도 서로를 보며 웃는다. 그는 결코 과장하거나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며 연주가 끝난 뒤 청중들의 칭찬도 연주가들에게 돌린다. 그와 함께 연주한 사람들은 “그는 음악에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는 놀라운 재능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머릿속에, 그리고 몸속에 완전히 담아두고 있지요. 이런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것은 행운입니다. 스스로 연주하게 하니까요.”라는 고백을 한다. 그는 진실의 음악, 영혼의 음악을 연주하게 한다.

아바도는 자신의 연주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게는 듣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합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는 것.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 음악을 듣는 것, 그리고 침묵을 듣는 것도요.” 그는 그의 베를린 필의 후임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병은 끔찍했어. 그러나 그 결과가 나쁘지만은 않았지. 위를 잃은 대신 내면의 귀를 갖게 된 것 같아. 그 느낌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난 아직도 그러한 음악이 나의 삶을 구했다고 느낀다네.”

그는 말년에 바흐의 곡에 심취하며 더욱 심오한 음악의 세계로 들어갔다. 모든 연주를 마지막으로 하는 것처럼 열정을 쏟았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빈민가 출신의 젊은 지휘자 두다멜(Dudamel)*8을 세계적인 지휘자로 키워 냈으며,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젊은 음악가들을 헌신적으로 가르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올해 2014년 1월 20일에 타계했다. 전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이 슬퍼하며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가족들에 의하면 매우 평화롭고 조용하게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8 두다멜(Gustavo Dudamel): 1981년생으로 현재 LA 필하모니의 상임지휘자이다.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통해 키워진 천재적인 지휘자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 같은 대가들이 그를가르치고 키웠다.]

로 검색하면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가장 훌륭하게 연주하는 아바도의 지휘와 모차르트 합주단*10 단원들의 실황연주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동영상에서는 1,3,5,6,4,2번의 순서로 전곡을 연주를 하고 있다. 아마도 4번과 2번이 리코더가 나오는 곡들이라 연주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또한 2번이 트럼펫이 나오는 화려한 곡이라 그렇게 배치한 것 같다. 마지막 앙코르 연주에서는 리코더를 귀엽고 앙증맞은 피콜로 리코더로 바꿔서 연주한다.

[*9 쥴리아노 까르미뇰라(Giuliano Carmignola)는 모짜르트 오케스트라의 솔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의 연주 중 비발디의 사계연주가 유명하다.]

[*10 모차르트 합주단(Orchesta Mozart):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창설한 오케스트라이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 바흐의 친필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