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묵상
맨 앞에서 읽은 「도르래」의 시인을 다시 만납니다. 「도르래」가 하나님의 관점에서 인간을 향한 구원 계획을 그린 것이라면, 이 시는 인간의 관점에서 하나님을 향하는 소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도르래」와 마찬가지로, 이 시 역시 하강과 상승을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도르래의 작용과 반작용이 아니라 종달새가 깊이 떨어져 내렸다가 솟구쳐 오르는 역동이 시의 원동력으로 쓰이고 있지요. 종달새가 실제로 깊이 떨어져 내리는 데서 더 높이 솟구칠 힘을 얻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혼은 그렇지요. 타락하여 피폐해진 영혼에 무슨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애통함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시51:17). “내가 높고 거룩한 곳에 있으며 또한 통회하고 마음이 겸손한 자와 함께 있나니 이는 겸손한 자의 영을 소생시키며 통회하는 자의 마음을 소생시키려 함이라”(시57:15). 시행의 배열이 특이한 것을 눈여겨보셨는지요. 원래 이 시는 세로로 쓰여 두 개의 날개 모양을 이룹니다. 아마도 무력한 인간의 날개와 그것을 “접붙일” 하나님의 날개를 그린 것이겠지요.
-최애리
부활절 날개
주여, 당신은 인간을 보배롭고 존귀하게 창조하셨으나
어리석은 인간은 그 보배를 다 잃고
갈수록 더 타락하여
비천해졌사오니
당신과 더불어
오 일어나게 하소서
종달새처럼, 조화롭고 힘차게
오늘 당신의 승리를 노래하게 하소서
깊이 떨어질수록 더 높이 솟구쳐 날아 오르리이다
제 어린 날은 슬픔 가운데 시작하였고
그러고도 하 많은 질병과 수치로
당신께서 죄를 벌하셨으니
하여 저는 갈 데 없이
피폐하였나이다
당신과 더불어
제가 연합하게 하소서
오늘 당신의 승리를 느끼게 하소서
저의 날개를 당신 날개에 접붙일 때에
애통함으로 높이 더 높이 날아 오르리이다
-조지 허버트
2015년 신년호부터 「詩와 默想」 섹션이 신설되었다. 시편에 실린 詩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시편에 실리지 않은 ‘새로운 詩’라는 형태의 문학으로 하나님을 묵상하는 것은 신선한 도전임에 틀림없다. 늘 ‘새 노래’로 하나님께 찬양 드리기를 원하듯이 ‘새로운 시’로 하나님을 묵상해 보는 것도 주님께서 기뻐하실 일일 것이다.
이 섹션에는 2014년 10월에 출판된 『그리스도교 신앙시 100선 합창』에 수록된 시들을 실을 예정인데, 이 책에는 최애리 집사가 2012년부터 엄선하여 직접 번역한 100편의 시가 역자의 묵상이 담긴 ‘해설’과 함께 ‘1장-주 음성 외에는 참 기쁨 없도다’, ‘2장-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3장-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4장-그 손 못 자국 만져라’, ‘5장-우리가 지금은 나그네 되어도’, ‘6장-나의 갈 길 다 가도록’, ‘7장-생명 시냇가에 살리라’ 등 총 7개의 장으로 나뉘어 실려 있으며, 책의 뒷부분에는 수록된 시의 원문과 시인의 생애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실려 있다.
이 책에 실린 시 중에서 매월 한 편을 골라 이 섹션에 연재할 예정이다. 시로 하나님을 묵상하는 새로운 시도로 새해 아침을 시작해 보자.(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