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목사칼럼 – 주님의 사랑
윤현숙 목사
새해가 되면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는 카드를 보내는 것이 우리의 풍습이다. 전처럼 우편으로 보내는 카드나 연하장은 거의 사라져가는 대신 요즈음은 모바일카드나 이모티콘을 통해 새해 인사를 하게 된다. 올해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모바일 카드를 많이 받았는데, 비슷한 카드를 여러 번 받아도 기분이 좋았다. 나 역시 가까운 분들에게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을 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이 모두에게 임하기를 기도하였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임하기를 바라는 복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복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축복인데, 많은 경우 사람들이 기대하는 복은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남다른 건강이 있을 때 또는 재산이 불어나면 복 받았다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기대하는 복과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바라보는 축복은 어떻게 다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후 가장 먼저 아담과 하와에게 복을 주셨다. 홍수심판을 면하고 방주에서 나온 노아에게도 제일 먼저 복을 빌어주셨으며, 아브라함을 불러내신 이유도 복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다. 복을 빌어주셨을 뿐 아니라 ‘너는 복이 될지라’ 아브라함을 통해 모든 민족이 복을 받을 것이라고 선포하셨다. 이 말씀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복 받기 원하는 이상으로 복 주기를 기뻐하시는 분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복의 내용을 보면 구약의 복은 자녀를 많이 두고 땅에서 번성하는 복이니 세상 복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님께서 복을 받은 자에게 기대하시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 받은 자가 혼자만 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복을 세상에 나누고 복 있는 자의 삶을 살면서 복주시는 하나님을 세상에 드러내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신약시대에 와서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에서 복이 있는 자는 어떤 성품을 가진 사람들인지를 가장 먼저 말씀하셨다. 심령이 가난한자, 애통하는 자,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가 복이 있다고 하시는데, 이것은 세상의 복과는 정반대이다. 새해를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지냈는데, 묵상하면 할수록 내가 과연 이 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복의 의미는 우리의 행위나 삶의 결과물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누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하나님과 친밀한 기도를 통해 그분의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나주신 것이 참으로 감격스러웠는데, 세월이 흘러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나누는 자리에 있게 되면서 내가 그 사랑을 다 알고 이미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을 보게 되었다. 며칠 전에 하나님을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떤 자매님이 같이 온 분에게 내가 기도해 주는 것을 옆에서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다 자기에서 주시는 말씀 같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 말씀대로 살지 않는 자신을 보며 안타깝다고 하여서 하나님께서는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신다고 하자 또다시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하였다. 그 모습을 보니 ‘아 이것이 심령이 가난한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이 세리를 보시면서 느끼신 감정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나의 마음이 어느 샌가 무디어지고 둔해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팔복을 이야기할 때 구약의 복과 신약의 복을 대조적인 복으로 해석하고 예수님이 오신 이후 신약의 복의 개념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물질적인 복은 세상적이고 이제는 영적인 복만을 추구하면서 살아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약과 신약의 주신 복의 의미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더 넓어지고 깊어진 복의 개념을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이다.
마태복음 5장 1-2절은 “예수께서 무리를 보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로 시작한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주신 대상은 제자들이었다. 비록 넘어지고 실수할 때도 있지만 주님을 따르며 이미 자녀 된 정체성을 가진 제자들에게 주님은 복이 있다고 여덟 번이나 선포하신다. 복이 있기를 원하노니 라고 하지 않으시고 이미 복 받은 자라고 선언하신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들에게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말씀이다. 이런저런 조건을 만족시키면 복 주시겠다고 하지 않으시고, 이미 복 받은 자이니 복 받은 자의 성품과 인격을 나타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천국을 소유한 복, 하늘의 위로를 받는 복, 하나님을 세상에 보여주는 완전한 복을 선포해주신 것이 얼마나 놀라운 복음인지 깨닫게 되어서 감격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세상의 복도 사모하는 나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무엇보다 새해에는 마음을 찢으며 주님을 향한 목마름을 부어주시도록 기도해야겠다. 겸손히 주님과 동행하며 살아야겠다. 그럴 때 주님께서는 우리가 이 모든 복을 누리며 주님이 주시는 참된 복을 세상에 드러내는 삶을 살도록 힘과 능력을 더하여 주실 것이다. 사랑하는 동역자들 모두가 예수님께서 주시는 완전한 복을 누리고 축복의 통로가 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