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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와 안나 막달레나

바흐와 안나 막달레나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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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음악
바흐와 안나 막달레나

미국 인디애나 음악대학원 졸업 / 현 서울과학기술대학 출강 김애엽


 

1720년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첫 번째 부인 마리아 바르바라를 갑작스레 잃고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듬해 12월 바흐가 궁정악장으로 있던 쾨텐 궁정악단의 소프라노 가수인 안나막달레나를 두 번째 아내로 주신다. 그녀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었다. 안나 막달레나의 집안에서는, 나이차도 너무 많이 나고(바흐는 35살, 막달레나는 19살이었다.) 첫 번째 부인의 아이들도 많은 바흐와의 결혼을 반대하였으나, 이미 바흐를 깊이 흠모하고 있던 안나 막달레나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하는 수없이 결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안나 막달레나는 높은 음악적 소양을 가졌으며 바흐의 위대함을 깨달아 평생 바흐를 존경했다. 그녀는 바흐가 작곡한 음악의 악보를 손으로 사보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바흐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며, 후대의 사람들이 바흐가 직접 쓴 악보와 거의 분간을 못 할 정도로 바흐와 비슷하게 사보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 마음씨도 고와서 바흐의 많은 자녀들을 사랑으로 잘 돌봤다. 깊은 신앙심을가진 안나는 아늑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현숙한 아내로 인해 바흐는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고 그의 가정에는 늘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1730년 10월 친구 에르트만에게 보낸 편지에 바흐는 이렇게적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음악적인 재능을 보이고 있으며 지금은 가족이 하나 되어성악과 기악이 등장하는 음악회를 열 수 있습니다. 지금의 아내는 아름다운 소프라노이고 장녀도 노래를 꽤 잘합니다.”

마리아 바르바라의 딸인 카타리나 도로테아(1708-1774)는 새엄마와 7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바흐의 말대로 노래를 아주 잘했고 새엄마와 원만하게 잘 지냈다고 한다. 때때로 바흐의가족 음악회에는 바흐의 제자들이나 손님들도 합세하여 멋진 음악회를 열곤 하였다. 이러한 음악적 환경으로 인해 안나 막달레나의 아들 중 요한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바흐(Johann Christoph Friedrich Bach, 1732-1795)도 음악가로 성장하였으며, 특히 막내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Johann Christian Bach, 1735-1782)는 훗날 뛰어난 음악가로 성장하여 “밀라노의 바흐”, 혹은 “런던의 바흐”라고 불리는 매우 유명한 음악가가 되었으며 모차르트에게 큰 영향을미쳤다.

안나 막달레나는 13년 동안 여섯 명의 아들과일곱 명의 딸을 낳았다. 늘 임신한 상태로 있었는데도 작은 일들에 기쁨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감사하며 살았다. 쪼들리는 환경에서도 많은 자녀들을 정성껏 사랑으로 키웠다. 바흐는 첫 번째 부인에게서 7명, 두 번째 부인에게서 13명의 아이들을 낳았으나 9명은 어린 나이에 사망하고 11명의(10명이라는 기록도 있다) 아이들만 살아남았다. 두 사람은 아이들을 무척 사랑했으나 때로는 열병으로 세 아이를 한꺼번에 잃는 슬픔을 당하기도 하였다. 안나 막달레나의 회고록에는 그 당시의 상황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새로운 지붕 아래서의 생활은 낯설기만 한 것이었습니다.우리가 앞으로 이 새 집에서 겪게 될 일들을 그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라이프치히의 ‘칸토르의 집’에서 우리는 많은 죽음을 겪어야 했습니다.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났지만 그 중 많은 아기들이 저와 세바스찬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남긴 채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 살 반 된 아이가 열병으로 죽고 그 여파로 세 살 된 아이와 한달 된 아이가 차례로 죽었습니다. 세바스찬은 크게 상심했고 이 아이들을 위하여 작곡을 했습니다.” 바흐는 커다란 슬픔을 겪을 때마다 작곡에 몰두하였고 마음의 고통을 음악으로 치유 받았다. 자신이 작곡하며 자신이 치유 받았던 바흐의 음악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능력이있음이 의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안나 막달레나는 남편 바흐에 대하여 남녀 간의사랑을 넘어 존경과 추앙의 마음을 가졌다. 아내에게 큰 감동과 감탄을 주는 위대한 음악작품과 더불어 따뜻하고 성숙한 사랑으로 아내를 기쁘게했던 바흐의 삶은 충분히 아내로부터 그런 존경을 받을 만 했다. 바흐의 가정을 자세히 공부하면 성령에 이끌려 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을 배울 수가 있다. 바흐의 음악 중에는 성령의 임재하심, 역사하심, 동행하심을 간구하는 곡들이 참으로 많다. 바흐의 성악곡들 중 독일어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는 것을 찾아서 가사를 음미하며 들을 때 그 가치와 깊이를 더 느낄 수가 있다(필자에게는 언젠가 바흐의 모테트 합창곡을 연주회장에서 들으며 그 가사와 음악을 통해 밀려오는 은혜로 눈물을 흘리며 감상한 추억이 있다).

많은 식구를 부양하고 자녀를 교육시키며 막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직장의 윗사람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끊임없는 비난과 비판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그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끊임없이 하나님과의 생명적인 관계를 가졌던 바흐의 삶을우리는 그의 음악을 통해 지금도 생생하게 보고들을 수가 있다. 그의 음악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바흐의 열렬한 사랑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평안과 위로하심, 그리고 그에게 함께 하셨던 성령의 역사하심을 우리는 지금도 분명하게 느낄수가 있다. 요즘 아이 한 명 가지고도 온갖 불평과 걱정과 투정 속에서 사는 우리 엄마들의 모습과 달리 전처의 아이들을 포함해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남편을 존경하고 아이들을 극진한 사랑으로 키우며 늘 감사와 기쁨을 잃지 않았던 바흐의 아내 안나의 삶도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하나님의 일을 거창한 먼 곳에서 찾는것도 중요하겠지만 나에게 맡겨주신 하나님의 자녀들을 믿음과 사랑으로 키우는 어머니, 아버지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자식에게 물질적인 유산과 교육을 물려주는 것보다 매일 매일의 삶으로 증거하는 하나님과의 살아있는 관계, 참 신앙을 물려주는 것이 부모로써 가장소중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닐까?

자신을 알리기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바흐와 달리 안나 막달레나는 꼼꼼하게 일기를 썼으며 바흐가 세상을 떠난 뒤 회고록도 썼다. 막달레나의 일기와 회고록을 바탕으로 1935년 여류작가 에스터 메이넬(Esther Maynell)이 바흐의 일생을 소설로 재구성하여 “나의 남편 바흐”라는책을 내놓는다. 신실하고 경건한 삶을 살다 간 바흐를 열렬한 애정으로 30년간 조용히 내조했던안나 막달레나의 회고록은 바흐의 사후에 바흐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늘 아이들로 바글거리는 집에서 바흐의 많은 제자들과 수시로 찾아오는 손님들, 기숙하는 제자들까지도 뒷바라지해야 하는 처지에 있었지만 그녀는 매우 행복했던 결혼생활로 회상했다.

“30년 가까운 결혼 생활 내내 그이는 제 남편이자 연인이었답니다. 왜 저는 그토록 그이를 사랑하고 그이의 표정이나 말 한마디까지 이렇게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그이의 어떤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죽는 마지막 순간에 떠올릴 일들은 그이가 나를 팔에 가두고 푸가를 연주하던 그 저녁 무렵이나, 저를 안아 올리고 라이프치히의 새 집 문지방을 건너던 그런 순간들일 거예요. 내 곁에서 잠을 자고 음식을 먹고일하는 사람이 그런 훌륭한 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요. 그 음악은 분명 하늘에서 떨어진 것임이 틀림없어요.” “바흐는 자신의 훌륭한 재능을 조금도 뽐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그는 자신이 그렇게 훌륭한 재능을 가졌는지 조차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는 음악만이 진실한 생명이었고 음악가는 다만 하나의 악기일 뿐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뤼네부르크에 머무는 동안학교 도서관의 모든 악보를 철저히 연구하였고, 각고의 노력으로 그만의 독자적인 운지법을 고안해 냈습니다.”“그는 라인켄씨의 오르간 연주를 듣기 위하여 돈은 물론이고 먹을 것조차 준비하지 못한 채 걸어서 그 머나먼 함부르크까지 음악여행을 떠나곤 하였습니다.”

또 안나 막달레나는 어느 날 바흐가 자신에게 조용히 들려주었던 말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내가 연주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가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라오. 내가 연주하는 그 자리에 그 분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언제나 그 분들이 내 앞에 앉아 내 음악을 듣고있다고 생각하며 연주한다오.”

바흐에 대한 이러한 안나 막달레나의 말들은 바흐가 참으로 성실하게 공부하였고 늘 겸손했으며, 무슨 일을 하든 주께 하듯 최선을 다한 사람임을 알려준다. 그렇게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남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 본 아내는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뜨겁게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소곡집 중 바흐가 자신의죽음을 생각하며 직접 가사를 쓴 가곡이 있다.

 

 

그대가 내 곁에 있다면

난 죽음에 이르러 안식을 찾을 때까지

기쁘게 살 것이오

오 나의 마지막은 얼마나 즐거울까

그대의 아름다운 두 손이 내 충실한

두 눈을 감겨준다면

 

 

바흐는 자신이 그리던 대로 사랑하는 막달레나의 아름다운 두 손이 곁에서 눈을 감겨 줄 때 고요히 안식 가운데서 주님의 곁으로 떠나갔다. 바흐의 죽음을 그의 아내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아, 세바스찬! 위대한 나의 남편이여! 당신은 천국의 주님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여행을떠났습니다.” 바흐가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들은 천국에서 바흐와 함께 주님 앞에서 찬양하고 있을 것이다.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소곡집 (Notebook for Anna Magdalena Bach)

바흐는 사랑하는 두 번째 아내 안나 막달레나를 위해 두 권의 작품집을 엮어 클라비어 소곡집(Clavier-buchlein)¨ 을 선물했다. 클라비어는 바로크 시대에 사용되었던 건반악기들(쳄발로,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을 말하는데 지금의 피아노처럼 널리 가정에 보급되었던 악기들이다. 첫 번째 소곡집은 1722년에 만든 것으로 프랑스모음곡을 포함하고 있다. 1725년에 엮은 두 번째 책은 바흐의 행복한 가정생활을 엿보게 하는책으로 45개의 아름다운 소품들로 엮어져 있다.이 책에는 다른 작곡가들의 곡들도 들어있고 안나 막달레나가 작곡한 곡과 차남 필립 엠마누엘이 만든 곡도 들어있다.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성악곡과 그녀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형식의 건반음악 곡들이 들어 있어 마치 음악으로 만든 종합 선물세트 같다. 바흐 일가가 긴세월 동안 함께 만들어간 음악수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두 번째 소곡집 중에서 특히 미뉴엣 G장조가 유명하다. 쉽고 소박한 곡이지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곡으로 피아노를 배울 때 누구나 한 번쯤 치는 곡이다. 이 곡은 바흐의 작품이 아닌 동시대 작곡가 겸 오르가니스트인 크리스티안 페촐드(Christian Petzold, 1677-1733)의 곡이다.

두 번째 소곡집에는 소프라노인 아내를 위해 바흐가 작곡해서 선물한 12개의 성악 독창곡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에서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니(Bist du bei mir)”라는 곡이 오늘날에도많이 불려진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니 기쁨으로 나는 가네

오! 내 주여 나를 돌보사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언제나 함께 하소서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니 기쁨으로 나는 가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살전5:16-18

 

 

유튜브에서 “Notebook for Anna Magdalena”를 검색하면 전곡을 감상 할 수 있다. “Bach-Minuet G major”, “Bist du bei mir”도 개별 검색하면 감상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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