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묵상
아우구스니투스(성 어거스틴)의 『고백록』 제10권 27장입니다. 『고백록』은 말하자면 “천국의 사냥개”에게 쫓기고 쫓긴 영혼이 그분 앞에 무릎을 꿇게 되기까지의 내적 여정을 기록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육신의 정욕에, 다른 한편으로는 헛된 지적 추구에 빠져 마니교와 신플라톤주의를 두루 섭렵한 끝에, 그는 마침내 하나님의 사랑 앞에 굴복합니다. 『고백록』은 물론 운문이 아니지만, 이 대목은 절절한 감정의 강도와 반복되는 단순한 어구들 때문에 마치 시처럼 읽히지요. 그 역시 고백합니다. 하나님을 찾아 그토록 오래 밖에서 헤매었지만, 하나님은 내 안에, 나와 함께 계셨다고.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아름다움은 바로 그분이셨다고 말입니다. 그런 나를 부르사, 하나님의 내 귀먹음을 깨뜨리시고, 내 눈멀음을 쫓으시며, 향기를 발하시고, 맛보게 하시고, 나를 만지심으로, 내가 그분을 더욱 열렬히 사모하게 하십니다. 우리의 오감(五感)으로는 결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실 때는 우리의 전 존재가 하나님 안에서 발견되는 것입니다.
-최애리
늦게야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나이다
늦게야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나이다
이토록 오래되고 이토록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나이다
당신은 내 안에 계셨건만
나는 밖에서 당신을 찾아 헤매었고
당신이 지으신 모양 고운 것들에
추하게 달려들었나이다
당신은 나와 함께 계셨건만
나는 당신과 함께 있지 않았으니
당신 안에 있지 않으면 있지도 않을 것들이
나를 당신에게서 떼어 놓았나이다
당신은 부르시고 외치시어 내 귀먹음을 깨뜨리시고
비추시고 밝히시어 내 눈멀음을 쫓으시며
향기를 발하시니 내 당신의 숨결을 들이키고 삼키나이다
당신을 맛보고는 주리고 목마르며
나를 만지시니 당신의 평화를 열망하나이다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2015년 신년호부터 「詩와 默想」 섹션이 신설되었다. 시편에 실린 詩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시편에 실리지 않은 ‘새로운 詩’라는 형태의 문학으로 하나님을 묵상하는 것은 신선한 도전임에 틀림없다. 늘 ‘새 노래’로 하나님께 찬양 드리기를 원하듯이 ‘새로운 시’로 하나님을 묵상해 보는 것도 주님께서 기뻐하실 일일 것이다.
이 섹션에는 2014년 10월에 출판된 『그리스도교 신앙시 100선 합창』에 수록된 시들을 실을 예정인데, 이 책에는 최애리 집사가 2012년부터 엄선하여 직접 번역한 100편의 시가 역자의 묵상이 담긴 ‘해설’과 함께 ‘1장-주 음성 외에는 참 기쁨 없도다’, ‘2장-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3장-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4장-그 손 못 자국 만져라’, ‘5장-우리가 지금은 나그네 되어도’, ‘6장-나의 갈 길 다 가도록’, ‘7장-생명 시냇가에 살리라’ 등 총 7개의 장으로 나뉘어 실려 있으며, 책의 뒷부분에는 수록된 시의 원문과 시인의 생애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실려 있다.
이 책에 실린 시 중에서 매월 한 편을 골라 이 섹션에 연재할 예정이다. 시로 하나님을 묵상하는 새로운 시도로 새해 아침을 시작해 보자.(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