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아이

늑대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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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힐링시네마
늑대아이

 

작가 이애경

 

늑대와 인간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늑대남자와 여인 사이의 사랑,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기르는 엄마의 이야기인 늑대아이. 늑대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소재 자체는 파격적이지만,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로서 갖게 되는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화는 한 가정을 통해 사람의 다름에 대해 어떤 이해를 가져야 하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그리고 엄마란 무엇인지에 대해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를 다룬다.

 


 

괴로워도 힘들어도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그러면 웬만한 것은 극복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미소를 잃지 않는 아이라는 의미로 “하나”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그녀.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자란 여주인공 하나는 대학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서 살아가는 씩씩한 성격의 소유자다.하나는 우연히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책도 없이 혼자 앉아 강의를 듣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단번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그가 늑대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산속에 살다가 도시로 내려왔고, 운전면허증을 따면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면허증을 취득한 뒤,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면서 대학교에서 남몰래 도강을 하며 공부를 해왔던 것이었다.

그를 좋아하게 된 하나는 점점 그에게 다가가지만, 그는 처음에는 곁을 내어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의 마음이 열리고 결국 그는 자신이 늑대인간이라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그 비밀이 밝혀졌지만 이미 사랑하기 시작한 두 사람의 마음을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그 둘은 함께 살림을 시작한다.

늑대이자 인간의 유전자를 모두 지닌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늑대로 변할 때마다 하나는 진땀을 흘린다. 그러던 그녀는 아이들이 가장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주기 위해 시골로 이사한다. 다른 사람들은 가기를 꺼려하는 깊은 산 밑에 버려진 폐가로 아이들을 이끌고 이사를 가는 하나. 그곳에서 그녀는 아이들을 양육하기 시작한다.

귀여운 아기 늑대로 변했다가 또 사람으로 변하는 일들을 반복하며 아이들은 10여년을 자라난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야 하는 두 아이들에게는 매일이 도전이고, 엄마인 하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 둘은 생각보다 잘 자라난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자기가 가야할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눈이 오는 날 태어난 누나 유키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 하고, 비가 오는 날 태어난 남동생 아메는 늑대로서 살기를 원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각자의 삶을 준비하며 엄마를 떠날 차비를 시작한다.

 

비밀을 내려놓고 고스란히 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늑대인간에게는 집이 없었다. 거처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고, 그저 이삿짐을 나르며 옮겨 다녔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가 방문하게 되는 집들에 관심을 갖는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돈이 있는 집도 있고, 없는 집도 있고, 아이가 있는 집도 있고, 노인들이 있는 집도 있고, 사람이 많은 집도 있고 사람이 적은 집도 있다. 그에게는 집에 돈이 많고 적고, 집이 크고 작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가 쉴 수 있는 집이 필요했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작은 안식처,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받아주고 품어주고 포용해 줄 수 있는 엄마 품 같은 집이었다. 그의 비밀을 품어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여대생이 된 어린 하나가 그 품이 되어 주었다.

하나를 사랑하게 된 그는 늑대로 변한 자기 모습을 보여주면서 고백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그녀에게 털어놓기 무서웠다고. 그의 본질을 대면한 그녀가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 삶을 살아야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있는 그대로의 그의 모습을 받아들여주었다. 그녀가 그를 받아들이자, 그는 치유되었다. 그의 비밀은 더 이상 혼자 삼켜내야 하는 비밀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비밀은 혼자 감추고 있으면 자기 자신을 계속 절망으로, 끝이 없는 구덩이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지만, 밖으로 드러났을 때는 치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만 끙끙 앓고 있던 비밀,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된다고 느껴지는 무수한 비밀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실망하고 나를 떠날 것이라고 느껴지는 내 안의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야 한다. 어떤 비밀은 드러내놓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비밀을 감춰야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진실된 나를 드러내놓는 것을 꺼려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도 늑대인간처럼, 감추고 싶은 비밀들이 인생에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이것이 밖으로 표현될 때, 하나님 앞에 토설되고 용서받아야 할 것들이 용서될 때, 우리는 엄마처럼 따뜻한 하나님의 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잘 때만 천사 같은 아이들을 양육시키는 것

남편의 비밀을 품게 된 하나는 임신을 하게 됨으로 자신도 그 비밀을 더 깊이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늑대아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놀라게 할 수 없다며 자연출산법을 공부해 남편과 둘만 있는 가운데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모정과 부정은 다를 것이 없었다. 다른 부모들처럼, 그들은 아이가 어떤 아이로 자랄 것인지를 궁금해 한다. 그리고 그 둘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하자’와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주자’는 두 가지 약속을 서로에게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혼자 남아 아이들을 기르게 된 하나는 그 모든 고민과 짐, 그리고 약속을 가녀린 어깨에 짊어진다. 아이들이 아플 때는 동물병원에 가야할지 소아과에 가야할지를 고민하고, 엄청 먹어대는 아이들의 식성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런 저런 궁금증들을 사람들에게 의논하지 못한 채 혼자 공부해야 했다. 하나는 늑대에 관해 써진 책으로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을 길러냈다. 아이들을 잘 길러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었고, 그래서 결국 늑대로서의 삶과 인간으로서의 삶을 함께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기 위해 그녀는 산속으로 이사해들어 간다. 아이들은 들판을 뛰놀며 마음껏 자연과 조우하게 된다.

흔히 아이들은 잘 때 가장 천사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아이들이 깨어있을 때는 악마 같을 때가 있을 정도로 육아가 어렵다는 말을 방증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나의 아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해서 화가 나거나 보챌 때 아이들은 털을 세우고 늑대가 되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 때는 아주 착하고 귀여운 아이로 엄마를 즐겁게 해주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분명 즐거움과 기쁨이 있지만, 고통도 분명히 따르는 법이다. 어쩌면 아직 덜 성숙한 우리의 아이들은 이런 모습일 지도 모른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화가 날 때는 동물적인 본성이 드러나고 으르렁댈 수밖에 없는 그런 모습 말이다.

아빠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을 채워주기 위해, 또 늑대의 습성이나 교육 방식을 전혀 알지 못해 고민하는 엄마의 모습은 안타깝고 애처롭다. 일을 하게 된 자연관찰원에서 마주한 늑대에게 ‘어떻게 어른 늑대가 됐는지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는 하나의 모습은 엉뚱하다 못해 눈물겹다. 아이들을 어른이 되기까지 잘 키우고 싶은 엄마의 소원이 절절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하나는 아이들을 키우며 끊임없이 무엇인가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향한 무한한 엄마의 사랑은 나눠주고 나눠주어도 부족하기만 한 듯 보인다. 모든 일이 자기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도 이 세상의 모든 엄마가 갖게 되는 생각처럼,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자신이 아는 것이 너무 없다고 생각한다.

 

농부들에게서 배우는 자연의 법칙, 관계에서 오는 나누고 베풀기

시골로 이사를 간 하나는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림의 소재가 된다. 하지만 차츰 하나와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지켜본 동네 주민들은 그들을 조금씩 돕기 시작한다. 툴툴거리며 까칠하지만 계속해서 농사를 짓는 법을 가르쳐주는 할아버지, 먹을 것을 가져와 나누는 동네 아주머니 등 마을 사람들이 하나의 삶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도움을 주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곳이 살기에 쉬운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배수 시설도 좋지 않아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는 게 이유다.

까칠한 동네 할아버지의 농사에 관한 조언 중 깊이 새겨보게 되는 세 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는 ‘오늘 심어놓고 내일 자라기를 바라면 안 된다. 그런 생각으로 농사를 지으면 무엇을 재배해도 다 마찬가지다’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흙부터 싹 갈아엎어라’. 씨앗도 중요하지만, 밭도 중요하다. 가시덤불이나 돌밭이 아닌 옥토에 씨앗이 떨어져야 한다. 세 번째는 ‘경작지를 조금 더 넓게 준비하라’는 것. 하나는 자기는 세 식구이기 때문에 경작할 땅이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후에 자기 밭에서 키운 것들을 동네 사람들과 나누게 되면서 하나는 조금 더 많이 이웃들에게 나누어주지 못함을 아쉬워하게 된다.

서로 돕고 사는 이 마을의 풍경은 정겹다. 우리가 서로 돕고 살아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도 별로 살기 쉬운 곳은 아니니까. 그런데 내 것에만 집중하다보면,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으르렁 대며 살아가기가 쉽다. 수확한 것을 나누고, 서로 돕는 것으로 나누고 받는 행위를 삶으로 익힌다. 그것이 내 밭이 넓어야 하는 이유다. 나 혼자열매를 많이 맺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누기 위해 밭을 넓게 갈아야 하는 이유다.

 

천방지축 첫째 유키, 늑대이고 싶은 둘째 아메

밝고 긍정적인 유키는 스스로에게 늑대로 변하지 않게 하는 말을 되새기며,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생활을 한다. 유키는 다른 사람들에게 살갑게 굴며 친근함을 표시한다. 다만 그녀가 관심을 갖는 취미 생활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별난 것뿐이다. 다른 아이들이 꽃을 채집할 때 그녀는 구렁이를, 작은 보석 상자에 담긴 알록달록한 액세서리들을 내보일 때 그녀는 보물 상자에 담긴 동물 뼈와 말린 파충류를 보여주는 것이다.

친구들이 경악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여자답게 행동하자고 결심을 한다. 그 결심에 방점을 찍어주는 것은 엄마가 새로 만들어준 예쁜 원피스다.

반대로 아메는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의 아이다. 하지만 자연으로 들판으로 뛰어다니며 아이는 달라진다. 엄마와 함께 간 자연관찰원에서 늑대를 보게 되고, 아메는 늑대에 대해 본능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쳐주는 선생이 아니라 산속에 있는 선생에게 가기 시작한다.

아메를 가르치는 선생은 바로 야생 늑대. 아메는 늑대로부터 모든 것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것은 엄마가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이었다. 엄마에게는 은인과 같았다. 엄마는 늑대에게 ‘늘 신세가 많다’며 음식을 싸다가 대접한다. 아메는 늑대로부터 야생에서 사는 법, 동물을 잘 잡는 법, 물을 마시는 법, 폭포를 건너는 법 등을 가르쳐준다. 아메는 산 속에, 자연에 많은 것이 숨어있다는 것을 안다.

아들 아메가 배운 것은 삶에 있어서 정말 필요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것들이다. 욕심을 내는 것이나 더 많이 갖기 위해 사기를 치는 것을 배우지 않는다. 생존에 필요한 것과 용기를 내는 법, 단련하는 법을 배운다.

어느 날, 산 정상으로 달려 올라가서 그 안에 숨어있던 호수를 바라보게 된 아메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활짝 핀 미소를 보여준다. 그곳에서 그는 인생의 의미를 찾은 듯하다. 그러고 나서 누나에게 ‘산속을 전력으로 달리는 법’을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빨리 달리려면 요령이 필요하다고. 계곡을 발견하는 요령, 날씨가 변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요령, 영역을 관리하는 법, 서로 배려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누나 유키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었다.

사람이고 싶은 유키와 늑대이고 싶은 아메는 결국 싸우게 된다. 둘은 모두 늑대로 변해 피 튀기는 혈투를 벌인다. 서로 각자의 삶이 옳은 것이라고 우기며 싸운다. 유키와 아메는 결국 각자가 선택한 자기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가야할 길이 다르고 디자인이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그 개인적 특성과 특별함을 ‘틀림’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때문에 ‘다름’ 안에서는 비교가 없고 경쟁이 없다. 우리의 삶은 다르게 디자인 된 대로 그 목적을 좇아 나가지 않으면 이렇게 매일 자기 자신과, 혹은 누군가와 싸우게 될 지도 모른다.

 

아이들 떠나보내기 – 엄마라는 멍에로부터의 자유

폭풍 속에서 다친 선생을 찾기 위해 아메는 산으로 올라가고, 엄마는 아들이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아들을 찾아 나선다. 낭떠러지로 떨어져 정신을 잃은 하나는 꿈속에서 자기 남편을 만난다.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는 남편의 말에 그녀는 늘 실수만 했다고, 뭔가 모자랄까봐 실수할까봐 마음이 한시도 편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 때 남편이 이야기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아메는 다 컸다고. 자신의 세계를 찾은 거라고.

혼절해 있던 엄마를 마을로 데리고 나온 아메는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가 산으로 들어가 살아야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것이 어쩌면 영원한 이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 엄마는, 아이에게 가지 말라고 울먹이며 “아직 너한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다”고 소리친다. 한 남자를 사랑하고 이후 13년 동안을 아이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한 엄마는, 매일 공부하고 연구하고 특별한 두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골수마저 다 빼낸 듯 살아온 이 엄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준 것이 없다고 울먹인다.

하지만 엄마의 그 아쉬운 마음을 위로해준 것은 아들 아메가 가던 길을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돌아와 뭔가 더 해달라는 아이의 요구가 아니었다. 그녀를 위로해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산으로 올라간 아이가 정상에서 힘차게 외치는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엄마는 그제서야 아이를 마음에서 놓아준다. 어른이 된 아이를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온 마을을 휩쓸었던 폭풍은 어쩌면 아무런 준비 없이 엄마가 된 하나가, 움켜잡고 있던 아이들을 손에서 내려놓고 자연의 섭리에 맡기기 위해 치러야할 전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폭풍 뒤에 찾아온 맑은 하늘과 깨끗한 나뭇잎, 그 모든 것들이 햇빛을 받아 빛났고, 마치 모든 것들이 온 세상이 하루 밤 만에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고, 후에 딸 유키에게 말해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가장 호되게 치러낸 폭풍이었고, 아이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새롭게 변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엄마는 자녀들에 대해 동일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모성은 위대하고, 끊임없이 베풀며, 베풀면서도 베풀지 못하고 있다는 부족함이 늘 마음에 맴돌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엄마가 그랬고, 또 엄마가 된 우리들도 동일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바라볼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주고도 언제나 부족하게 주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자녀들은 모두 다르다. 늑대 같은 자녀도 있고, 토끼 같은 자녀도 있고, 곰 같은 자녀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특성이 어떻든지 간에, 그들이 속으로 품고 있는 상처나 비밀이 무엇이든지 간에, 엄마는 모든 것을 품어낸다. 엄마는 그래서 위대하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자녀들을 곁에 싸고도는 것이 아니라, 양육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고 내려놓는 것, 그리고 바람을 타고 오는 그들의 건강한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다. 그것이 스무 살의 여자아이가 엄마가 되고, 특별한 아이들을 키우며 강한 엄마로 자라나는 과정, 그리고 특별함을 지닌 작고 여리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며 자기의 길을 가게 되는 성장 속에서 깨닫게 되는 작지만 강한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