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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거룩한 출산 세미나」 내 삶에 적용하기 4

「여성과 거룩한 출산 세미나」 내 삶에 적용하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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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거룩한 출산 세미나」 내 삶에 적용하기 4 : 믿음과 선택 2

 

산부인과 전문의 메디플라워 산부인과·자연출산센터 원장 정환욱


 

지난 호에서는 아기가 역아로 있어 많은 고민을 하다가 믿음으로 선택하여 건강하게 출산을 잘한 부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호에 이어서 만일 우리가 그 부부 같은 입장에 처하면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믿는 대로 행동하는 킹덤빌더의 믿음과 선택에 대하여 배우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믿음과 선택의 문제는 언제나 두려움과 걱정하는 마음에 의해서 도전을 받습니다. 여러분은 삶의 어떤 순간에서 아무 문제없이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생각하고 지내다가 갑자기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혹시 때와 장소 그리고 일과 상황의 종류에 따라 그 때 그 때 감으로 결정하지는 않으시는지요? 처한 상황과 문제의 종류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 즉 행동은 달라 질 수 있겠지만 ‘원칙적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킹덤빌더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일하시게 하는 방법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 자녀에게도 세상살이는 똑같이 힘듭니다. 하나님을 향한 시선이 잠깐 흐트러질 때 우리는 문제에 집중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라는 것의 속성은 해결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답에서 멀어집니다. 늪에 빠져드는 것처럼 점점 더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하나님 자녀는 찾고 구하는 가운데 기도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자신이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더 이상 문제와 염려 걱정에 집중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게 됩니다. 이내 문제에 갇혀 있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나머지 문제는 하나님께서 일하시게 됩니다. 문제의 묶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의외로 모든 것이 단순하고 간단하게 보입니다. 우리가 이런 은혜와 복을 누리게 되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덕분입니다. 십자가에 우리의 고민과 염려를 못 박음으로써 우리는 걱정과 염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그들이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하게 할까 염려하라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마7:6-10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서 실천하는 킹덤빌더입니다. 우리의 몸은 비록 세상의 삶을 살지라도 ‘하나님나라의 방식‘에 따라 믿음으로 행동하여야 할 것입니다.그런데 세상에서 살면서 막상 어려운 일에 부딪히게 되면 실족할 수도 있습니다. 손 장로님의 말씀을 듣고 아멘을 외쳐 답할 때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가도 세상의 삶에 돌아가면 아무리 킹덤빌더라도 흔들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기도하고 간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깨달으며 킹덤 멘탈리티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킹덤빌더들에게는 어려운 숙제입니다. 결정해야 할 많은 고민들이 아주 많고 자칫하면 무방비 상태에 있다가 두려움의 감정에 빠져 킹덤 멘탈리티가 붕괴되는 ‘멘붕’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생명이기 때문에 마귀는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붙잡고 내 생각을 내려놓으려고 계속 기도하고 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죽음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내 세상적인 방법을 찾게 되기 쉽습니다.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살아있지 않으면 생명의 본질적 속성을 우리는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부딪히는 생명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세상적 지식과 전문성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결국 선택을 하고 그 다음의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기에 더욱 혼자서 결정하기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책임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부부가 같이 상의해도, 경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도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말씀을 읽고 교회에 나가 열심히 기도하며 결정을 했지만, 그 결정에 대하여 자꾸 의심이 가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후회하고 남을 탓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필자가 많은 부부들과 임신·출산의 현장에서 같이 고민하고 내린 결론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필자 같은 산부인과 전문의도 생명에 관한 일, 여러분의 가족에 관한 일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의학적인 지식으로는 대부분의 임신·출산 과정에서 고민하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입니다. 따라서 내가 하려고 하지 말고,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과 지식을 찾아다니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다니지 말고, 내가 하는 고민들을 나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 박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답을 구하고 기도하고 두드리고 해 달라고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의와 나라를 구하는 그 일을 찾고 구하고 두드리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궁리하는 가운데 ‘믿어지는 대로 그대로 행동’하면 됩니다. ‘생명의 본질’은 하나님의 속성입니다. 우리의 관점과 지식의 수준에서 답을 찾기 보다는 ‘하나님의 관점’을 경험하고 내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에 합쳐져 나온 믿음에 따라 행동하면 ‘하나님의 뜻’에 따라 그 일이 풀어져 나갑니다.

임신과 출산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일 자체가 본질적으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니까 불안하고 두렵고 잘못 될까봐 걱정스럽고 염려하는 겁니다. 질병과 죽음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빨리 잘 끝내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있고 남편(아내)이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짜증나고 답답할 수 있습니다. 공감하지 못하면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화가 나고 남을 탓하고 싶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잘못된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염려와 걱정을 해주지만 오히려 고민거리를 더 안겨 줍니다. 이러한 ‘모든 감정’들은 하나같이 ‘어둠’ 즉 ‘두려움’과 ‘교만’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본질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생명의 선물을 주실 때는 기쁨과 환희와 희락과 같은 ‘축제의 마음’을 주십니다. 감사와 희생과 용서의 마음을 주셨습니다. 자신을 죽이고 나보다는 아기와 가족을 더 생각하는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은 ‘사랑’에 기반을 둔 마음의 평화가 있는 ‘밝은 빛’의 감정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하나님 자녀인 여러분이 어두운 쪽을 바라보고 이런 문제들에 묶여 이를해결하기 위해 지난 경험과 모든 상처들을 뒤집어 꺼내는 그런 고민을 한다면, 이런 감정과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식에 묶여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결코 답을 찾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난 호의 부부의 사례를 토대로 적용해 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읽어보시고 나(우리 부부)라면 어떻게 할까 한 번 고민해보고 계속 읽어나가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성경적 토대 하에 믿음을 갖고, 하나님께서 주신 감동으로 의학적 지혜를 이해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참 빛, 즉 밝은 빛을 향하여 시선을 고정하여 방향을 결정하고, 그 다음의 행동을 이어가면 됩니다.

지난 호의 출산을 앞둔 부부의 고민을 기억하십니까? 첫 아이를 필자의 병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으로 잘 낳고 별 문제 없이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를 다니다가 막달(예정일 한 달 전)에 아기의 위치가 둔위(역아)이기 때문에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당사자 임신부라면, 남편이라면, 태어날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어떤 결정이나 조언을 주시겠습니까? 주치의로부터 수술 가능한 기간과 날을 전해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러분은 어떤 마음과 생각을 하게 될까요? 아마도 ‘잘못될 까봐’ 두려워서 의사가 이야기했던 ‘만일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지난 경험과 생각을 총동원하여 고민할 것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도 아닌데 ’만에 하나‘라는 가정과 가설을 세우고 고민하는 동안 실제 일어난 것과 같이 더 큰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가장 먼저 둔위(역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산전관리 중에는 여러 번의 초음파를 합니다.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시행하는 초음파에서는 아기의 발육과 환경도 검사하지만 아기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머리를 엄마의 골반과 산도(産道) 쪽으로 향하고 나올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진통이 올 때까지도 엉덩이를 아래로 향하는 아가들이 가끔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둔위’ 또는 ‘역아’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breech presentation이라고 하는데, 즉 아기의 입장에서 보아 선진부가 엉덩이란 뜻입니다. 의학적인 통계로는 약 4-5%가 된다고 합니다만, 실제 임신 초기와 중기의 태아는 커다란 자궁 안에서 미끌거리는 양막에 쌓여 양수 안에 있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위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중력이 없는 우주선 안에서 유영을 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아기의 위치란 출산 당시에 의미를 갖습니다. 진통이 오기 전에 아기의 위치는 건강상에 큰 의미를 갖지 않지만, 출산 당시에 머리가 먼저 나오느냐, 엉덩이나 발이 먼저 나오느냐에 따라 건강상의 문제가 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는 둔위를 자연출산하도록, 즉 진통이 올 때까지 기다리게 하지 않습니다. 산과학 교과서를 포함해서 많은 사례연구 결과, 안전한 둔위 질식 분만도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 출산 현장에서 경험이 적은 의사들과 또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은 부모는 진통이 오기 전에 제왕절개분만을 선택합니다. 그 결과 점점 더 둔위 출산은 의료 현장에서 볼 수 없게 되었고 의사들은 배울 기회가 적어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필자와 일부 경험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조산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둔위 출산은 당연히 제왕절개 분만하는 것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산과학은 이러한 과정으로 법칙을 만들어 나가고 정해진 법칙을 따르지 않고 출산을 하려고하면 두려워지게 됩니다. 아무도 그 결과를 책임 질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임신부가 둔위 출산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많은 임신부들이 아기의 머리 위치에 관계없이 아기를 잘 낳을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건강한 임신부와 아기는 경험 있는 의료진의 약간의 도움만으로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다는 그 진리에 근거한 것입니다.

필자가 지난 호에 소개했던 부부의 둔위 출산 상담을 차분하게 믿음으로 풀어갈 수 있던 것은 한 외국 임신부와의 인연 덕분입니다. 하나님나라의 출산, 즉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뭐든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하고 나면 그 생명의 탄생의 원리를 알게 되고 그 다음은 믿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아기를 낳는 부부와 이를 돕는 의료진들은 믿음대로 행동하기만 하면 출산은 하나님께서 알아서 해주십니다. 둔위 출산에서 의료진이 필요한 이유는 약간의 기술과 임신부와 가족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의 상황에 대한 산모와 남편의 두려움을 극복 하는데는 믿을 만한 의료진이 지켜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만일 둔위로 나오는 아기가 위험에 빠진다면, 그것은 둔위 출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임신부가 갖고 있는 합병증이나 진통과 출산의 환경이 임신부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둔위 출산을 처음 경험한 것은 7년 전이었습니다. 아기를 받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산과 병동을 떠난 후 경험한 나탈리와 아만다의 가정출산도 잊힐 즈음인 2008년 봄이었습니다. 용산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 장교의 부인이 저의 조그만 부인과(婦人科) 진료실로 찾아왔습니다. 필자가 자연출산을 잘 하는 전문의라고 소문을 듣고 왔다는 것입니다. 저를 찾아온 사연은 이렇습니다. 군 기지 내에도 산부인과 의사가 있는데 아기의 위치가 둔위이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은 수술로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 이웃들이 아이를 잘 낳았고 수술로 아기를 낳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자신도 처음 아기를 낳는 것이지만 아이를 질식 분만으로 잘 낳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골반과 몸집이 동양인에 비해서 큰 체코 출신의 임신부가 거친 억양으로 눈이 똥그래져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귀 담아 듣고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산모님 말씀대로 질로 잘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제가 배운 바도 그렇고기지 내의 미군병원의 의사도 그렇고 둔위는 수술로 하는 것이 안전한데 왜 모험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당시 필자는 아직 크리스천이 되기 전이었는데, 모든 출산이 산부인과 의사가 없이는 건강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산과학(産科學)을 진리처럼 믿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경험하고 배운 방법 외에 출산을 잘 하는 방법이 없다는 교만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물론 산과학 교과서에 둔위도 머리로 나오는 아이처럼 잘 나올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이론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분만 현장에서 그토록 많은 사례를 보아왔지만 구체적으로 그 기술을 사용하여 둔위를 출산하는 산부인과 의사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둔위질식분만’을 돕다가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심지어는 산모의 의도까지 의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자식이지만 생명을 경시하는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이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 의사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눈이 파란 체코 임신부는 제 말을 마치 예상이나 한 듯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왜 수술을 할 필요도 없고 또 해서도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체코의 그녀의 마을에서는 아이를 서넛 이상 낳으며 대부분 건강하게 출산을 잘 하는데, 첫 출산만 좀 힘들지 그 다음부터는 어떠한 출산이든 건강하게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도 당연히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더구나 자신의 남편이 미군 장교로 언제 전쟁에 나가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남편과 적어도 다섯 이상의 자녀를 낳을 계획을 세웠는데, 첫 아기를 수술하게 되면 계속 반복제왕절개를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많아야 셋 밖에는 못 낳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은 이번 출산을 꼭 질식으로 낳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모의 말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의사로서 방어 진료를 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산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감동의 마음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할머니들도 그렇게 아기를 낳고 길렀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내 친구들도 형제자매가 다섯 이상 되는 집들이 많지 않은가?

체코 여인의 믿음에 찬 말들은 의사로 훈련 받으면서 형성된 제 믿음체계를 흔들어 놓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인은 저에게 자신과 함께 둔위 출산을 같이 하자고 하기에 충분한 결정적인 말을 해 주었습니다. “이 출산의 결과는 당신이 책임질 일도 생기지 않지만 만일 당신이 걱정하는 결과가 생기더라도 책임을 물을 생각이 없다. 다른 의사들에게 여러 번 부탁했지만 큰 병원의 시스템 안에 있는 의사들은 나를 도울 생각이 없고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당신이 큰 병원에 있지 않기 때문에 걱정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큰 시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 출산을 최선을 다해서 도울 의사가 필요하다. 친구들로부터 당신이 뉴질랜드와 캐나다 여인의 가정출산을 도왔다는 말을 들었다. 만일 정말 원치 않는 결과가 생긴다고 하여도 나와 내 남편은 당신에게 법적인 소송 같은 것을 할 생각이 없다. 나와 내 남편은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군인 가정이다. 어떻게 다른 나라 민간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겠는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이미 이 임신부의 둔위 출산을 돕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생명을 잉태한 여인의 믿음의 힘이 내 안에 뭔가 뜨겁고 밝은 것을 움직인 것이었습니다. 책임을 물으려는 생각보다는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더 크게 들려왔습니다. 산모는 둔위 출산의 방법에 대해서 공부를 하거나 의학적 지식을 갖고 나를 설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필자 또한 거친 체코 사투리의 영어를 완전히 이해한 것도 아니고 둔위 출산에 대한 기술도 부족했지만, 어떤 방법이든 찾아서 그녀의 출산을 돕고 싶어졌습니다. 그녀의 출산이 잘못 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염려는 더 이상 우리를 사로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몸짓과 눈빛으로 전달된 믿음과, 자신의 믿음을 차분히 설명하고 도움을 청하는 그녀의 행동은 필자가 갖고 있던 두려움을 이겨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내가 돕는다고 하면 자신의 출산이 정말로 건강하게 끝날 것이라는 믿음이 전해진 것입니다.

필자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선배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서 설득하여 임신부를 그 병원에 등록시키고 주치의 자격으로 그녀의 둔위 출산을 돕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국을 돌며 가정출산을 해 오던 경험이 많은 조산사를 초대하였습니다. 산파인 조산사는 법적으로 출산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조산사는 둔위 출산의 경험이 많지는 않았지만, 훈련을 받을 때 이론적으로도 교육을 받았고 적은 수이지만 실전 경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눈이 파랗고 체격이 좋은 체코 임신부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양의 조그만 나라의 대학병원 분만실 바닥에서 산부인과 의사의 지지를 받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조산사와 남편 그리고 걱정스러워하면서도 산모의 진통과 출산을 돕는 어머니와 함께 둔위 질식 분만에 성공하였습니다.

까만 머리카락이 있는 머리만 나오기만 하면 어깨 나올 때 약간만 도와주어도 바로 몸이 쑥 빠져 나오는 두위 아기들의 경우와 달리 하얀 엉덩이로 나오는 아이를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책에서 둔위 출산하는 요령도 다시 공부하여 임신부와 남편에게 어떻게 아기가 나오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가정출산을 하며 둘이 알아서 낳는 산모와 아기를 보고 배운 대로 마지막에 하는 호흡과 요령을 산모에게 알려주며, 조산사와 필자는 함께 아이가 스스로 나오도록 기다려 주었습니다. 책에서 주의를 준 대로 아이를 서둘러 잡아 다니지 않고 서서히 엉덩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마치 쐐기를 천천히 빼듯이 좌우로 엉덩이를 잡아 돌리고 차례로 어깨를 분만하고 마지막으로 머리 나올 때 자세를 잡아 두 손을 이용하여 아기를 분만시켰습니다. 혹시나 머리가 안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 했습니다. 머리가 미끄러지듯이 산도를 빠져나왔고 이내 아기는 꿈틀거리며 엄마의 품에서 힘차게 울었습니다. 둔위의 자연주의 출산을 돕는 남자 산파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뒤 필자를 찾는 각국에서 온 외국인 임신부와 남편들은 저마다 자신의 사연을 들고 저를 찾아와 아기를 잘 낳으며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기는 이렇게 낳는 거야. 당신은 의학의 힘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나는 당신이 내가 두려워하는 만일의 상황이 생겼을 때 최선을 다해서 나를 도와주기를 바래. 왜냐하면 나는 의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여기 상황을 잘 모르니까.” 이렇게 말하곤 하였습니다. 그들은 때로는 처음 아기를 낳고 때로는 다섯 번째 아기를 낳기도 하지만, 자신이 자라온 문화권에서 보고 들은 대로 자신들의 믿음대로 이국땅에서 아기를 건강하게 낳았습니다. 저는 그 덕분에 7년 동안 삼천 건에 가까운 자연주의 출산을 해 올 수 있었고, 80여명의 둔위 출산을 도우며 새로운 기술을 배웠으며, 그 외에도 다른 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말이 믿기지 않아 저를 찾아와 자신의 믿음대로 건강하게 아기를 잘 낳은 산모들과 함께, 병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경이로운 생명의 탄생을 같이 해 오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걸어오며 임신출산과정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 분만을 도울 때마다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려고 하지 않고 모든 고민들을 나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 박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며 출산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