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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성 인격장애 그리고 완벽주의 I

강박성 인격장애 그리고 완벽주의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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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강박성 인격장애(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 그리고 완벽주의(Perfectionism) I

 

한양의대 교수 김석현

강박성 인격장애(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라는 병이 있습니다. 이름이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와 비슷해서 같은 병이거나, 강박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강박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정신의학적으로는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병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우선 강박장애와 강박성 인격장애가 어떻게 다른지 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지나치게 위생이나 청결에 신경을 쓰면 우리는 흔히“저 사람 결벽증 아냐?”이렇게 생각합니다. ‘병적으로 깨끗한 것에 마음을 쏟고 집착하는 증상’이 결벽증(潔癖症)의 사전적 의미이니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정신질환의 분류에는 결벽증이라는 병명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결벽증을 병명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하나의 증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결벽증이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이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입니다.

정신의학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진단분류체계인 DSM에 따르면, 강박장애에서는 특징적으로 강박행동과 강박사고가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강박사고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머리에서 떠오르는 생각, 충동, 이미지를 말하는데, 이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가 없어서 아무 때나 원치 않아도 불쑥불쑥 떠오릅니다. 강박사고의 내용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이 떠오르면 심한 불안과 고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불안과 고통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킬 목적으로, 또는 강박사고 내용이 실제로 나타나지 않도록 방지하거나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강박행동을 하게 되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고 명백하게 지나친 행동입니다. 강박장애는 자아 이질적(ego-dystonic)이어서 이 병을 앓는분들은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중단할 수가 없어 무척 괴로워합니다.

반면에 강박성 인격장애는 자아 동조적(ego-syntonic)이어서 자신의 성격에 대해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자신의 성격이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여깁니다. 그렇기때문에 이런 분들은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뿐더러 치료나 도움을 받으려는 시도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강박성 인격장애는 어떤 특징을 보일 때 붙이는 진단명일까요? 역시 DSM의 진단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강박성 인격장애 환자는 융통성, 개방성, 효율성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정리정돈, 완벽성, 그리고 마음상태와 대인관계의 조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구체적으로는 1) 어떤일의 외형적인 규칙, 목록 혹은 업무 간의 순서에 집착하여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되고, 2) 완벽함을 고집하다가 일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며, 3) 명백하게 경제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이나 생산 활동에만 집착하고, 4) 지나치게 양심적이거나 가치관 혹은 도덕적 기준에 대한 융통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5) 별다른 소장가치가 없는데도 오래되고 가치 없는 물건에 집착하고, 6)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다른사람에게 일을 넘기거나 협업하지 못하며, 7) 돈에 대해서 매우 인색하고 매달리는 경향이 강하고, 8) 전반적으로 경직되어 있고 완고합니다. 위의 8개중 네가지 이상의 항목에서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강박성 인격장애로 진단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이 있는 정도로는 진단을 내리지 않으며, 직업 수행이나 사회적 관계등에서 이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유발될 때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아마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지만 나하고 비슷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주위의 어떤 분이 떠오르기도 하실 겁니다. 그리고 어떤 항목은 심하지만 않다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이 기준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려고 합니다. 다시말하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강박성 인격장애가 있느냐 없느냐를 점검해 보시도록 하는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닙니다. 진짜 목적은 강박성 인격장애를 대표하는 특성을 통해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냐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고, 또한 우리가 이런 특징들을 바라볼 때 어떤기준으로 평가해야 옳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는것입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강박성 인격장애의 저변에 깔린 가장 중요한 특징은 완벽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완벽주의하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그렇지만은 않습니다. Hamachek 이라는 심리학자가 완벽주의를 정상적 완벽주의자(normal perfectionist)와 신경증적 완벽주의자(neurotic perfectionist)의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하였는데, 완벽주의를 제대로 아는데 도움이됩니다. 정상적 완벽주의자는 완벽을 추구하기는해도 그 결과에 따라 자존감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 동안 쏟는 노력을 즐겁게 느낍니다. 반면에 신경증적 완벽주의자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정하고는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투쟁하면서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계속적으로 불만을 느낍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한 사람은 늘 즐겁고 한 사람은 늘 불만 속에서 허덕입니다. 이런 차이가 왜발생할까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러한 차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밀접한관련이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이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보느냐, 아니면 목표를 성취하든 못하든 자신의 정체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하느냐의 시각차이가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박성 인격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그 진단기준을 다시 한 번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우선 좀 막연하다싶은 부분들이 눈에 띄실 겁니다. 예를 들어, 마음상태와 대인관계의 조절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지나치게 양심적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가치관 혹은 도덕적 기준에 대한 융통성이란 어느 정도가 적절한 것인지, 돈에 매달린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이야기하는지 등. 물론 적절한 훈련을 받으면 많은 부분에서 전문가들끼리는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이 만들어지지만, 그래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지나치게 양심적이라든가 가치관 혹은 도덕적 융통성이라든가 하는 표현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앞으로 한 달 동안한번 여러분 나름의 답을 달아보시기 바랍니다.그런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 각자가 위의 질문들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답변을 하는지, 여러분에게 있어서 적절함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점검해 보시고 다음 호에서 이와 관련하여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