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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고통을 넘어 은혜와 감사로 Ⅱ

두려움과 고통을 넘어 은혜와 감사로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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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thing & Building
두려움과 고통을 넘어 은혜와 감사로 Ⅱ

 

산부인과 전문의 메디플라워 산부인과·자연출산센터 원장 정환욱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딤후1:7

 

 

자연 진통을 하면서도 약물과 의료 개입을 덜 하고 건강하게 아기를 낳는 나라가 많다. 자연 진통을돕는 출산 문화를 간직한 나라가 아직 개발이 덜 되고 미개한 나라가 아니라, 이미 선진국, 건강 복지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네덜란드,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의 나라들이라는 것을 아만다의 출산 이후 계속된 외국 여성과의 출산 과정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그 나라의 산모들은 다산을 하기 때문에 첫 아기의 진통이 크게 힘들 뿐 그 다음은 쉽다는 것, 그들은 진통이 힘들다는 이유만으로는 병원을 찾지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그 힘든 진통을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가족과 이미 출산의 경험이 많은이웃의 격려와 축복 속에 아기를 낳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딸 때까지 11년 동안 한 번도 이런 공부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 너무 창피하고 화가 났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이제라도 알게 되고 눈뜨게 된 것이 감사하다. 오늘 하나님의 자녀로 당당하게 우뚝 선 나에게 길을 열어준 자연주의 출산의 스승은 나탈리와 아만다의 출산을 시작으로 이어진 외국의 출산 전문가(다산한 엄마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출산을 지키며(지금 생각해보면 초대받은 것이다) 만나게 된 생명이 그 동안 나를 사랑하셨던 하나님의 은혜의 표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아기 낳는것 역시 하나님께서 주신대로 하면 된다는 진리를 보게 되었다.

진통의 간격이 줄지는 않았지만 그 강도가 강해지면서 아만다의 호흡이 거칠어질 때쯤 트리시가도착했다. 트리시의 호흡과 이완유도로 아만다는다시 평정을 찾았다. 다시 그녀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녀는 수업 중에 연습했던‘라이트 터치 마사지’를 해주면서 아만다를 이완시키며 호흡을 유도하였다. 조용한 목소리로“엄마 몸이충분히 이완되어 있습니다. 이완의 기운이 머리에서 시작하여 발끝으로 내려옵니다. 숨을 들이쉬고 몸에 남아 있는 스트레스를 바깥으로 내보냅니다.”라는 말을 낮은 목소리로 계속 반복했다. 아만다는 그 말에 따라 고분 고분 호흡을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만다는 진통할 때만 잠시 눈을 감으며 불편함을 표현했을 뿐, 진통과 진통 사이에는 도저히 아기를 낳는 여성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먹고 마시고 웃으며 그 순간을 즐기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몇 번의 신음 소리만으로 첫딸 파비앙을 낳았다. 모든 과정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온한 가운데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마지막 순간아기가 확 나오지 않게 호흡을 조절해 주고, 아기어깨가 잘 나오도록 가이드해 준 것 외에는 내가한 일은 별로 없었다. 출산 후 감격에 찬 아만다의 환호소리와 아빠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아직도귓가에 쟁쟁하다. 코끝을 세상에 내밀고 하나님의 영이 차 있는 공기가 흘러들어가며 아기는 낙하산처럼 폐를 팽창시키며 세상에 착지하는 것이다.

아만다의 출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다시 한 번 출산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병원에서 여러 의료장비를 이용하거나 내진을 통해 산모와 아기의상태를 파악하면서 여러 가지 의료적인 조치를 취하며 분만을 조절했었다. 산모가 너무 힘들어하면 무통주사로 조절하고, 이후에도 진행이 안되면 수술을 결정했다. 이렇게 전형적인 병원 분만에 익숙한 내게, 도대체 의사가 필요하기나 한것인지 모를 정도로 스스로 호흡을 잘하고 기쁨에 넘쳐 출산을 하는 아만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거북하게 다가왔다. 아만다의 진통과 출산 내내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뭔가 산모를 위해 더해주려 하고 의사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하여 애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내진을 자주못하고 아무런 의료 장비가 없어 답답했던 출산이었다.

그런데 극도의 행복감에 젖어 있는 산모와 남편을보면서‘내가별로해준것이없는데, 도대체이 기쁨과 만족은 어디서 오는 걸까?’그리고 ‘히프노버딩이란 도대체 어떻게 산모와 남편에게서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해 주고, 가정에서 아기를 낳을 결심까지 하게 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아만다 이후에 계속 찾아오는외국인 산모들의 출산을 도우며 생명 탄생의 본질을 조금씩 알게 되고, 과거에 불가피하다고 여겨진 수많은 의료개입이 좀 더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때로는 이것밖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여겨진 촉진제의 사용, 진통제, 무통분만,회음절개, 제왕절개 등의의료 행위가 고민 없이 너무나 쉽게 의료 현장에서사용되고 있고, 그 결과 오히려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만다의 출산 이후 나는 트리시의 도움으로 히프노버딩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수련기간동안 보지 못했던 자료를 하나씩 번역하고 공부하면서 점점 출산의 새로운 면들을 발견해 나갔다. 두려움보다는 사랑으로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아기와 행복하고 평화로운 출산을 소망하는가족과 여성들의 출산에 참여하면서, 물 안에서든, 집에서든, 병원의 마루에서든, 산모가 잘 호흡하고 이완하며 영양공급을 하고 건강하게 진통을 하기만 하면, 아기는 스스로 정한 시간에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난다는 진리를 알게 되었다. 출산을 주도하는 자에서 기다리며 배려하는 전문의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그리고이러한 자각은 이미 자연 출산의 선배인 그랜틀리 딕리드나, 르봐이예, 미셸 오당과 같은 서구의 의사들이 이미 수많은 출산을 겪으며 문제의식을 느끼고 반성했던 내용이었다.

만일 의료진이 산모가 출산에 대한 두려움 없이스스로 호흡하고 진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약물의 사용과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니 수술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결정을 좀 더 유보할 수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출산을 엄마, 아빠, 아기에게 돌려주었을 때, 평화롭고 행복한 출산이이루어지게 된다. 이것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고,자연 출산율을 30% 이상을 유지하는 유럽과 서구 선진국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모나 의사 모두 선뜻자연 출산을 택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에 대한 염려와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우선, 안전은 자연 출산을 잘 이해하는 의사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가 필요한 의료적인 조치를 해 주면 해결될 수 있다. 두 번째 고비는 출산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다.

히프노버딩을 체계화한 메리 몽간 여사는‘출산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사실과는 다른하나의 집단 최면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최면에서 벗어나는 de- hypnotizing과정이 행복한 출산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출산은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는거의 임신부가 실신할 정도가 되어야 아기가 나오는 것처럼 출산 장면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나또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산부인과 전문 병원에 16년 넘게 근무하며 분만 침대 위에서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산모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진통제 이외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탈리와 가정출산을 한 뒤 지금까지 7년동안 1,800여 건의 자연스러운 출산을 경험하며,나도‘출산의 공포’라는 집단 최면에 걸린 사람중 하나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두려움을 극복한자연주의 출산에서 만난 수많은 믿음의 산모들은고통에서 건져주어야 할 환자가 아니었다. 호흡과 이완을 잘하면서, 진통을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하나의 작은 통과의례와 수고로 받아들이는성숙함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이들은 통증으로부터 구해달라고 불안해하거나 절대 어떠한 일도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안전에 대한 확답을 받고싶어 하는 산모나 가족들의 모습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이러한 자연 출산이 신체조건이 좋은 외국인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하지만 두려움이 없는 믿음의 산모들은 특별한의학적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연 출산을잘해냈다. 출산의 능력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주신 은혜인 것이다.

엄마와 아기가 갖고 있는 출산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위에서 나눈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지금까지의 병원과는 다른 개념의 온전한 자연 출산을위한 병원을 시작해 보고자 하는 용기를 가질 수있었다. 분만대를 없애고, 신생아실을 만들지 않았다. 모든 산모와 남편, 아기는 가정환경과 같은 모자동실(母子同室)에서 진통을 하고 아기를낳았다. 엄마들은 관장이나 제모를 하지 않고,충분히 물과 음식을 먹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신만의 진통을 한다. 병원에 온 후 태동 감지기로아기 상태를 체크한 후에는, 계속 태동 감지장치를 몸에 달고 있거나 수액 줄을 꽂고 있지도 않다. 원치 않는 잦은 내진 없이 엄마의 상태를 보고 진행 상황을 관찰한다.

태어난 아기는 엄마 가슴위에서 온전히 캥거루케어를 하고, 태맥이 없어지고 나면 탯줄을 자르고 필요한 후처치를 한다. 모든 의료장치는 모자동실 밖에 나와 있고, 의료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만 의료진이 가지고 들어간다.

때로는 무릎을 꿇고 아기를 받기도 하고 이전 방식으로 회음절개를 할 때보다 몇 시간 더 기다려출산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분만대라는 의사편의의 공간을 포기하고 내가 얻은 것은‘출산의감동’과‘내 자신의 내적 치유’였다. 아기의 스케줄에 맞춘 출산을 기다리며 더 많은 침묵과 사색, 기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 밤중에 출산이 임박하다고 연락이 와 병원으로 불려나왔지만, 진행이 더뎌져서 병실 한편에 매트리스를 펴고 잠시 눈을 붙이며 나의 출생과 가정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생명 탄생의 환희의 순간에 가족들과 온전한 기쁨을 나누며 내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독선과 아집에 상처 받았을 아내와 두 딸의 모습이 그려졌고, 진심으로 이들과의 관계 회복을 소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내 마음속에 조금씩 평안이깃들기 시작했다.

2010년 개원 이후 2014년 현재까지 자연 출산을위해 운영하고 있는 병원(메디플라워)에서는 고령산모, 둔위(해산할 때, 자궁 안에서 태아의 엉덩이가 먼저 나오게 밑으로 놓여 있는 자세), 쌍태아(쌍둥이), 기왕제왕절개 산모의 자연 출산(Vaginal birth after caesarean, VBAC. 이전에 제왕절개로 출산한 경험이 있는 산모의 자연출산. 자궁파열 등의 위험성 때문에 흔히 시행하지는 않는다.) 등 소위 고위험군 산모를 포함하여약 1,800여 가정의 출산이 있었다. 그리고 엄마스스로 편안한 진통과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을 때 열 가정 중 아홉 가정은 온전한자연출산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 제왕절개율 38%에 비해서 훨씬 낮은 12% 대의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메리 몽간이 말한 것처럼“사랑의 결실로 생긴 아기가 고통이라는 결과로 나오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두려움을 떨쳐낸다면 대부분의 산모에게 출산은 환희와 기쁨의순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나는 마침내 하나님께서 왜 나에게 죽음 앞에서두려움에 떠는 암환자들을 보게 하시며, 그와 동시에 새 생명이 태어나는 산과(産科) 병동을 떠나지 않게 하셨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고통의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간과하고 있었던 소중한 가정의 가치와 생명 탄생의환희를 지켜내는 것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소명임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마침내 하나님의인도하심에 따라 HTM의「킹덤빌더스쿨(KBS)」과정을 수료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킹덤빌더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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