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낳고자 하느냐 II

네가 낳고자 하느냐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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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thing & Building
네가 낳고자 하느냐 II

 

산부인과 전문의 메디플라워 산부인과·자연출산센터 원장 정환욱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임신을 했다. 새 생명의 잉태는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자 선물이다. 주님 안에서 남편과 함께 하나님 원하시는 가정을 꿈꾼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기 힘들다. 잘못되면 어쩌나, 고통을 감내하고 내가 잘 낳을 수 있을까, 모유 수유와 육아를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부모로써 잘 할 수 있을까.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듯 하여 불안과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 아닌가. 생명이시고 부활이신 예수님만 보고 가자. 킹덤빌더는 탄생의 순간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부활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임신과 출산은 질병이 아니라 한 생명이 태어나는 생리적 현상이다.”

임신을 하면 부부는 많은 놀랍고도 새로운 변화를 경험한다. 임신 준비 기간이 길수록 임신의 기쁨도 크다.

‘나는 하나님의 자녀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로 진통과 출산을 잘 감당하여 행복하고 평화로운 출산을 하리라!’

기도와 함께 이런 다짐을 한다. 그런데 마음은 기쁨 충만 인데, 몸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겪는다. 때론 즐겁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프기까지 하여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다. 아무것도 입에 댈 수 없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던 음식이 갑자기 생각나기도 한다. 갑자기 구토, 무력감 등을 경험한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증상들을 경험한다. 아랫배가 조이다가 아프기도 한다. 생리통 같은 통증과 함께 소량의 혈흔이라도 보이면 불안해 진다. 그런 현상들이 점점 횟수를 더해가면서 기쁨과 설렘이 두려움과 불안으로 바뀔 수도 있다. 우리는 육체에 변화가 오면 이 모든 과정을 하나님께 알아서 해 주신다는 믿음을 갖고 변화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뭔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하기 쉽다. 그래서 자료를 찾고 자문을 구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만에 하나’라는 ‘두려움’ 의 증폭현상 뿐이다.

 

오직 믿음으로 구하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는 자는 마치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 같으니 약1:6

 

 

임신과 출산 과정을 편안하게 보내려면 육체의 이런 변화들이 자연스러운 생명의 탄생과정이라는 것, 하나님께서 주신 건강한 변화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신 초기에 생기는 불편감의 대부분은 수정란이 발달하면서 엄마의 자궁에 뿌리를 내리는 착상의 과정, 즉 태반(placenta)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태반은 혈관을 엄마의 자궁에 뿌리내리는 것으로 시작하기에 소량의 출혈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또한 근육으로 된 단단한 주머니인 자궁에 임신낭(gestational sac)이 생기며 자궁을 팽창시키기에 생리통과 같은 복통은 정상적으로 있다. 이외에도 자궁이 바로 앞에 있는 방광(bladder)을 누르며 자극을 주어 자주 소변이 마렵고 찌릿한 방광염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착상 과정에서 많은 호르몬을 분비하기에 감기 몸살 같은 증상과 더불어 소화 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오심(nausea)과 구토(vomiting)를 하게 되고, 때론 음식 섭취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탈수(dehydration)까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임신 초기의 소화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불편한 증상을 ‘입덧’이라고 한다. 생리 현상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벼운 입덧은 참을 만하지만, 심한 입덧은 괴롭다는 것이다. 때로는 임신을 포기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심한 입덧은 산모가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 한 경우에 심해질 수 있다. 혹시나 아기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여 의사를 찾기도 하지만, 입덧이 심하다는 것은 그 만큼 아기의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입덧은 약물 치료보다는 심리적, 육체적 보호를 통해서 건강하게 지나가도록 해주면 대부분 해소된다. 입덧도 임신 전에 예방하고 준비해야 할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다. 입덧의 예방은 적절한 영양섭취와 운동,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의 조절, 남편이나 가족, 주변 이웃과의 좋은 관계 유지 등 임신 준비를 잘 하는 것과 일치한다. 2-3 킬로그램의 체중이 늘더라도 체력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임신을 할 경우에는 초기의 손실을 보완하고 만회하여 건강하게 보낼 수가 있다.

입덧이 너무 심할 때는 병원을 찾아 탈수 정도와 임신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입원해서 수액치료를 하면 대개 회복된다. 때로는 항히스타민제나 구토방지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입덧에 대한 근본적인 관리를 하지 않은 채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 시기에는 약물 사용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약은 원하는 ‘작용’이 있으면 원치 않는 ‘부작용’ 또는 ‘이상반응’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산과학의 역사에는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뼈아픈 과오가 있다.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기형아”가 그 예이다. 1957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탈리도마이드(상품명: Contergan)라는 진정제가 개발되었는데 부작용도 없고 효과가 좋아 많이 복용하게 되었고, 특히 임신부의 입덧에 효과가 좋아 많은 임신부에게 처방전 없이 자유롭게 판매되었다. 그런데 몇 달 후부터 이 약을 복용한 임신부들로부터 팔과 다리가 짧거나 없는 기형아들이 태어나기 시작하였다. 이 약은 시장에서 곧 퇴출되었지만, 그 짧은 기간 내 유럽과 아프리카, 일본을 포함하여 40여개 국가에서 이미 판매되었기 때문에, 소위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라 불리는 기형아수는 당시 세계적으로 일만 명을넘는다고 보고되었다. 오늘날에는 충분한 임상 실험을 한 후 약품의 판매가 허용되지만, 그러나 여전히 임신부에게 임상실험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약물은 임신과 관련하여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임신 초기부터 태아의 발달이 완성되는 16주까지는 어떠한 약물에도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전10:13

 

 

입덧을 포함한 임신 초기의 불편한 증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입덧을 가볍게 보내는 산모도 많다. ‘먹는 입덧’이라고 해서 평소 안 먹히던 음식까지 더 먹게 되어 임신 초기에 체중이 오히려 늘어나는 임신도 있다. 임신 초기 잘 못 먹는 기간 동안의 체중감소나 체중의 증가 등은 일시적인 현상이므로 곧 안정을 되찾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입덧’으로 대변되는 불편한 증상들은 생명을 얻기 위해서 치러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해야 한다. 치료를 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아직 준비가 안 된 몸이 엄마가 되기 위해서 겪는 변화이다.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 긍정적인 격려를 해주어야 빨리 없어진다. 킹덤빌더라면 이 불편한 것도 하나님께서는 필요하기 때문에 주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입덧을 하나님께서 주신 기도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겠다. 하나님께서는 입덧을 왜 주셨을까?

필자는 입덧을 괴로워하며 치료할 수 없냐고 호소하는 산모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생명이 시작될 때 아기는 매우 약한 존재이기에 물리적인 압력과 영양 공급 등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엄마가 임신 전에 살던 대로 일을 많이 하거나, 때론 몸에 좋지 않은 줄도 모르고 먹었던 음식을 계속 먹는 등의 행동을 아기는 싫어하겠죠? 아기 입장에서는 엄마에게 부탁할 수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즉 이미 만들어진 태반을 통해서 엄마 몸에 호르몬을 다량 분비하여 엄마의 소화기능, 혈액 순환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구토와 어지러움 등으로 엄마가 임신 전같이 지내기가 어려워지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아기가 원하는 대로 쉬어주고, 물도 많이 마셔주고, 아기가 싫어하는 음식이 뭔지 고민하면서, 처음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이 음식 저 음식 조심스럽게 시도하다보면, 아기는 어느새 안전하다고 믿고 호르몬 분비를 멈추게 되고, 엄마도 이에 적응하게 되죠. 이런 현상은 아기가 한 인간으로 생존하기 위해 완벽한 신체기관을 만드는 것이 완성되는 임신 12-16주까지 이어질 수 있지요. 적어도 12주가 넘으면 엄마가 뭐를 먹든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아기의 생존력이 확실해지기 때문에 입덧은 12주면 대부분 없어집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한 생명을 나의 몸을 통해서 잉태하고 자라게 하고 세상으로 내보내는데 어찌 고통과 불편이 없겠는가? 그러나 그런 현상들을 문제라고 생각하여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의 모든 과정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신다’라고 받아들이면 우리 몸은 곧 평강과 온전함을 되찾게 된다.

임신은 우리에게 생명의 기쁨도 주지만 많은 육체적인 변화도 일으킨다. 때론 임신의 합병증으로 인해 임신과 출산 후에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나라의 통계를 보면 이렇게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산모가 전체 임신의 5% 이하이다. 따라서 의학의 도움을 병행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러나 초기에는 세심하고 배려 깊은 산전관리와 함께 의사의 관찰과 조언이면 충분하다. 동시에 만일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임신 출산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산모에게 ‘의학의 기술’ 을 사용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95% 이상의 산모는 질병 상태를 겪지 않고, 의학적 도움 없이도 정상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덧으로 시작하여 진통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모든 일련의 과정을 차분히 관찰하고 지지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줄 참을성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그를 불러 이르시되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아브라함이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매 사자가 이르시되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창22:11-12

 

 

한 생명을 얻어 하나님의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만의 모리야 산’에 올라야 한다. 순종과 믿음의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걸고 가는 ‘결단’과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행동으로 보여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어떤 과정에서도 회의와 반대가 없을 수는 없다. 의심과 걱정과 두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과정이 우리로 하여금 믿음의 유산을 이어갈 가정을 이루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은혜의 과정이라는 것을 믿고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 역아를 자연 출산한 한 산모의 은혜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오늘도 필자의 외래로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자 하는 엄마들이 찾아온다.
“원장님 제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분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산모님. 저한테 말고 예수님한테 물어보셨다면 ‘예수님 제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질문하셨겠죠? 그러면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을 거예요….”

“네가 낳고자 하느냐?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자연주의 출산 수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요? 물론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제 삶에서는 아이의 탄생 순간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건강한 ‘사랑이’ 의 출산은 남편과 저에게 그간의 인내와 노력을 한 순간에 보상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결혼 후 남편과 저는 여러 이유로 5년간 아이를 갖지 않고 지냈습니다. 정작 우리 부부보다 주변의 걱정과 성화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고, 꼼꼼하게 임신계획을 세웠습니다. 잘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시작부터 장애물에 부딪혔습니다. 완벽한 준비를 한다고 풍진백신을 맞았는데 4~6개월은 임신하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경고를 듣게 되었죠…. 어찌나 놀랐던지…. 만일의 경우를 위하여 3개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안심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6개월 동안 몸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작한 영양 관리와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기 만날 기간이 불안과 걱정 대신 준비와 기다림의 기쁨으로 바뀐 거죠. 어느 날 그간의 노력 덕분인지 몰라도 계획대로 한 번에 사랑이가 와주었답니다. 오~ 예스!

내친 김에 사랑이를 위해서 ‘자연스러운 출산 방법’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9개월이 다 되었을 때 사랑이의 머리가 아래로 돌지 않자 선생님이 수술날짜를 잡자고 하시더라구요. ‘자연분만’을 정말 많이 한다는 병원을 수소문해서 멀리까지 통원을 했는데, 역아는 무조건 제왕절개라는 의사의 선포를 두 번째로 듣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선뜻 의사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무모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이가 자연스럽게 잡은 위치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수술대에 올라가서 사랑이를 낳자마자 안아보지도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역아의 출산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은 없지만 낳을 수 있다고 믿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병원을 나와 역아도 ‘자연출산’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보기 시작했죠. 때가 되면 아이가 머리를 돌려 내려 갈 수도 있는데, 미리 수술날짜를 잡자고 하니 더 이상 그 병원에 머물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믿음을 지지해주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점점 약해질 무렵, 이번에도 주변 사람들은 우리 부부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반대가 꽤 심했거든요. 말 잘 듣는 착한 나였는데 어쩐 일인지 아기 낳는 것에 대해서만은 왜 ‘정말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을까요? 그러던 어느 날 배우 추상미씨가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어? ‘자연주의 출산’과 ‘자연분만’이 다른 거라고? 안전 때문에 저와 아기의 의지에 관계없이 출산 방법을 정하는 것이 ‘자연분만’의 목적이라면, 아기와 제가 준비될 수 있도록 돕고 아빠가 여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오!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으로 흥분이 되었습니다. 그날 바로 전국에 한 곳 뿐이라는 자연주의 출산 병원에 전화를 걸었답니다. 그런데 세 번째 장애물! 돌아온 대답은? No! 예정일에 임박한 산모는 준비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말씀. 하지만 저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바로 택시를 탔습니다. 사랑이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싶다고 이렇게 뱃속에서 외치는데 엄마로서 무력하게 체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짜고짜 병원에 찾아갔고 원장님과 직접 상담을 했죠. 도착하자마자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간의 사정을 얘기하고 왜 내가 역아도 잘 낳을 수 있는지 저희 집안의 가정출산 이력까지, 지금까지 겪었던 이런 저런 맘 고생한 얘기를 하다 보니 눈물이 주룩 흘러내리더군요. 정말 간절했습니다.

“저도 자연주의 출산으로 집에서 태어났어요. 저희 집 식구들 대부분이 그렇게 태어났구요. 누구보다 자연출산의 장점을 잘 알고 있고 또 그 만큼 확신이 있습니다. 비록 늦었지만 필요한 교육은 열심히 받겠습니다.” 제 간절함이 통했을까요? 결국 제 믿음에 감동하신 원장선생님께서 같이 한 번 잘 해보자고 하시며 허락을 하셨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요.

네 번째 장애물! 막상 큰 소리를 쳤지만 산이 하나 더 남았습니다. 바로 남편이죠. 남편은 역아 출산을 해보자고 했을 때 처음에 반대했습니다. 나와 사랑이를 위해서 하는 말이었겠지만 제 자신감에 비해 남편의 두려움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컸거든요. 그래서 밤늦게까지 대화를 하며 어렵게 합의한 내용은 출산 바로 전까지 역아인 상태라면 수술을 한다는 것. 대신 자연주의 출산 병원에서 제시하는 출산 전 부부 교육은 듣는 조건으로요. 외래 진료에도 같이 가야하고, 다 합치면 10시간이 넘는 교육을 받겠다고 해준 남편에겐 미안하면서도 고마웠지만, 솔직히 저는 속으로 수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외치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12월 첫째 주 주말. 병원에서 진행하는 의무교육인 ‘자연스러운 탄생’ 강의를 하루에 몰아서 남편과 들었습니다. 저는 그 동안 인터넷 카페와 미리 나눠 준 교재를 읽으며 어떤 내용일지 짐작을 했지만, 남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기대 반 걱정 반 눈치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교육이 시작되고 중반에 이르렀을 때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남편을 힐끔 보니 조용히 눈물을 줄줄 흘리더라구요. 저 또한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니 뭉클했습니다. 그 동안 아기를 낳는다는 것,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 가족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무지했던 초보 부모의 무관심과 귀차니즘에 대한 반성의 눈물이랄까요?^^ 우리는 원장님의 교육 내내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너무나 무지해서 고통스럽고 걱정만 하던 임신, 쉽게 생각했던 막연한 생명 탄생의 실체는 너무나도 성스럽고 축복받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막연했던 제 믿음에 대한 응답을 받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때가 바로 더 이상 제 혼자의 고집이 아니라 우리 부부의 출산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아기를 낳는 산모가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처럼 취급되며 행복하고 평화롭게 아기를 낳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산부인과 병동에서 일어나는 ‘병원분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안전이라는 이유 때문에 산모를 몰아넣은 그 의학적 공간에서, 보호받아야 될 아름다운 산모의 몸이 어떻게 약물과 수술과 같은 분만을 일방적으로 강요받게 되는지를 보며 개탄했고, 무통마취 없이는 도저히 참기어렵다고 잘 못 알려진 진통과 출산에 대한 잘못된 두려움 때문에 선택한 의료 행위들이 어떻게 분만대 위에서의 폭력적인 출산으로 이어지는지, 어떻게 갓 태어난 아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호흡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워 신생아실로 격리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지, 평화롭지 못한 분만의 과정이 한 가족의 탄생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뼈아프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나니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작은 목표’ 가 왜 내 안에서 생겼는지, 내가 어떤 출산을 원했던 것인지큰 그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남편도 자연주의 출산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었고 우리는 비로소 사랑이를 중심으로 우리가 같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놀라운 기쁨과 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 바로 이게 바로 ‘자연분만’과 다른, 아기와 산모 중심의 ‘자연주의 출산’이구나!“ 깨닫게 되었죠. 참으로 놀랍고 기뻤습니다. 매사에 의심이 많고 비판을 잘 하는 제 남편이 교육 한 번에 자연스러운 탄생 예비아빠로 거듭나게 되었으니까요. 이 교육을 왜 아빠와 함께 받아야 하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출산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정신 무장이 되었습니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