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DOM LIFE &
건강
화 잘 내는 사람!
사랑의 내과·소아청소년과 의원 여경구
한참이나 무더웠던 여름의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쌀쌀함과 함께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시절이 온 것 같습니다. 이렇듯 세월의 변화와 함께 많은 것들이 변하고 변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조절되지 않고 끓어오르는 분노로인해 생기는 사건, 사고가 너무나 많음을 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분노로 인해 본인 뿐 아니라 가족, 직장동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처음 보는 사람이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는 사람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피해를 입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누적이 되는데, 이를 정상적이고 건전하게 표출하기도 쉽지 않다보니 화가 쌓여 화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병원에 왔는데, 소화가 안 되고 잠을 잘 못 자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했습니다. 직업을 물어보니 콜 센터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좋으신 분들도 간혹 있지만, 많은 분들이 제품의 이상 때문에 전화하는 것이기에 화가 난 상태에서 전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습니다. 얼굴을 보지 않기 때문에 욕을 하는 분도 있고, 다짜고짜 본인에게 막 화를 내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도 안 좋고항상 전화가 오면 긴장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또 다른 예입니다. 얼마 전 복통, 설사 같은 장염 증세로 30대 초반의 남자분이 오셨습니다. 이 분의 몸과 팔은 요괴의 얼굴 같은 섬뜩한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오시면 빨리 진료 받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위로해 주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머릿속이 많은
생각들로 복잡해졌지만 결국 순종하기로 마음먹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 마음이 여린 사람입니다. 화 자주 내지마세요.”
그냥 떠오른 생각을 말했는데, 그 분이 저를 한참 쳐다보시더니
“맞아요. 저 마음이 여려요. 저 힘들어요.”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이 벌게졌습니다. 그 분은 부인과 대판 싸운 뒤 한 달 동안 어린 딸과 함께 하와이에 가서 살다가 어제 귀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귀국 전날 햄버거를 먹었는데 그게 문제가 되어 장염에 걸린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본인은 부인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순간순간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서 욕도 하게 되고 큰소리로 싸우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후회는 하는데 이런 일이 계속 반복이 되니 본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용서를 빌려고 해도 용기도 없고 또 부인이 용서를 해 줄 것 같지도 않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본인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제 예수님께 도움을 구해보자고 하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용서도 하고 영접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집에 갈 때 부인이 좋아하는 작은 선물을 사 가지고 가서 용서를 빌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여 쉽게 흥분하고 입으로 죄를 짓고는 후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이런 분노조절장애는 왜 생기고, 이럴 때는 어떤 증상들이 주로 나타나고, 어떻게 해결하거나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화를 잘 다스리고 계십니까? 아래 12개 항목 중 몇 개가 여러분의 경우에 해당되는지 체크해보십시오.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
①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감을 느낀다.
② 성격이 급해서 금방 흥분하는 편이다.
③ 타인의 잘못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다.
④ 내가 한 일이 잘한 일이라면 반드시 인정을 받아야 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난다.
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⑥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집어 던진다.
⑦ 중요한 일을 앞두고 화가 나 그 일을 망친 경험이 있다.
⑧ 내 잘못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며 화를 낸다.
⑨ 화가 나면 쉽게 풀리지 않아 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⑩ 게임을 할 때,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쉽게 난다.
⑪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거친 말과 함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⑫ 분노의 감정을 어찌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있다.
12개 중에서 1~3개가 해당이 되시면 “분노조절이 가능한 단계”라고 할 수 있으며, 4~8개가 해당이 되시면 “분노조절 능력이 조금 부족한 상태”, 9~12개가 해당이 되시면 “분노조절이 힘든 상태로 전문의와의 상담 필요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상 웃고 감사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호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마치려고 합니다. 한번 크게 웃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을에서 구불구불 작은 길을 따라 산을 올라가면 제법 오래된 큰 절이 나온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마을에 교회가 들어섰다. 처음엔 상가 2층의 작은 교회였는데 차츰 신도수가 늘더니 아예 변두리에 땅을 사서 교회를 지어버렸다. 교회는 입구에 표어로 이사야서 6장 8절, “주여, 나를 보내소서.”를 걸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교회가 지어진 터가 바로 마을에서 절로 올라가는 작은 길이 시작하는 지점이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스님들이 교회 앞을 지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교회의 젊은 청년들과 농구도 하고 족구도 하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주지스님도 목사님과 서로 눈인사 정
도는 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주지스님이 선방을 지나가다 보니 젊은 승들이 흥얼거리는데, 찬송가를 따라 하는 것이었다. 주지스님은 불현듯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 모두를 불러 모아 자초지종을 물었다. 알고 보니 젊은 승들이 절을 오가며 교회를 지나치다가 찬송가를 자주 듣게 되어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주지스님은 대표를 보내 찬송가 소리가 담 밖으로까지 들리게 마이크 음량을 올린 교회에 항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젊은 승들은 교회 사람들과 서로 아는 처지에 새삼스레 가서 쓴 소리를 하고 오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보다 못한 주지스님이 왈칵해서 한마디 하려는 순간, 평소 불심이 깊어 주지스님의 총애를 받던 젊은 승이 손을 들고 자원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십자가를 지겠습니다. 스님, 나를 보내소서!”